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수사권 조정안 원안대로 통과, 민심 모르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한나라당이 민심을 잃고 지지도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통합민주당의 인기가 반대급부로 올라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해야 한다는 병법처럼 타협할 만한건 타협해주되 꼭 쟁취해야할 사안들을 반드시 얻어냈어야 하는데, 지난 참여정부당시의 여당은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서도 반대의 행동을 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어줍잖은 살을 취하고 뼈를 내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정권을 쟁취하고 난 이후 거센반발속에서도 미디어 악법을 통과 시켰고, 4대강 죽이기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최근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원한대로 의결해 버렸다.

필자는 근래 한나라당의 움직임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한나라당은 강약조절의 선수들이어서 어떤 일을 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민심을 모아가는 과정을 절묘하게 처리해 왔으며, 상대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지 세력만큼은 충분히 만족시키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이런 명분쌓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중간층에게 조차 반발을 덜 사거나 심지어 지지까지 끌어내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은 이런 기능이 마비되어 있는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조롱하듯 말하는 '팀킬' '자가탄핵' '셀프탄핵'의 당사자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장직을 거는 무리수를 두었음에도 당대표(당시 홍준표)라는 사람이 이를 만류하지 못하고 지지표명을 했겠느냐라는 것이고, 이 밖에도 나꼼수 열풍의 핵심 당사자인 정봉주 의원을 구속시킨점, 디도스 공격 사건, 4대강 죽이기 사업을 하기 위해 억지로 줄여버린 예산들로 인해 생기고 있는 부작용들(올해 불충분했던 홍수대비 등)을 보면 무언가 들떠 있고 무언가 급한 느낌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자. 정봉주 유죄확정이 지난 1,2 심 이후 3개월 안에 이뤄져야 함에도 당시 대법관이라는 사람이 법을 무시한채 무단으로 질질 끌다가 후임에게 넘기고 후임이라는 사람역시 무단으로 10개월을 끌다가 나꼼수 열풍 이후 정 전의원이 예비후보등록을 한 다음날 상고에 대한 유죄 확정선고를 내렸다. 이런 타이밍 안맞는 일이 자꾸만 발생한다는 것은 뭔가에 쫒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진전이 아닌 후퇴에 가깝다는게 저간의 평이다. 즉, 수사와 기소 독점에 대한 내용은 놔두고 이의제도 신설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며 결국은 눈가리고 아웅한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웃긴점은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중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 긴급체포 등을 한 후 내사를 종결할지라도 검찰에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하도록 한 점이다.

검경조정안은 이렇게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언론들은 경찰의 반발에 대해 훈계를 하거나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이며 크게 후퇴된 이 법안의 문제점을 다루지 않고 있다.

 

李대통령 "검·경이 갈등하면 피해자는 국민" / 논점을 흐리는 기사의 예.

 

나는꼼수다는 대개 이렇게 고의적으로 핵심을 흐리거나 외면당하고 있는 일 중 놓쳐서는 안되는 사안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도곡동 사저 문제와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외에도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이미 나꼼수에서는 여러차례 다룬적 있다.

현재 민심은 4대강을 하며 놓친 많은 것들로 인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경제가 어려워진 후 잘 풀리지 않아 잠재적인 불만을 갖게된 실직자-자영업자들,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본 중소상인들 및 농민들 등으로 인해 상당히 심각해져 있는 상황이다.

성경이야기 한가지를 예를 들어본다. 기독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성경에 보면 창세기 41장 에 7년 풍년과 7년 흉년에 관한 내용이 있다. 바로왕의 꿈에 아름답고 살찐 일곱 암소가 풍를 뜯고 있는데, 다른 흉악한 일곱 암소가 먼저의 암소를 먹어 치우는 내용을 다른 누구도 꿈풀이를 하지 못한 것을 요셉이 풀어내 7년의 풍작이 있은 후 7년의 흉년이 있을 것이라는 풀이를 하였다. 결국 7년의 풍년 기간 중 거둔 곡식의 1/5을 거두어 7년의 흉년에 대비하라고 권고한 요셉을 바로왕은 총리로 임명하게 된다.

위 이야기를 보았다면 느끼는게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쫒을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각종 사회적 사안들을 차분하고 현명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것을 막으려고 나꼼수를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시절 하고자 했던 수많은 개혁들은 모드 오늘날 물거품이 되었고 그것은 재앙이 되어 돌아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 합의한 한미FTA는 국가적 대의라는 측면에서는 이해하나 이익의 균형이 깨지면 차라리 안하는게 더 나은 일이 되어 버리는데 크게 후퇴한 한미FTA를 강행하려하는 정부와 여당을 보면 후세대에게 무어라 변명해야할지 걱정이다. 4대강 사업은 어떤가. 당장의 총공사비도 공개하지 못하고 원안의 본공사비 23조만 알려진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추가비용이 발생할지 모르는 밑빠진 독이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이렇게 지난 4년간 크게 후퇴하고 만 대한민국을 보며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의 심리가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렀음에도 분위기 파악조차 못하고 정봉주를 수감시키고, 검경조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한나라당의 민심더듬이가 무뎌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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