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나, 드라마가 자랑스럽기까지 한 경우는 처음

 

뿌리깊은 나무 첫회 당시 이미 명품드라마임을 예감한 리뷰를 작성한 바 있었습니다. 영화계에서 오래 활동하며 잘나가던 배우들이 드라마로 복귀하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리 좋은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경우가 많고, 항상 좋은 결과만을 만들어내진 못하는 편인데 한석규의 복귀작으로 뿌나를 기대 했던 것은 그의 선작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선택 능력은 영화계에서도 알아주었조.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 작품과 감독 배우들이 운명같이 만났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드라마라는 종합예술에서 어느 한 부분만 삐그덕 거려도 참 많은 뒷말이 오가는게 현실인데 뿌나는 드라마 자체로도 명품드라마이면서 전무후무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는 뿌나의 요소 중 하나하나 없다고 가정해 보면 이야기가 편해집니다.
 

한석규가 아니었다면?

세종대왕 역을 한석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연예인 중 진정한 스타대우를 받는 경우는 누군가를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무언가를 가졌을 경우입니다. 때로 CF만 주구장창 찍어대고 연기활동을 하지 않는 여자연예인들을 보며 비난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한다는 것 자체도 능력인 것이조. 아무튼 어떤 작품에서 다른 누군가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자기표현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배우의 경우만이 진정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고 한석규가 바로 그러한 케이스입니다.

 

신세경의 인기가 거품이라는 논란이 눈에 크게 띄이지는 않지만 인터넷상에서 자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데요. 뿌나에서의 신세경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대체할 수 없는 이미지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신세경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맡겨진 역할을 소화만이라도 하는것도 다행이며, 미미하게나마 발전이 보이고 있고, 좋은 작품에서의 흥행성적까지 커리어에 남기 때문에 다음에 또 좋은 작품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그 작품에서 역시 자기 할일을 해내기만 해도 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발판이 이어진다는 것이며, 결국 필자가 보는 신세경은 그정도의 노력은 충분히 하고 있는 여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미래가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장혁은 두말할 나위도 없조. 필자가 왜 장혁을 또한 좋게 평가 하느냐는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배우들은 특이한 이미지가 매우 좋은 재능이라 할 수 있지만 또한 그게 벽이 되어 연기변신을 가로막기도 하므로, 늘 방송에 나오기만 하면 연기변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기 색깔이 강하면서 연기욕심 역시 만만치 않게 강한 경우입니다. 과거 장혁은 어찌 보면 두리뭉실 색깔이 두드러보이지 않아 보였습니다. (장동건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무언가 강하게 갈구 하는게 보이더니 틀을 깨고 나와 세상사람들에게 장혁의 연기라는 것이 이런것이다라고 내보이며 사랑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기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면 역할의 한계라는 것이 같이 찾아오는게 일반적인데 장혁은 추노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의뢰인, 드라마 마이더스 등에서 연기의 폭을 확장 시켜나갔습니다. 만일 추노 이후 좀 떴다고 수년간 쉬다가 바로'뿌나'에 나왔다면 재탕연기라는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뿌나 초반에 그런 이야기가 있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제갈길 줄기차게 가다보니 뿌나에서의 강채윤은 추노의 대길과는 확실히 달라졌고 이제더이상 재탕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커녕 이제 동년배 남자배우중 으뜸인듯 평가받게 되었조. (아 박시후도 있군요)

 

이정명과 장태유, 그리고 나는꼼수다

뿌리깊은 나무의 원작을 지은 이정명, 그리고 드라마의 감독 장태유
운명처럼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낸 명품드라마 '뿌리깊은나무'를 조금 과하게 표현하자면 '공전절후' '전무후무' 라는 표현을 써도 괜찮지 싶습니다.

일단, 한글창제라는 소재 자체가 두세번 우려먹을 만한 소재는 아닙니다.
혹여 한다해도 한세대가 지난후는 되야 될 것입니다.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재미가 없으면 안보겠조. 장태유감독은 재밌게 풀어냅니다. 원작이 좋다고 다 재밌는건 아닌데 말입니다. 특히 남성시청자들을에게 어필하기 좋은 무술씬 편집은 드라마틱 액션이라는게 뭔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소재의 재미를 살릴 줄 아는 감독을 만난것도 운명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 현 세태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집니다.
한글이 홀대받고 영어만능주의가 만연한데다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지수 설문에서 이 둘을 합쳐 부패했다고 대답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86%인 현 세태가 뿌나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으며, 굳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사점이 있으면서 재미역시 쏠쏠하다는 점은 뿌나의 가장 큰 장점인듯 합니다.

나는꼼수다와의 평행이론
나는 꼼수다를 청취하는 사람 중 일부는 그 이유를 재밌다는데서 찾습니다. 재미있게 비판하고 재미있게 풍자하니 정치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늘 정치에 관심 있어왔던 사람들은 억울해 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힘들게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씨도 안먹히던 말빨이 나는꼼수다에는 있었던 것입니다. 뿌나는 추리적 스타일을 초반에 선보이면서 찬탄을 받기 시작했고, 끝내 세종과 정기준이 만나 토론하는 장면까지 보게된 시청자들은 감동까지 받게됩니다.

 

한글을 소재로 잘 만들어줘서 고마운 드라마
세계 제일의 글자라고 자부할수 있는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줘 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성공적입니다. 미국 할리우드가 영웅물을 만들기만 하면 미국이 세계의 대표라도 되는양 나오는 설정은 그 작품의 재미가 보장뙬때 먹히게 됩니다. 재미도 없는데 미국인의 자존심만 보이면 짜증만 날뿐이조. 

일본은 그런게 없으니 두가지 방향으로 나갑니다. 하나는 메이지유신을 중심으로 한 영웅만들기  (오다노부나가와 미야모토무사시등도 비슷한 경우)이며, 두번째는 다국적 소재입니다. 주인공이 국적불명으로 나오는 SF나 판타지소재의 애니메이션을 들 수 있습니다. 빨간머리 파란눈 갈색머리 검은눈의 주인공이 마구 섞여 나오조.

한국은 조선시대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좀 답답합니다. 고대에 대한 기록이 본래 충분치 않은데다가 일제시대에 많은 부분 소실되기도 하는등 소재를 발굴해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간 드라마는 왕을 위주로한 사극 아니면 재벌2세 이야기, 혹은 신파극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글창제라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표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새운 드라마가 나올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훌륭하게 만들어 준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글창제를 다루어 놓고도 근래 나오느 많은 부분 부족한 드라마처럼 만들어 졌다면 그 실망은 배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너무나 너무나 멋지게 만들어 주었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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