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6.10 민주항쟁기념식에서의 기념사는 대선 전 그에 대해 걱정했던 마지막 우려를 걷어내는 명연설이었다.


대선 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집회 또는 여러 지역에서의 강연에서 밝힌 현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나는 꽤나 감명받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나의 문제의식과 이토록 완벽하게 일치 하는 정치인을 그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밌는 점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경선이 중반에 접어들 무렵 유사한 이야기가 문캠프에서도 들려왔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과연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공약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을 하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이재명 시장의 주장을 먼저 접했고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 진영에서의 공약으로는 접할 수 있었으나 입으로는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도 있다.


두번째 우려도 있었다.

과연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 여부였다.


물론 이런 부분은 집권 초기 이미 아젠다 설정부터 인사와 정책의 속도 조절만 보아도 많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이미 어느정도 우려가 해소되어 있는 상태이며, 이번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으로 마지막 우려마저 말끔히 걷어내게 되었다.


필자가 이번 6.10 민주항쟁기념식의 기념사를 명연설이라 하는데는 경제 민주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흠도 찾아볼 수 없이 모두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부산의 아들 박종철과 광주의 아들 이한열을 나란히 언급하며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그 유족들을 옆에 두고 기념식 내내 함께 한 부분은 어떻게 민심을 얻고 일의 진행에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 본인 뿐만 아니라 참모진이 모두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518때도 그러하였고.


"민주주의가 정치, 사회, 경제의 제대로서 정착하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룬련될 때 민주주의는 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


참으로 와닿는 참으로 공감가는 말이다. 

내 심정이 그러했다. 제대로 훈련 되어야 세월이 흘러도 깨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한 사람 한사람이 여론을 만들고 국정의 동력이 되어 주는 것이다.


또한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6.10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며 그로 인해 제도적인 완성을 향해 가는 현 시점에 경제 민주주의라는 내용이 흔들리며 온갖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내고 확산시킨다는 그 인식 또한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통령이 바른 인식과 바른 정책적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연설을 통해 재차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왜냐면, 앞으로 구체적인 각론에 접어 들었을 때 나의 생각과 일부 다를 수 있거나 또는 종편을 비롯한 언론에 의해 흔들기, 세부 정책에 의해 나의 작은 손해가 우려 되는 때가 온다 하더라도 바른 방향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감수할 수 있고 인내할 수 있으며, 끝내 나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하에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연설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 국민여러분과 함께 

6?10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장에 서니 정말 감회가 새롭습니다.


스물이 안된 청년부터 일흔의 원로까지,

제주에서 서울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고,

영남과 호남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함성, 

'호헌철폐, 독재타도', 그 뜨거웠던 구호가 

지금도 귀에서 생생합니다.


30년 전 6월, 

우리는 위대한 국민이었습니다.

빗발치는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청년학생들.

응원군에서 항쟁의 주역으로 변해간 넥타이부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고, 빵을 나눠주고,

전투경찰의 가슴에 평화의 꽃을 달아주었던 시민들.

그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30년 전 6월, 

우리는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엄혹했던 군부독재에 맞서 

불의에 대한 분노와 민주의 열망이 만들어낸 승리였습니다.


국민은 시대의 흐름을 독재에서 민주로 바꿔냈습니다.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을 권리, 

국민이 정부를 선택할 권리를 되찾았습니다.

바위에 계란치기 같았던 저항들이

끝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

너무도 위대하고 감격스러운 역사였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만이 아니었습니다.

6월 항쟁은 우리 사회에 광장을 열었습니다.


보도지침이 폐지되고, 

언론과 시민은 말 할 자유를 찾았습니다.

다양한 시민사회운동 조직이 생겼고,

억압되고 폐쇄되었던 

민주주의의 공간을 확대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면, 눈부신 경제발전도, 

사회 각 분야의 다양성도, 

문화와 예술도 꽃피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30년, 우리 사회가 이뤄온 

모든 발전과 진보는 6월 항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이룬 그 모든 성취를 바탕으로 출범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오늘, 

6월항쟁의 주역인 국민과 함께

30주년을 기념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6월항쟁의 정신 위에 서 있습니다.

임기 내내 저 문재인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임을 

명심하겠습니다.

역사를 바꾼 두 청년, 

부산의 아들 박종철과 광주의 아들 이한열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항쟁을 이끌어주신 지도부, 

87년 뜨거운 함성 속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함께 환호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세계가 경탄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우리 국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작은

해방과 함께 바깥으로부터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이만큼 키운 것은 국민들이었습니다.

그 길에 4.19가 있었고, 부마항쟁이 있었고,

5.18이 있었고, 6월 항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지난 겨울 촛불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촛불은 한 세대에 걸쳐 성장한 6월 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었습니다.


우리는 6월 항쟁을 통해 주권자 국민의 힘을 배웠습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실천적으로 경험했습니다.

6월의 시민은 독재를 무너뜨렸고

촛불시민은 민주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촛불은 미완의 6월 항쟁을 완성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우리 앞의 과제는 다시 민주주의입니다.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6월 항쟁으로 성취한 민주주의가

모든 국민의 삶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구체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질 때,

6월 항쟁은 살아있는 현재이고 미래입니다.


민주주의는 제도이고, 실질적인 내용이며, 삶의 방식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고 제안합니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후퇴하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인권은 확대될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헌법, 선거제도, 청와대, 검찰, 국정원, 방송,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운용하는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사와 의지를 

감시하고 왜곡하고 억압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위기가 근본 원인입니다.

제가 일자리대통령이 되겠다고 거듭거듭 말씀드리는 것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로 가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6월 항쟁 30주년을 디딤돌 삼아 우리가 도약할 미래는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고, 격차를 줄여가는 

사회적 대타협에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해내야할 과제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당부 드립니다. 


누구나 성실하게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것 걱정 없어야 합니다.

실패했더라도 다시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가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정치권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 가지, 꼭 함께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6월 항쟁의 중심은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사제, 목사, 스님, 

여성, 민주정치인,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문인, 교육자, 법조인, 문화예술인, 언론출판인, 청년, 학생,

그 모두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로 모였습니다.

전국 22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린 6.10 국민대회가

6월 26일, 전국 34개 도시와

270여 곳에서 동시에 열린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국민평화대행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6월 항쟁에는 계층도 없었고, 변방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저도 부산에서 6월 항쟁에 참여하며,

민주주의는 물처럼 흐를 때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이 

2017년의 아버지가 되어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2017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정치와 일상이, 직장과 가정이 

민주주의로 이어질 때 우리의 삶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이

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갑시다.

관행과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갈 일은 그것대로

정부가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일상화되어있는 비민주적인 요소들은

우리 모두 서로 도와가며 바꿔나갑시다.

개개인이 깨어있는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노력은 그것대로

같이 해나갑시다.


민주주의가 정치, 사회, 경제의 제도로서 정착하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될 때,

민주주의는 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6월 항쟁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는 영원하고,

광장 또한 국민들에게 항상 열려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10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이제 문재인 정부의 임기초반이다. 부디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어 그를 선택한 국민 모두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더 나은 미래가 만들어 나가는데[ 이바지한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참! 잊고 말하지 않고 넘어갈 뻔 했다. 이글을 쓰게 된 동기는 명연설의 내용 전부지만, 대통령 본인이 대통령 직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이라 일컫는 부분에서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당연한 말이 이제서야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는가. 

이 한마디가 갖는 의미는 차후 기회가 되면 또 언급할 날이 올 것이다. 굉장히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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