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린시절에는 홍콩영화가 한창 붐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홍콩계 무술스타의 계보를 잇는 황비홍(이연걸)시리즈가 흥행을 하면서 홍콩 무술영화의 전성시대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황비홍보다는 이소룡을 더 쳐주고 절권도가 최고이며 이소룡의 주먹은 너무나 빨라 거구의 남자도 한방에 날려 버린다는 식의 이야기가 황비홍의 폼잡는 무술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아는 지식이 세상의 전부인양 떠들기 좋아 하는 어린 중학교 남학생들은 실전 무술의 최고는 이소룡이라 생각했던 것이조.

다 커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와 같은 다큐전문 채널에서 무술에 대한... 특히 동양의 신비스러운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서양에 소개시켜주려는 취지의 프로그램들에 종종 소림무술이 등장하였습니다. 실제 소림사 고수가 어떻게 수련을 하는지 궁금해 했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다큐방송은 두손가락만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뜨거운 모래에 정권을 단련하는 소림승려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동양의 무술에 대한 환상은 소림고수로 통용된다면 서양쪽...특히 미국에서는 프로레스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설의 헐크호간과 같은 엄청난 거한들이 날렵하게 링안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괴력을 뽐내는 것을 보며 미국인들 뿐 만 아니라 전세계가 열광하였고 한국의 30대라면 얼티밋 워리어나 헐크 호건 등을 모르는 세대는 아마 거의 없지 싶을 정도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또한 육체의 강함을 무기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강함이 어느정도인지도 종종 화제로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동 서양에 고루 그 강함을 인정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이소룡이 거의 유일하지 싶네요.
이글의주제가 마음에 드시면 추천클릭!!!

소림고수 VS 격투기 선수


최근 방송에서 소림사 고수와 미 해병대 출신에 권투를 주종목으로 하는 격투기 선수가 링에서 맞붙어 소림사 고수가 패했다는 소식을 보았는데요. 필자는 뉴스를 클릭해 보기도 전에 이미 승부를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림사 고수와 이소룡에 대한 환상은 그냥 환상으로 놔두는게 좋다는 것을 오래전에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의 보았던 만화나 프로레스링, 무술영화의 고수는 그저 미디어를 통해 부풀려진 허상인 것이조. 그럼에도 왜 아직도 그들의 강함을 실제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나날이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매스미디어의 힘 때문일 것입니다.

소림고수 이룽은 여러 무술대회에서 17연승을 거두며 실전무술 최고의 고수로, 상대는 미 해병대 출신의 격투기 선수로 소개 되었는데, 사실 이러한 대결 구도는 미디어의 상업주의가 좋아 하는 전형적인 형태로 소림무술에 대한 끝을 모르는 환상이 빚어낸 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중국영화계가 '무인 곽원갑'과 같은 근대의 무술영웅을 다루고 있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이유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무술고수의 일대기가 민족주의와 상업성을 절묘하게 연결지어주는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고, 이러한 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또한 중국무술에 대한 환상이 이어지게 됩니다.

소림무술 vs 격투기

여기서 말하는 격투기란 필자의 기준으로 흔히 말하는 실전에 가장 강한 형태를 말하는데요. 최근 수년간 인기를 모아온 종합격투기, 즉 MMA를 뜻합니다. 위 대결에서 본 격투기선수는 권투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필자의 기준에는 소림고수와 마찬가지로 반쪽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추성훈 선수나 엄청난 덩치의 밥샙(시간알려주는 CF나오고 했던..)등이 모두 MMA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조.

MMA? 간략한 소개


 먼저 초기 MMA 무대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을 선보였던 주짓수는 레슬링기반 혹은 권투, 가라데를 주종목으로 하던 많은 격투강자를 꺽어 격투계를 자극하게 되었고, 이후 MMA의 발전과정에서 격투선수들은 주짓수와 권투, 레슬링, 유도, 삼보 등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고루 익히며 종합적인 체계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사실 권투나 레슬링 유도 등은 모두 인간의 육체를 단련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일종의 무술로 비전의 무언가가 있는듯 허황된 이야기를 해오던 중국무술에 비해 따로 놓고 보아도 보다 나은 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고, 이들을 모두 섭렵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MMA는 가장 실전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의 육체대결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Denis Kang ( 데니스 강 )
Denis Kang ( 데니스 강 ) by JaeYong, BAE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그래도 경기에 나선 소림사 고수는 화려하고 멋진 발차기에 치중하지 않고 링안에서의 경기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입식격투를 훈련하고 나온 것 같지만 그럼에도 소림고수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촌경, 발경 과 같은 무언가 대단 한 것처럼 이야기 되던 모습은 역시나~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소림고수를 상대로 상대가 그나마 권투를 기반으로 한 선수이기 때문에 1라운드라도 버틴 것이지, 그가 소림최고수로 17개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자랑하는 타이틀에 걸맞게 현존 MMA최강인 표도르와 맞붙었다면 (체급이 같다는 가정하에) 1분이라도 버텼을지 의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격투대회의 승패를 지레짐작하지 않는 편인 필자이지만 워낙 예외라는게 있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냥 부담 없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가상 시나리오는 표도르의 격식 없는 효과적인 펀치가 소림고수를 상대로 휘둘러 지고 소림고수는 그 의외의 각도와 빠름에 스텝을 밟으며 적응하려다가 어느순간 허리를 안고 들어 오는 태클에 밑으로 깔리고 암바나 파운딩 같은 기술로 마무리...레슬링과 관절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혹은 어설프다면 표도르와같은 강자에게 팔이 뜯기는 것은 정말 순식간의 일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럼 이소룡은? 절권도는?

아 물론 이소룡도 예외는 아닙니다. 심지어 종합격투기 카페에서도 아직 이소룡의 절권도 이론과 눈에 잡히지도 않는 빠른 발차기로 거한들을 때려 눕히는 영상과 글이 나돌 정도로 그에 대한 환상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요. 그냥 과감히 이야기 하자면 이소룡과 절권도 모두 허상입니다. 길게 쓰지는 않겠습니다만...

전통 무술의 허세와 전통을 바라보는 자세

필자는 변화를 받아 들이지 않고 전통을 추구한다고 하는 일부 분야의 허세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전통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에 전통이 아니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조. 백년전에도 전통은 있었고 그 수백년전에도 전통은 있었을 것이며, 그렇게 세월따라 다듬어지고 변화해가며 전통은 이어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세상에는 과거에 집착하거나 너무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미래를 해치며, 미래에 대한 집착은 현재를 망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에 있던 이야기를 하며 허세를 부리거나 과거의 잘못에 매몰되 미래를 꿈꾸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하며,  미래에 대한 환상과 미레에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일들로 인해 현재를 희생하자 말하는 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역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소림고수가 의미 있는 것은 전통무술의 한 형태로 그 전통무술이 형성되는 과정속에 만들어 진 정신수양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 자체로 인정해야할 것이지, 이미 육체의 강함을 내세울 수 있는 시기는 지났는데도 과거에 얽매여 상업주의에 물든 미디어에 이용당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글이 마음에 드시면 추천해주세요(아래 ViewOn버튼 클릭, 비 로그인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