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로즈'는 기대한 것 이상의 이상을 넘어 가히 최고라 할만 하다. 음원이 공개 되고 얼마 안 있어 공개된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압도되고 말았다.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어느 한순간 빛이 날 때가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이 그러했고, '비담' 김남길이 그러했으며, 최근에는 '그겨울'의 송혜교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이하이의 '1,2,3,4' 에 이어 'it's over'는 YG의 전략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울풀한 강점을 놓쳐서는 이하이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고 보는 대중이 많을 것이고, 너무 한국적 정서랑 멀면 외면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던 차에, YG에서는 그녀만의 강점을 놓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듯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결국 대중 친화적이기보다 이하이만의 영역을 만들어 줄 실험적 음악으로 그녀를 데뷔시켰다. 한국에선 아직 덜 익숙한 레트로 소울과 재지블루스란 전략적 선택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아니 심지어 빅히트를 치고 말았다. 한국 가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기만의 영역을 아직 어린 소녀가 만들어 내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과거 한창 팝을 듣던 시절 머라이어캐리 등 1집과 2집을 거치며 한층 더 자기색을 더해가는 여러 가수들을 보았던게 엊그제 같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은 건 자기컬러를 갖는 뮤지션의 경우 노래 한곡 한곡이 발표 될 때마다 정해진 틀이 아닌 대중과 호흡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로 그룹명을 말하긴 뭣하지만 '티아라'의 예를 들어 보면, 여느 아이돌 그룹이 그렇듯이 귀엽고 발랄하고 경쾌한 방향과 성숙하고 뽕끼 있는 노래를 투트랙으로 가져가는 전략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분명 보이는 부분이 있다. 예상 되는 부분보다 조금 더 낫거나 못하거나 할 뿐이지 그룹의 컬러는 예상하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룹을 구성하는 멤버들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성격중 대중에 어필되는 부분만 선별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그런 부분을 버리는 모험을 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런데 이하이 역시 예상되는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듯 싶지만 그렇다고 뻔한 틀에 갇혀 있지 않는다는걸 데뷔곡으로 보여주더니 발표되는 곡마다 변신을 거듭하면서 대중에게 끊이지 않는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런 전략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이하이의 매력 넘치는 보컬 톤에 있겠지만, 그걸 제대로 살려주는 매니지먼트가 분명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음도 분명하다. 또한 로즈' 이후에 또 어떤 곡으로 가요팬을 즐겁게 해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신곡 '로즈'로 돌아가 보자. 요즘 비판 받는 의미 없는 가사는 없다. 중간 중간 테디만의 느낌이 뭍어나는 파트가 있긴 하지만 이하이의 컬러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 작용할 뿐 아예 덮어 버리진 않는 균형감각이 살아 있다. 아마  이제서야 YG의 대표 작곡가인 테디가 이하이를 이해한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종종 테디이 곡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로즈'라는 곡을 선물이라 생각한다. 이하이의 노래가 늘 이렇게 대중성을 충족시켜 줄 지는 미지수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이하이의 음악을 정립하는 중요한 주춧돌 하나가 완성 된 느낌도 든다. 물론 앞으로 걸어가는 길 가운데 많은 갈림길이 있겠지만 적어도 중요한 뼈대 하나는 세우게 되었다는 말이다.

현재 이하이의 '로즈'는 음원올킬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전엔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가, 그리고 다시 1년만에 '벚꽃엔딩'이 기적처럼 차트 정상을 되차지 하며 그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이런 부분은 대중의 선호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실히 알리고 있다. 분명 이런 흐름은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고, 일부 인기 상승세의 아이돌 그룹을 제외하고는 대개 정체현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는 흐름을 선도 하는 이들이 때 맞춰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흐름을 찾아내는 이들이 수면아래에서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때를 만났다기 보다 만들어 냈다고 보는게 더 옳은 표현이지 않나 싶다. 악동뮤지션이나 버스커버스커 이하이가 때 맞춰 우연히 나타난게 아니라 그들이 그런 때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 몇년간의 오디션 열풍의 가장 화려한 꽃망울을 이하이가 터트리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 한국 가요계의 지나친 아이돌 쏠힘 현상으로 인해 가수의 꿈을 갖고 도전하는 이들의 한쪽에만 서서 다른 영역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기형적인 병목현상은 어느정도 해소되고, 냉혹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경쟁력 있는 아이돌그룹과 여러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적절히 공존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하는데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 이하이 등이 믾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런 흐름도 영원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해 아예 가요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고, 신승훈 이문세 등으로 중흥기를 맞았던 발라드 전성시대는 그 영역을 축소하게 되었던 것처럼 흐름을 바꾸는 존재가 분석과 예상을 벗어나 등장하게 될 것이다. 버스커버스커가 '벚꽃엔딩'으로 판도를 바꿨다면 또 다시 '아이돌 전성시대'의 문을 연 '텔미'나 또 다른 'gee'가 등장할지 어찌 알까.

 글을 쓰는 지금도 대중에게 큰 기쁨을 선사 해주는 '이하이'란 소녀가수의 아름다운 노래를 행복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 이하이의 '로즈'는 이하이의 컬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며, 더불어 올해의 가수는 이하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곡이다. '로즈'는 들을 수록 더 좋고, 깊이 빠져들게 하는 데다가 왠지 기분 좋은 이유를 덧대기 좋게 한다. 특히 필자의 마음에 드는건 아름다운 선율과 같은 멜로디에 이어 저음의 도입부가 이어지고 다시 'run away'를 반복하는 부분에서 언뜻언뜻 드러나는 이하이만의 묘한 보컬이 너무나 잘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좋아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부분이다.

아직 이하이의 '로즈'를 못들어 보신 분이 이글을 보고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올해의 노래'감이라는 주장도 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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