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사, 무도식 풍자의 진수를 보여주다.

 

무한도전이 제2의 부흥기에 돌입한지 어언 일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멤버들의 호흡은 더이상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에 이르른지 이미 오래인데도 계속해서 깊이를 더해가고 있고, 종종 실험적인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새로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하고, 과거에 장기프로젝트로 거론되었다가도 미처 하지 못했던 조정경기에 나가기도 했으며, 과거의 아이템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단장하여 선보이기도 합니다. 즉, 무도는 이제 더이상 아이템 고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만큼 충분히 관리 가능한 장기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이고 이런 점 때문에라도 시청자와 팬들은 무도 본연의 재미 외에는 신경쓰지 않고 그냥 믿고 보기만 하면 되게 되었습니다.

 근래 하나마나 특집 외에 무도에서 종종 선보이는 무한상사와 관련한 아이템은 정말 무도 멤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호흡의 극한을 보여줍니다. 물론 가끔 2011년 10월 9일 방영분 처럼 약간의 시나리오와 장치가 전보다 살짝 더 가미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멤버들의 서로 치고 던지고 받고 빠지는 절묘한 호흡이 가장 핵심임은 변함이 없습니다. 보는 내내 미친듯이 웃게 되면서 풍자와 해학을 느낄 수 있다는건 정말 무도 아니면 맛보기 힘든 재미지 싶습니다.

필자가 만일 김태호PD라고해도 종편에서 유혹이 온다 하더라도 돈도 돈이지만 직업적 성취도 라는게 삶 속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PD로서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은 많은 아이디어들이 현실화 되어 세상에 보여질 때 무도외에 다른 팀과 함께 하고자 하진 않을거 같습니다.

 


 

조금은 친절해진 무도?

무도가 조금은 친절해졌습니다. 무한도전에 익숙한 팬들은 무한상사라는 설정을 금방 이해하고 배꼽잡는 와중에도 그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를 읽어낼 수 있지만 채널을 틀어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왜 무도 멤버들이 직장인 흉내를 내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수개월 전 무한상사가 피크닉편을 처음에는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몇분은 시청하면서 분위기 파악후에야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히 이전에도 무한상사 아이템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 방송한적이 있었으면서도 다시금 부장 유재석, 차장 박명수, 만년과장 정준하, 대리 정형돈, 사원 하하 노홍철, 인턴 길 의 등장씬을 따로 배정하여 각 케릭터의 특징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최대한 시청자가 알아서 머리를 굴려가면서 깨알같은 재미를 찾아 능동적으로 웃게 만드는 무한도전이지만, 이렇게 웃기면서도 맘편히 볼 수 있는 프로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 왔지만 그건 또 무도 특유의 분위기를 해칠 있고 압축의 묘미를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일 방송분에서 보듯 케릭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조차도 웃기게 할 줄아는 제작진과 무도멤버들에게는 그러한 우려가 그다지 불필요한지도 모른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필자의 인상에 가장 깊게 남은 것은 부서내에서 서로간의 직급을 바꾸어 보는 시간과 "그랬구나"를 연발하며 맞주 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부장이 막내가 되고 막내가 부장이 되기도 하는등 입장을 바꾸어 보는 미션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냥 허투루 내뱉은거 같으면서도 직급이 바뀌자마자 커피를 타오라는 대사가 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대사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 심핵을 찌르는 힘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제작진에서 약간의 시나리오와 같은 기본설정을 잡아 주기도 하는거 같지만 연기하는 무도멤버들의 그 미친예능감들은 알아서 프로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 아니 감탄할래야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예컨데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도 못하고 있던 직원들이 기회가 되자 너도나도 집에 가는거 같더니 결국은 유부장에게 알랑방구를 뀌기 위해 다시 회사로 되돌아 오는 장면은 종종 방송에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무도멤버들의 연기로 보니 그 풍자의 맛이 지대로 달랐습니다. 역시!

특히 하하가 유재석에게 한 말 중에서
(약간의 자체수정) 내 케릭터를 잡아 주느라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쓴것 고맙다. 하지만 그 고마움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전화하고 챙기는건 약간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만 찾지 말고 친구좀 만들어라라고...

 

 

기억의 의존한 내용이니 정확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실것이라 믿겠습니다. 아무튼 유재석의 가장 가까운 지인 중 한명인 하하가 이런 취지의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유재석의 인관관계가 그 누구보다 폭 넓겠지만 깊이가 있는 대상은 그다지 많지 않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가능한 모든 대상을 눈앞에 고르라고 한다면 그 누구보다 많을 수 있지만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매주 단위로 하루를 쪼개고 쪼개 살아야 하는 유재석이라면 어쩌면 인관관계라는건 점차적으로 좁아 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밖에 쉽사리 내비치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와 상대의 이야기를 일일이 들어 가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앙금도 날려 버리고 "그랬구나" 를 연발하는 이 게임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뭔가 마음에 와닿는게 있는데 입가에는 웃음 가득하게 해주는 무한도전! 참으로 신기하지만 참으로 대단한 프로라고 생각됩니다.

"그랬구나"를 연발하는 박명수를 보면서 정말 미친듯이 웃고나니 기분이 확 풀렸다.

마무쪼록 앞으로도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통쾌하고 아름다운 방송 무한도전이 무한대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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