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즉 스스로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말하는 이 단어에 90년대를 합성하고 보니 당시의 아버지을 대변하는 듯한 빙그레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랬다. 서울 상경기에 대한 로망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는 당시에도 많이 있었지만 신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과거의 유물이자 잔존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은 환영할만한 그것은 아니었다.

응답하라1994의 에피소드에서도 나왔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겨 생존율이 반밖에 안되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빙그레의 아버지는 그 욱하는 성질을 버리지 않았다. 죽을 때가 되면 달라진다고 하지만 그건 그렇게 자신이 납득하고 받아드리고 나 이후일 것이고, 갑작스레 아파 입원하고 수술받는 그 순간까지도 빙그레 아버지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빙그레는 차마 간호사에게 큰 소리치는 아버지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 나가 버렸다. 우리네 아버지 세대는 그랬다. 성동일 같은 부모도 있었겠지만 빙그레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는 더 많았고, 그 자녀들은 숨을 죽이고 살거나 밖으로 뛰쳐 나갔다. 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다. 소리치고 윽박지르는데야 자녀들이 견뎌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닐터.

자녀를 위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할 일임이 틀림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그런 시절을 살아온 아버지 시대의 변명거리에 고개를 젓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핑계일수도 있고 변명일 수도 있지만 그저 아버지 세대의 그 무뚝뚝함 그 자체를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는 이게 쉽지 않다. 드라마처럼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버럭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녀들이 마음은 있어도 생각처럼 살갑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응답하라1994빙그레 아버지는 간호사에게마저 버럭한다. 그 심정을 모를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하다. 자식에게까지..

 

일부는 이런 버럭하는 아버지에게 친근하게 다가설줄도 아는 젊은 청년들이 있다. 웃으면서 살살 어깨도 주무르면서 친근하게 이야기 할 줄 알면서 예의 역시 지킬 줄 아는 붙임성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빙그레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을 확율이 얼마나 될까? 십중팔구는 똑같이 무뚝뚝하거나 빙그레와 같이 되지 않을까?

빙그레 아버지은 아들이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 의과대생임을 자랑스러워 했다. 또한 산소호흡기를 단 상태에서도 공부에 방해 된다며 어여 서울로 올라가라며 다그치기까지 한다.

응답하라의 작가가 1994~95년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이 녹아 있을 터이지만 그렇다과 남들이 공감할 수 없는게 아니라 오히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리얼함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왜 그렇게 당시 필자의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이었던지...가족간이라지만 윽박지르기만 할게 아니라 사랑을 표현할 줄도 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그런 생각. 그리고 어색하고 늦었다고 생각지 말고 조금씩 달라지려고 노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어른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왜 우리가 바꿔야 하냐면서 되묻는 분들이 많았다.

자식 사랑 하는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며 거칠게 소리치는 모습은 당연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자녀들도 노력하기 어렵다. 가까이 하고 싶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싶은게 가족이지만 자녀들이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려면 적어도 서른 중반은 넘어서야 하는데 그 때는 이미 잔정은 남아 있지 않고 마음속 깊은 속정만 남아 있으니 관계 개선이 잘 되기란 요원할 뿐이다.

결국 본래부터 자상한 아버지가 아닌 경우라면 가능한 시기를 놓치기 전에 먼저 마음을 열고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빙그레 아버지처럼 빙그레가 아직 젊을 때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아버지들은 손자손녀를 볼 때 쯤은 되어서야 작고 큰 변화를 맞이 한다. 부모와 자식간에 어찌 이렇게 서로간의 변화가 찾아오길 바라고 애정을 표현할 날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더 늦고 더 후회하기전에 가족간에 다가설 수 있는 작은 변화라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적어 보았다. 근래 성나정과 쓰레기의 러브스토리가 주를 이루는듯 보여도 실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떠오르게 하는 많은 단상들은 응답하라1994를 보는 또다른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