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장관의 국민의당 입당 소식을 듣고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사실일까.

정치 외에도 세상일은 운이 필요하다. 천시와 지리와 인사가 모두 중요하며 따로 떼어놓고 이게 낫고 저게 낫고 말할 수가 없다. 민주당에서 정동영 전 장관은 운이 따랐다. 굵직한 거목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어느순간 운이 다했다. 위치는 올라갔는데 정점에서 제대로 개화해 보지도 못하고 어느순간 지나간 정치인으로 밀려났다.

지금 정동영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그의 과거 발언은 해명을 들어 보면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번 형성된 이미지를 깨부술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여야 정치인 가운데 원로급은 정동영보다 더한 시련을 이겨낸 사람들이 많다. 정동영은 자신의 이미지를 깨고 나아갈 역량이 되질 못했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위상만 높아진 상태다.

앞서 천시를 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떤 한 개인이 대통령 후보까지 간다는 것은 확률적으로만 봐도 매우 히희박하다. 웨일즈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학 석사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으며, 방송국에서 유명세를 치룬바 있고,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어 있는 것만 봐도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었음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 조차도 대통령 후보에 나서 처참히 패배하고 나면 그 운은 이미 다한 것이다.

세상은 녹록치 않으며, 지나간 사람은 지나간 사람이다. 그가 더 큰 거목이었다면 모를까.

안철수의 오판

국민의 당은 중도를 표방했다. 우리나라는 좌우 이념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도가 많다. 사안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보수 진영 보다는 진보 진영의 이탈자가 많다. 아무리 떠들썩한 일이 있어도 새누리당 지지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회복되는 반면 더민주는 그렇지 않은데서 엿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중도라는 것은 결집력이 약하다. 그래서 스타정치인은 도움이 된다. 반면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동영 전 장관은 진보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로 국민의당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타협은 김한길로 충분했다.

국민의당, 정책정당의 면모가 필요하다.

창당은 참 복잡하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사람 모으고 준비하며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능력이 좋은 사람은 시간을 잘 활용하거나 잘 활용하는 사람을 잘 쓴다. 국민의당이 창당준비에 아무리 바빠도 눈에 보이는 것만 쫒다 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국민의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두가지로 분류가 된다.

첫째는 "안철수가 지금껏 보여준게 무엇이냐" 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국민의당에 어떤 정책이 있느냐 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국민의 당에 던지는 매체나 사람이 많지 않고, 또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답 또한 없다. 일전에 어느 프로에서 보니 창당준비 하느라 정신 없는데 일일이 어떻게 신경쓰겠느냐 말하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오판이다. 애초에 더민주를 탈당하고 합류하기로 했던 의원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한가지일 것이다. 당시 주춤했던 여론 지지율이 결정적이었다. 그럼 이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정책이다. 모든 분야를 다 아룰러 발표하라는게 아니라 예고편이라도 보여주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마치 굴뚝 제조사가 <내돈으로 신기술을 개발해서 제조하고 포장까지 마친후에 마케팅을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요즘은 아이디어를 공개해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벤쳐(스타트업)가 설립되는 세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분야를 망라할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뚜렷한 정체성을 알아 볼 수 있는 정책 몇가지를 대외적으로 알렸어야 했다. 단점은 자칫 영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인데, 아주 맹탕으로 정체성이 없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이렇게 지지율이 올라가면 함류를 망설이는 의원 개개인을 만나 설득려하다 실패하는 것보다는 더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알아서 합류해 왔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안철수가 한게 뭐있느냐" 라는 비판은 정책 및 법안에서 해결 될 문제이므로 패스한다.

국민의 당은 앞으로 몇번의 시험대를 거쳐야 한다.

교섭단체 구성이 시급하고, 이것이 안되면 총선에서 이루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을 이끄는 지도부해서 할 일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민의당이 중도정당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동영 전 장관을 영입하는 것은 당장에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차후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전 장관은 더민주안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새누리당의 서청원의원과 같이 자리매김하는것이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상돈 교수와 같은 인물을 포용하지 못한 더민주에 아쉬움을 갖고 있지만, 더민주는 더민주대로 역할이 있다. 국민의당이 중도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정책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면, 더민주는 정통야당의 위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의 앞으로의 행보에 중요한 길목인 교섭단체 구성에 삐걱대고 있음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총선이 남았다. 급하다고 중도정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흔들어서야 어찌 밝은 미래가 있을까. 정동영 전장관의 국민의당 합류는 필자에게 충격이었고, 바람직한 총선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부정적 역향을 줄 뿐 아니라 총선 이후의 행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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