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드라마 대물과 KBS드라마 프레지던트를 보면 몇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짚어 낼 수 있습니다. 먼저 SBS의 대물이라는 드라마를 살펴보면 SBS초기 히트작 '모래시계'의 계보를 잇는 듯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무언가 치열한 현실을 리얼리티 있게 풀어 나가는 듯 보이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이 보다 크게 가미한 듯한 느낌이랄까요. SBS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조. 마찬가지로 KBS에서 드라마를 만들면 같은 사극을 만들어도 MBC에서 히트쳤던 '주몽'과 같은 느낌보다는 '천추태후'와 같은 스타일이 나옵니다.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프레지던트' 역시 '대물'과는 상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전직 대통력이자 돌아가신 '노무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왜 두 정치드라마는 지향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이야기 하고자 하는 주제도 다르면서 드라마의 내용 곳곳에 노무현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감출 필요 없기 때문

어짜피 드라마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정치 현실 이상의 것을 찾아내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 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드라마에서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작 중 인물들의 '권모술수' 정도 였을 뿐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드라마틱한 전개와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고현정, 최수종의 카리스마에 흠뻑 빠져들어 몰입해 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있겠조.

 시청자에게 어필할 만한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두 정치 드라마는 드라마 전개의 소재로써 가치가 있는 인물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운동권세대의 공통점인 학생운동(대개 학생회장 등 중심에 있던 인물들)을 했다는 전력 등은 2010년을 달리고 있는 현 세대에게 그다지 먹힐만한 소재가 아니고 (본격적인 정치드라마가 아니어도 정치인들에 대해 일부 다루었던 드라마들에서 이미 어느정도 다루고 있었기 때문) 불과 십년되 채 되지 않은 가장 최근의 드라마틱한 역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 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이왕 다룰 것이라면 그분을 연상시킬 만한 노란색 잠바라던지 탄핵 역풍이라던지 하는 내용을 감추려 하지 않고 대놓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물, 대통령 탄핵 발의안

대물의 주인공 고현정이 연기하는 서혜림은 이번주에 '대통령 탄핵발의안'의 대상이 됩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상 초유로 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생각해 볼 필요도 없고 더군다나  민동포 대표가 선거 하루전 강태산의 지지로 돌아서는 사건 역시 역풍을 맞아 노 전 대통령을 당선케 했던 결정적 이유가 된 정몽준씨의 지지철회를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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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조금 다른 이야기

최수종이 그리는 대통령은 조금 다릅니다. 초반 부터 여당의 경선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여러 정황이 마치 과거 민주당 경선과정을 연상케 하지만 주인공인 장일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를 '바보'라 불리게 했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행동으로 노사모의 지지를 얻게 되었었조.

 '장일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런부분에서 상당부분 흡사하지만 결정적으로 뜻을 위해 꼼수를 부리지 않는 노무현식 정면돌파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위기 때마다 하희라는 장일준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에 남편도 모르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프레지던트의 가장 굵은 중심스토리는 아마 장일준(최수종)의 경선에 임하는 자세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하희라의 뒷 공작이 될 듯 합니다.
 


큰 사람, 노무현의 그림자.


'바보'노무현은 참 큰 사람입니다. 선대의 문제로 권양숙 여사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그럼 버려야 하는게 맞느냐고 외치고,  미래가 창창해 보였던 3당합당의 와중에 뛰쳐 나온 일까지...노무현은 대통령 당선이후 많은 지지자들의 지지철회로 심적고통이 컸을 법 함에도 임기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 했습니다.

책과 드라마, 그리고 인터넷을 떠돌아 다니는 노무현의 영상들을 통해서라도 그분을 마음에 담고 살아간다면 그리고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라고 외치던 그 뜨거운 심장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항상 정치적인 의식이 깨어 있도록 노력하고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경선출마 연설문 (아래 더보기 클릭)

어느때인가 부터 제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무엇을 했느냐를 묻지 않고, 무엇을 하겠느냐 비전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비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마음에 드는 비전은 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5공때 내놓았던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내놓았던 보통사람의 시대도 상당히 매력있는 비젼이었습니다.
신한국, 세계화, 정보화, 개혁  문민정부의 비젼도 참 좋았습니다.
저는 국민의 정부의 비젼은 달달 욉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화해, 노사협력, 지식기반사회 저도 그렇게 말하면 됩니다.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제 가슴은 공허합니다. 그 말은 누가 못하냐.
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아침에 저는 유종근 전북지사가 지으신 유종근의 신국가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신뢰, 협동이라는 이 사회적 자본을 한국이 제대로 구축하느냐 못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앞으로 사회적 생산성은 생산요소의 투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가느냐. 여기에 달려있다.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가 실려 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문제는 그 사회적 신뢰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꾸어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고 그 자손들까지 모두 멸문지화를 당했고 폐가 망신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비리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야 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고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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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그리며...

가슴아프게도 돌아 가신 이후에 그분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니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후대에까지 대대로 기억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마도 이번 '대물'과 '프레지던트' 이외에도 앞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이야기는 강력한 모티브가 되어 소재로 사용될 것이고, 그를 기억하는데 한 몫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바라는 것은 아직은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지만 악의적인 목적으로 '바보'를 연상케 하는 인물을 드라마에 등장시켜놓고 의도적으로 깍아내리거나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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