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나무, 장혁의 과장액션은 풍자를 담고 있다.

 

비단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의 여러 분야는 종합예술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발전해 가고 있다. 그러나 기본은 기본이며 드라마의 기본은 시나리오와 연출이니 이 두가지로 뿌리와 줄기를 세우고 만개하는 꽃처럼 대중을 향해 매력적인 미소를 보여주는것은 배우의 몫일 것이다. 명품드라마는 그냥 쓰고 연출하는게 아닌 특별하게 쓰고 특별하게 연출하기에 명품드라마라 할 수 있다.

그럼 시나리오를 잘쓰고 연출을 잘한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일까? 필자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과 한계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데 드라마 계백에서 서사적으로만 표현할게 아니라 일부 내용의 압축과정을 거쳐 여백의 미를 주었다면 전투씬, 등장인물, 등장배경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줄인범위 안에서의 퀄리티는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계를 분명히 인지함으로서 그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스스로 찾아냈어야 한다는 말이다. 수만대 수만의 전투장면이라면서 최소 수백단위는 화면에 잡혀줘야 그럴싸 하지 전투당사자 양쪽을 다 합쳐도 수십명이 싸우는 전투는 너무나 초라하며 극을 보는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게 된다. 이는 뿌리깊은나무 처럼 장르자체가 대규모 전투장면이 없는 대신 액션씬마다 섬세하게 구성하고, CG까지 동원하여 완성도마저 끌어 올리는 경우와 크게 대비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이 이 모든 장치가 배우를 돋오이는데 극과극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클로즈업

'추노'때도 그랬지만 뿌리깊은나무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글로 옮기고 싶은 주제가 넘쳐나는 드라마라고 평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뿌나의 특징을 몇가지만 언급해보자면 스페셜한 액션씬, '임금의 입에서 나오는 욕'을 들어 보게 되는 파격, 그리고 그 파격안에 들어 있는 풍자, 클로즈업된 화면속의 심리표현 등이 있는데 오늘은 장혁의 클로브업된 얼굴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

강채윤 역의 장혁은 유독 감독이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은 장면에서 조금은 과장된 액션을 취하게 되는데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연출이며 연기라 할 수 있다.

1~3화 사이에 갓 왕좌에 오른 세종의 젊은 시절을 그리고 있다면 4화부터는 한석규가 송중기를 대신해 원숙해진 세종을 연기하고 있고, 오해로 말미암아 세종 이도를 원수로 알고 복수하려 하는 '똘복이' 강채윤의 성인역으로 장혁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강채윤은 전쟁통에서 나름대로 풍부한 경험과 동물적 감각, 뛰어난 무예를 키워낸 자로 내심을 숨기고 남들이 보았을때 말도 안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강한 고집과 강한 인내심을 가진 인물이다. 대개 어느 목적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사람은 흔들림이 없고 두려움이 없으며 자신을 컨트롤 할 줄 안다. 이러한 주인공의 특징을 화면속에 담기 위해 연출자는 액션을 슬로우모션으로 잡아내고 독백을 자주 사용하여 주인공의 외부시간적 변화와 내부의 시간적 변화를 각각 잡아내어 그간 평이하게 진행되는 드라마에 익숙해 있던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해 주고 있다.

또한가지 짚어 볼 것은 김종서 장군 휘하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령이 되어 궁에 들어가게 되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강재윤의 세종을 암살하고자 하는 목적에 가장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되며, 이는 복잡한 상황설명을 가장 효과적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는 원작 소설 및 드라마의 최적화된 표현방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즉, 잘만든 시나리오는 드라마의 내용과 연출 모두를 빠른 전개가 가능하되 깊이까지 더하게 하는 힘이 있는 셈이다.

다시 오늘의 주제인 강채윤 이야기로 돌아와서, 강채윤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가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상황판단을 하는 여유까지 보여준다. 세종이 밤마다 들린다는 집현전의 내부구조를 체크해 보기 위해 잠입한 강채윤은 강한 추진력과 의지,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는 뛰어난 감각은 있지만 앞뒤 상황을 모두 따질 수 있는 전략적인 면은 부족하며 이는 장수로 치면 용장, 맹장 등으로는 볼 수 있되 지장으로는 여길 수 없는 부분이고 군주의 성향과도 거리가 있다. 

생각해보라. 어짜피 사대부나 장군가의 자식이 아닌 정승 심온의 노비출신이니 예의와 격식을 따지기보다 문제해결방법으로 실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고, 위기의 순간에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도 안되는 과장을 통해 자신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들게 할 수도 있는것 아닌가. 그러면서도 위기가 곧 끝이 되지 않도록 플랜B, 즉 차선을 항시 준비해두고 있는 것까지...강채윤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케릭터로 장혁의 과장액션은 이러한 케릭터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뇌물수수라는 혐의로 무휼에게 불려간 강채윤은 바닥에 넙죽 업드려 있으면서도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나아가 혐의의 와중에도 무휼에게 줄 선물이 있다고 말하며, 목적하는 원하는 것을 갖고 궁에 들어와 스스로 사건의 중추에 서게 된다. 세종이 하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세종의 사람들을 암살하고 그것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여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 내는 강채윤! 이 얼마나 멋진 설정인가. 필자는 원작 작가에게 감탄하며 이를 연출해 내는 뿌나의 연출가에게 감탄한다.

어짜피 한석규와 장혁 이 둘이 주인공이므로 앞으로도 장혁의 과장액션은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어떤이는 오히려 경계할 것이고 어떤이는 낮추어보고 무시하며 속아넘어갈 것이다. 장혁이 표현해내는 이중적인 모습에 반응하는 등장인물들의 각각 다른 반응들은 아마도 뿌나를 시청하는 내내 깨알같은 재미로 충분한 역할을 할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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