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제1부. 제중원의 시대배경
제2부, 등장인물 - 삶의 스승 유희서 , 이인자의 비애 백도양

마다 명품 드라마가 한둘 씩 등장하고는 했다. 허준, 대장금, 해신, 주몽, 선덕여왕, 내조의여왕 등 명품드라마들은 돌이켜보면 대박드라마의 요건과 거의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품드라마는 대개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 극을 이끌어가는 연기자들의 유기적인 호흡 등 여러가지 요소가 다 함께 어울러져야 한다. 이중 낭만이 항상 주장하는 가장 핵심은 극을 연출하는 이의 역량이다. 드라마의 흥행은 마치 하나의 상품과도 같아 제작과 방영되는 시점과 어떠한 경쟁자들을 만나느냐의 차이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건 역시 극을 기획하고 그안에서 그것을 함께 만들어나갈 식구들이 얼마나 맛깔나게 풀어나가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중원은 명품드라마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낭만은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박드라마의 요건과 일치할까? 라고 한다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제중원은 구한말 고종의 집권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배경이 등장한것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한국인들의 교육과 의식수준이 높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사람들은 대개 영웅이 등장하여 악을 물리치고 약한이들을 보호하는 권선징악이거나, 영원한 테마 중 하나인 사랑과 결혼 등에 대한 내용등을 편중하여 보려할 뿐 시대의 아픔을 그리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엄청한 흥행을 기록 했던 "바람의검심" 을 살펴보면 그들의 온갖 미디어에 단골 주제로 삼는 메이지유신에 관련한 내용이다. 세계사에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나라는 많지 않은데, 구시대의 권력과 새로운 시대에의 열망은 충돌을 일으키게 마련이고 그 과정을 극복하는 것은 결단코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메이지유신이야 말고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영웅들의 시대이고 만화, 드라마, 영화 를 가릴 것 없이 그들의 성공을 소재 삼아 작품이 만들어 지는데 가장 좋은 재료가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근대에 이어  현재 일본의 강한 국력의 시발점이라고 되었다고 본다면 더더욱 이러한 영웅들의 시대에 대한 갈망은 앞으로오 계속 될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늘 미국식 가족주의를 필요이상으로 지나차게 내세우는 것과 그들이 IP를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소스의 만화나 소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보다 영웅주의적 작품들을 양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의 가진 장점을 내세우는 것이 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

반면,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은 일본과 같은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 관계로 일본이 자랑삼아 수없이 반복해서 생산해내는 근대화 시기의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 역사의식의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력이 발달하며 문화가 발전해 갈 수록 사람들은 아픈과거와 소외되어 왔던 소재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는 드라마의 소재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정통사극을 이끌어 왔던 "조선왕조오백년" 시리즈가 한때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쟁과 여인들의 치정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때부터인가 정조, 허준, 대장금을 다루게 되고, 주몽이나 왕건 등 오래전 영웅들을 다루기도 하지만 명성황후나 제중원 같은 드라마도 등장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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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 격변의 시대에 태어난 백정의 자식

어느나라던지 예나 지금이나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그것을 작품화 한 경우가 많아왔다. 제중원의 주인공 황정이 추구하고자 하는 의학에의 길과 그가 연모하는 유성란과의 사랑 모두 신분에의 장벽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분을 속이고 제중원에 들어가 의생이 되고 그것이 적발되면서 겪는 아픔은 눈으로 보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이야 말고 이 드라마가 갖는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즉 격변의 시대를 그리고 그만큼 많은 시련이 다가올 수록 시청자들은 그 이상의 멋진 뒷 이야기를 기대하게 마련인데, 제중원은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신' 에서의 장보고와 같은 무언가 가시적인 큰 성과를 이뤄내는 인물로 거듭나지 못하는 관계로 흥행성에서만큼은 대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황정역의 박용우씨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면 그의 명품 연기로 인해 이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대박 흥행작으로 이끌만한 상품성은 떨어지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유성란, 독립적인 여성상을 그리다.

작품초기, 유성란과 황정이 서로 호감을 갖게 되는 시기에 성란은 도양과 이미 집안끼리 혼인이야기가 오가던 사이였다. 어느날 도양은 성란에게 "이곳은 조선이다. 조선에서 여성이 나서는 것은 아직 이르다"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는 성란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성란역의 한혜진은 비슷한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데, 다들 기억하시는 "주몽" 에서의 소서노. 황정이 신분의 한계로 인한 많은 시련을 겪었다면, 유성란은 그러한 신분에 연연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

명품 조연들, 극속에서 살아숨쉬다.

제중원은 명품드라마의 필수 요건중 하나인 다수의 명품조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들 한명한명이 모두 극의 여러요소에 알맞게 배치되어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황정의 친구, 민영익, 알렌 등 그 어느 누구 하나 할거 없이 제역할에 제대로 맞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극안에서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고종을 다시 조명하다.

고종은 한국의 치욕적인 역사의 한가운데 있던 인물로 극중에서는 황정을 면천시켜주었고, 개화에 적극적인 인물로 나오고 있다. 극 후반에는 헤이그밀사를 파견하기도 하며, 의병대를 조직하는 배후가 되기도 한다. 고종이라는 이를 다시 조명하며, 개화를 하고자 하는 시대의 중심에 고종이 있었음을 내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많은 시대를 앞서간 이들이 함게 했음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시대를 그린 명품 드라마, 아쉬운 결말

명품드라마인 제중원은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대박흥행작은 연장방송이 되기도 하는데 반해 오히려 조기종영논란까지 불러놨으니 비운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저. 작품의 완성도와 그에 비례하는 재미를 감안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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