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엔터테인먼트의 공식사과문이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비록 최선의 타이밍은 아닐지언정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결단이라 평하고 싶다.

필자가 인정하고 싶은 부분은 거듭 사과를 표명한 부분이다. 현실에서도 누군가와 다투는 일이 생기면 잘잘못을 떠나 상대방의 태도로부터 더 화가 북돋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크레용팝에 대한 논란은 대표의 태도와 웨이의 말투에서 증폭된 감이 큰데, 이번에 나온 사과문에는 내가 억울한 부분을 강조하기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드러내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어서 그나마 여론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평가할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하고 있진 않다. 첫인상이 그래서 중요하다. 한번 잘못 끼워진 단추는 다 풀어 버리고 다시 맞춰나가야 늦은듯 싶어도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법이라 할 수 있는데, 대개 이런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니들이 얻은게 뭐가 있는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쯤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댓글 반응 몇가지를 소개하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 보겠다.

"일베는 그럿다 치고, 표절은 어쩔껀데?"

이런 반응은 사과문에 담긴 내용 자체를 전면으로 부정하기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애초에 논란 거리도 되지 못할 부분이기에 따로 부언을 하진 않겠다.

"한번 일베인은 영원한 일베"

사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런 극단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일베를 만든 것인데, 울타리기 다르다고해서 '주홍글씨'를 아무렇지도 않게 씌우려고 하는 부분을 보면 조금 끔찍하단 생각마저 든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해도 들어 주지 않으려 하거나 그래도 싫다고 하는것 까진 좋으나 이런 극단적 댓글 반응은 조금 과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악성댓글의 숨어 있는 진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의 주장과 판단에 다른 사람이 동조해 주길 바라는 심리에 있기 때문이다. 즉, 사과문에 어떻게 일베를 알게 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도 '여전히 일베'로 보겠다는 것이며,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모든게 우연인가?"

모든게 우연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고의적으로 의도한건 아닌듯 싶다.
다만, 노이즈마케팅 효과가 있음을 인지하고 난 후의 대처라는 부분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부분은 앞서 말한 바처럼 첫단추를 잘못끼운 부분이어서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부정적 인식을 머리에 한번 담아두게 되었을 때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것은 지난한 일임에 틀림 없다.

"이용해 먹고 버리네"

공식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이부분은 해결될 수 없는 난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크롬엔터테인먼트의 사과문은 기대한 이상의 태도와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더 다루겠지만 실보다 득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타이밍에서만큼은 최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온전히 해결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논란의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노이즈마케팅을 실컷 이용해 먹은 후 이제서야 일베와 선을 긋는건 이용해 먹고 버리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부분은 다시 말하지만 쉽게 해소될 부분은 아닌듯 싶다. 크레용팝이 일베논란으로 자주 언론에 노출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논란이 있기 전에도 얼핏 크레용팝의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했던 것이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를만큼 생소한 그룹이었다. 의도 했던 아니던 논란으로 인해 더욱 많이 알려졌다는 사실은 크레용팝에 대한 반감을 거두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남지 않을까 싶다.

크롬엔터테인먼트의 공식사과문에 담긴 긍정적인 면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여론의 악화를 막고, 확실한 입장 발표로 인해 팬들 또한 입장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디었다는 점이다. '크레용팝'의 데뷔곡부터 해서 빠빠빠까지 들어 보고 맘에 들긴 하지만 꺼림직한 부분이 있어서 팬이 되긴 좀 그렇지 않는가 싶은 상황에서 입장을 정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 주는가와 아닌가에 따라 개개인의 선택이 나누어질 것이다.

숙제로 남을 부분

일베보다 회원이 많고 역사도 훨씬 오래된 디씨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회원수가 훨씬 많은 뽐뿌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 여론이라는게 대개 자신이 아는 범주안에서 판단하기에 착오가 생기게 되는데, 크롬엔터의 대표도, 그리고 그런 그를 판단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즉 팬사이트내의 홍보인증게시판이 있고 그 홍보란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 알게 되었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보는 인식의 차이는 이런 부분에서 기인한다. 다만 확인 할 수 없는건 활발한 활동의 증거라고 말해지는 일베 커뮤니티내의 레벨 부분인데, 사과문으로만 판단하긴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면 일베 출입 초기에는 여러 커뮤니티의 하나로 판단했다는 말이 통할 수 있지만 사실 조금만 들여다 봐도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어서 아무리 홍보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일베를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뒤늦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는 부분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베가 비난을 듣는 가장 주된 이유 중에 한가 바로 제어되지 않는 글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 자체적인 정화작용이 기능하지 않아서 보이는 글 하나하나 그리고 그 글에 달린 댓글 하나하나에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고 할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런 부분을 늦게 알았다고 하니 선뜻 납득하긴 어려운게 현실이다. 주변을 돌아 보면 인터넷 자체를 활용하지 않거거 단지 뉴스 정도만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크레용팝 논란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사이트에 접속해서 보았을 때 문제를 인지하고 못하고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늦어도 단 몇분, 길어도 일 이십분만 보면 알 수 있는걸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위해 비겁하게 외면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해명에 나선건 납득하기 어려운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단, 앞서 말했듯이 모든 부분을 명료하게 정리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내용을 담은 공식 입장인건 맞는거 같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를 청하고, 오해인 부분은 그간 밝히지 않은 부분을 첨언하고 있는 공식발표문은 나름 최선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필자가 지난 글에서 주장한 바대로 일베와 '선긋기'를 한 부분이 가장 긍정적이다. 당장 여론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어도 '선긋기'를 한건 앞으로 여론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키로 작용될 것이며. 반사회적 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사이트라는 선언적 발언으로 옥죄어져만 갔던 분위기는 일정 부분 반전될 여지를 만들어 냈다.

사실 이런 저런 이야기들 보다 사죄를 청하는 구절이 많은게 가장 인상적이고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성적이고 성숙한 사회라면 잘못에 대해 사죄를 청했을 때 관용을 베풀기 마련이다. 해명 중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상대가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했을 때는 일일이 더 따져 묻지 않고 더 겸손하게 말하고 행동하겠다는 각오를 지켜봐줄 정도의 아량은 있어야 하는것 아닐까.

크레용팝이 다음달에 신곡을 들고 나온다는 소식이 있는데, 다음 곡 역시 '빠빠빠'와 같은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데뷔 때부터 방송 출연기회를 잡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크레용팝TV를 비롯해 여러 동영상 및 컨텐츠를 생산해 내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찾아 보게 되었을 때 그룹의 히스토리를 쫒아 되짚어 볼 수 있게 한 준비된 전략은 '빠빠빠'에 이르러 큰 결실을 맺고 있다.

이번 사과문으로 인해 모든 논란이 완전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는 기대하기 않는다. 그러나 팬이 되려고 하거나 안티로 돌아는데 있어서 아니거나로 갈리는 근거가 마련 되었으니 믿고 안민고는 대중의 몫이 되었다. 지난 해명글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척점에 있는 대상으로 여기거나  억울함을 항변하는 뉘앙스가 있었서 문제를 더욱 키워냈는데, 이번의 공식입장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끝으로 크레용팝 멤버 웨이의 솔로영상으로 마무리한다. 매번 언론기사에서 접하고, 노래로는 '빠빠빠'외엔 접해본 적 없는 분들을 위해 웨이가 인디밴드 시절 작사작곡한 '택시안에서'란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는 영상으로, 아는 분들은 알지만 아직도 크레용팝은 물론이고 심지어 현재 인기정상급 아이돌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기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 영상으로 설명을 대체하려 한다.(웨이랑 초아는 쌍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