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예능의 강자였던 해피투게더와 수요일방송에서 목요일로 옮긴 무릎팍도사, 그리고 자기야라는 세프로그램이 동반 부진에 빠진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보고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 글로 남겨 본다. 해당 기사의 분석이 틀렸다고 말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TV시청요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최우선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예능프로가 줄 수 있는 재미의 한계보다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다양성을 갖기 때문이다. 소재의 한계가 사실상 거의 없고, 연속성을 갖고 케릭터 구축에 성공하게 되면 그 몰입도 또한 예능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재벌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틀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위기가 닥치고 시청률 15%전후만 되도 성공했다고 자평할 정도로 파이가 줄어 버렸는데도 아직도 엉뚱한 변명을 하고 있다. 물론 자본력이 좋은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이 있다고 하지만 그런 외부요인 말고 내부적 요인에서 제대로된 문제를 찾아내 극복해 내야 하는데, 내부적 요인에 대한 분석에는 변명만이 가득할 뿐 진정한 변화의지는 찾아볼 수 없으니 위기는 중첩되어 가고 개선은 커녕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필자가 어린시절에는 집집마다 TV한대씩은 있었지만 방마다 있는 집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채널권은 부모님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모니터에 TV기능을 달아 놓은 경우도 많고, TV가 두대 이상 있는 집도 상당하며, 일드와 미드 심지어 중드까지 다양한 컨텐츠가 홍수를 이루고 있으며, 케이블채널은 약진에 약진을 거듭해 지상파 채널에 못지 않은 아니 더 특화된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재벌2세와 실장님이 나오고,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는 여러 선택지중 하나로선 아직 의미가 있으나, 다양한 취향을 가진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는 사실상 경쟁력을 잃어 버렸다, 과거처럼 욕하면서 본다고 하는 막장의 위력은 사실상 거의 소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필자의 경우 재벌의 재자만 나와도 해당 드라마는 일체 시청하지 않게 된지 오래이며, 주변을 보아도 어느정도 반응이 좋은 주말 드라마라고 해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섞여 있으며, 이 또한 지난 수년간 비율이 역전되어 현재는 주말드라마 제목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져 이젠 아예 드라마 이야기 자체를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왜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는 것이고, 그나마 동네 미용실에서나 관련 이야기가 화제의 공통분모로 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의 장점은 다시 말하지만 웰메이드 된 경우 그 몰입도는 과거나 현재나 그 위력이 여전 하다는데 있다. 지금 다시 시크릿가든, 선덕여왕과 같은 잘 만든 작품이 방송된다고 가정 했을 때 필자는 수년전과 동일한 수준의 시청률이 그대로 나온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달리진 시청자의 취향과 수준을 따라 잡지 못하는 방송컨텐츠가 문제일 뿐 잘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류 컨텐츠의 중심인 드라마는 과거 홍콩영화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특화된 영역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었으나 그 틀안에서 벗어나리 못하고 뱅뱅 돌다 동력이 떨어지자 회생하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방영하기 시작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리고 두어달 전 방영하여 큰 호응을 얻은 '나인'에서 지상파 드라마의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나인'의 특징은 굳이 케이블채널에 한정되어 볼만한 소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케이블에 조금더 어울리긴 하나 굳이 지상파라고 해서 가릴만한 소재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달라진 시청자의 눈높이가 이미 '나인'과 같은 소재를 거리낌 없이 받아 들일 정도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소재도 마찬가지로 수사드라마에 주인공의 특정 능력이 결부되어 색다른 재미를 주는 드라마는 기존에도 있었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 예컨데 미국에서 상당히 오랬동안 시청률 1~5위사이에 머물러 있던 의학드라마 '하우스', 전직 사이킥(심령술사) 출신이 수사팀을 지원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멘탈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한국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남의 것을 그대로 따올 필요는 없지만 소재의 확장을 어떻게 가능케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의 하나로 고민해 보기에는 충분히 넘치고 넘치는것 아닐까?

자체컨텐츠 생산에 한계가 오자 한국 방송계는 일본 드라마 원작의 작품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일부는 성공하지만 일부는 성적이 좋지 못하다. 이런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역시 원작도 중요하지만 그 원작을 얼마나 한국적으로 잘 각색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려준다. 

'닥터진'의 경우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아 성공한 작품이다. 원작만화 뿐 아니라 드라마까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과 이 드라마가 어울릴까? 애초에 수입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상 구한말 몇세대에 걸친 부정부패의 결과과 일본의 역사가 상반되어 비슷하게 꿰어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주장과 입장을 갖고 대립하지만 결국 나라를 위한 신념은 같으며, 그 가운데 치열한 삶을 살다 간 이들의 삶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닥터진'과 같은 작품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해당 작품은 단순히 시간여행을 한 의사 이야기가 아니라 배경이 되는 시대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닥터진은 여기서부터 전혀 상반된 역사를 가진 흥선대원군 시절을 묘사 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공감을 얻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소재라는것은 한국화 되었을 때 의미를 갖게 되는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단순히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소 색다르고 흥미롭다. 미리 짐작하건데 이 작품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가지 추정할 수 있는건 비슷한 소재가 또 나오게 되었을 때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인데, 커피프린스1호점이 성공한후 몇해 지나 커피하우스가 방영되었을 때 같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과 같다. 요는 만화, 영화, 미드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이능 중 하나인 심리를 읽는 능력이 한국의 드라마에 첫 선을 보였을 때 그 처음이라는 의미 자체가 경쟁력임을 말하고 있다. 미드에서 같은 이능을 보는것과 한국 드라마에서 보는것과 같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포털사이트 다음 측에는 축하를 보내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작품 중에 하나가 '미생'인데, 이런 소재 역시 지상파 드라마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즉, 지상파 드라마로 등장해도 충분히 통했을 작품이 다음 앱에서 볼 수 있는 컨텐츠에 머물러 있는게 안타깝다는 뜻이다.


10시 정각에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욕구를 갖지 못할 경우 예능은 그 시너지의 반응 잃어 버린다. 드라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예능역시 그 영향을 받게 된다. 10시에 드라마를 보고 있던 사람이 11시에 예능을 볼 확율이 높지 드라마를 패스하고 에능만 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여담으로 7~8년전 미드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을 때 문득 알게 된 사실에 약간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만해도 대박드라마는 40%를 넘어서는 일이 잦았고 한해에 30%전후가 되는 드라마는 상당수였던 시절이었는데, 미국드라마는 시청률을 시청자의 수로 표현하는데(Viewer), 위에서 언급한 '하우스'의 경우 이천만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였다.  

채널수가 많아지고 선택권이 많아질수록 지상파의 시청율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외부의 변화에 변명해가며 변화를 모색하기보다 안주하려 하다 보면 그 속도는 더욱 가일층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최소한 드라마 제목은 알아 듣는 정도의 회복은 어려운 것일까? 수요일 출근해서 월화드라마 제목을 말했을 때 알아 듣는 사람이 열에 다섯 정도는 되도록 하려면 더 많은 고민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며, 더이상 늦추어선 안되겠다는 주장을 해본다. 

드라마가 경쟁력을 잃으면 잃을 수록 케이블과 종편에는 기회를 주게 된다. 다른데서 엉뚱한 분석을 하지 말고 드라마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고심이 담긴 결과물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 그래야 예능도 살고 9시 뉴스도 살아 나며, 해투나 개콘의 위기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중심 컨텐츠가 무너지면 주변의 여러 컨텐츠가 다 같이 무너짐을 잊지 말자. 

p.s 아직까지 지상파과 케이블의 결정적 차이점은 습관적으로 틀어 노는 채널이냐 아니냐의 차이점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tvN과 엠넷은 이 기준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아직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케이블의 인기 프로는 일부러 찾아서 보지만 지상파는 TV켜면 기본으로 찾는 채널이다. 이제 지상파는 전파로 잡히지 않는 케이블과의 상대적 우위에 안주할게 아니라 색다른 도전과 시도를 해야한다. 그 시작은 지상파에서 '응답하라1997'과 같은 신선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드라마가 등장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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