방송 : 2010년 12월 29일 생방송 SBS 가요대전

가요계에서 한해를 마무리 하는 행사 중 SBS가요대전을 빼먹으면 섭섭하겠조. 방송을 시청하면서 느낀 두드러진 특징 몇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방송 특성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를 뒤에 배치한다는 것은 다들 인지하고 계실텐데요. 이번 방송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정말 가요계의 인기에 비례한 순서 배정을 하였고, 그 첫무대는  제아와 틴탑이 열더니 이후 근래 급격히 인기몰이 중인 씨스타+미쓰에이의 합동 무대와 개별무대가 연이어 등장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1부 무대는 내내 올해를 빛낸 아이돌의 막내특집과 트로트특등 기획무대, 아이유, 휘성, 나르샤 등의 솔로 무대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특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1부의 마무리는 드렁큰타이어가 슈프림팀과 힙합 합동 무대를 갖으며 무언가 페스티발 이라는 느낌으로 좋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2부가 되자 약속이나 한듯이 SM, JYP, YG 3대 대형기획사 소속가수들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게 눈에 띄더군요. 재밌는 것은 방송사와 기획사 입장에서 소속가수들의 비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출연배정 순서로 엿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걸그룹 중에서는 애프터스쿨이 2부의 첫무대를 장식하고 중간에 손담비와 FT아일랜드에 이어 다시 걸그룹 티아라와 비스트의 합동 무대가 나옵니다. 완전한 우위를 가질 수 없는 경우라면 활동경력과 인기곡등을 고려했을 것이고 조금 앞서거나 뒷서거나는 기획사의 파워에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애프터스쿨 > 손담비 > FT아일랜드 & RED > 티아라 & 비스트 > 샤이니 & fx > CNBLUE > 2AM 으로 순서가 이어졌으니 대강 느낌이 오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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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2NE1은 무려 4곡이나 부르게 되었을까?

2부는 필자의 예상에 아마 논란이 조금 있을 듯 한데요. 먼저 2NE1의 무대를 보면서 '왜 1부에서 트롯트특집을 마련해 놓고 장윤정외에는 제대로 1곡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시간배정을 해놓고 2부에서는 2NE1에게 무려 4곡이나 배치(김건모 단독 2곡 포함시 6곡)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왜 그랬는가를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NE1가 유독 김건모라는 손꼽히는 가수와 합동 무대를 갖는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것(트롯특집에서는 태진아...)과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기획에 맞는 흥겨운 무대퍼포먼스와 가창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YG소속의 2NE1와 빅뱅은 정해진대로 춤만 추고, 이런 특집에서 조차 변형된 안무도 연습한 것만 보여줄 수 있는 대개의 아이돌 그룹과 달리 자유롭고 즉흥적인 라이브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실제로 2NE1가 Go Away를 부를 때 무대를 걸어가며 관중의 호응을 얻어 내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데, 타 아이돌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은 바로 뒤이은 백지영을 제외하고는 2AM, 카라, 소녀시대, 2PM 의 순서 배정에 이어 박진영이 나오고 그 뒤로 빅뱅의 유닛 지드래곤 & TOP, 슈퍼주니어....최종적으로 보아를 배치 함으로써 연말결산을 겸한 가요축제라기보다는 3대 기획사의 2부 나눠먹기 편성 의혹이라던지 한류스타 줄세우기 특집이라는 비난을 받을 확율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짐작은 아마 3사가 방송사와의 협의를 통해 순서를 정하고 일정 분량을 약속 받은 후 기획사 내부의 서열과 한류의 영향을 두루 고려하여 자율적인 순서 배정을 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짐작일 뿐이겠지만 박진영과 GD & TOP, 슈퍼주니어, 보아 등의 올해 활약이 소녀시대보다 뛰어났다고 보기엔 어려우므로 배정된 시간 분량에 기획사의 내부서열과 한류가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은 것이조.

- 2NE1은 Go Away, 아파, 핑계, Can't help falling in love 이렇게 네곡을 단독 혹은 김건모와 합동 무대를 가졌습니다.

아이돌 보다 빛난 '그여자' 백지영

지금까지 이글을 찬찬히 보셨다면 대강의 분위기를 감지 하셨을 법 한데요. 가요대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만 대략 새벽1시정도였던 당시 시간대에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가 있었으니 바로 백지영의 '그여자'였습니다. '그여자'는 최근 방영중인 주말드라마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인기를 끌고 있는 시크릿가든의 OST로 정말 백지영이 '내귀에캔디'나 '총맞은것처럼'을 부를 때의 모습도 좋았지만 '그여자'를 부르는 백지영의 모습은 빛이 나 보였습니다.

 

트롯트, 락, 힙합 등등 선보인 무대마다 선배가수들 일부가 초청되어 합동무대를 가지긴 하였지만 아이돌이 주역이고 선배가수가 덤으로 얹혀 출연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놓고 아이돌 연말 잔치를 벌인 탓에 '다음에는 어떤 아이돌이 나올까'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나온 백지영의 무대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여자'라는 곡을 들어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좋은곡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고의 곡 한곡만을 뽑으라면 '그여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멜로디속에 담긴 가사나 그 가사를 소화 하는 백지영의 감수성 깊은 표현력은 절로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었기에 반가웠던 곡 '그여자'는 화려판 퍼포먼스 없이도 곡과 가수만으로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었으니 기본으로 화려함을 누른 반전이기도 했으며, 이게 진짜 가수의 무대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최종소감

필자가 어릴적에는 가요대전이나 연말가요대상에서 해당 해에 거의 활동이 없거나 미미한 트롯트가수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건 좀 너무한것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를 들어 올 초에 포스팅 했던 이선희씨에 대한 포스트에 필자는 이선희의 최전성기인 시절 한해에 앨범 수록곡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당해에 견줄 수 있는 이가 없었다고 해도 좋았는데, 연이어 가요대상의 수상에 실패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전통가요의 인기 역시 좋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균형을 잃었던 것이조.

참고포스트 : [세상모든리뷰/음악 이야기] - 강변에서 만난 그녀 J에게, 한국의 대중음악 이선희편

이번 가요대전은 몇가지 아쉬운 점을 감안해 보더라도 방송사에서 준비한 특별무대 답게 완성도는 상당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Mnet이 주최한 'MAMA'나 몇몇 페스티발의 성격을 띈 무대에서 가수들이 특별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선보이는 경우 색다른 면을 보여주려다가 오히려 기존 무대보다 못한 느낌을 주고 안하느니보다 못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과는 달리 꽤나 많은 연습과 진정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비교적 성공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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