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보리고개를 넘기며 제대로 먹을 것 못먹고 아껴가며 한국의 경제 부흥에 이바지하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부모님 세대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다른 점 가운데 오늘 다루어볼 주제에 연관된 단어 한가지를 꼽아 보자면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와닿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필자의 어린시절만 하더라도 막연하게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한 미국인을 생각하고 피부만 하야면 독일, 영국과 같은 유럽계인지 구분하지 못하였다. 물론 부모님 세대는 더더욱 그러했고...그런데 오늘날은 어떤가. 한국은 놀라운 경제발전 속도에 발 맞추기라도 하듯 세계화에도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고, 젊은이들은 피부색이 아닌 세계 여러 민족들의 특징을 이전보다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적어도 남미와 유럽인의 차이정도는 구분할 수는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무역중심의 경제구조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게 받기에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미국 중심의 무역구조에서 탈피하자는 이야기가 무성하게 나오고 있었고 그 결과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 유럽 각국과의 교역은 이미 크게 확대되어 있으며 중국은 아시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교역대상국은 다변화 되어 가고 있다.

참여정부시절 단일 경제권으로는 가장 큰 미국과의 FTA를 추진하였고 그 과정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점하나도 바꿀 수 없다던 입장을 바꿔 돌연 재협상을 하고 많은 양보를 받는게 아닌 오히려 더욱 많은 양보를 해주면서까지 조약제결을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판단이었을까?

 

 

미국의 경제상황

한번 올라간 경제수준에 맞춘 생활패턴은 다시 뒤로 돌아가기 어렵다. 미국이 소비대국으로 달러를 찍어내며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실은 소련이 붕괴되고 세계유일의 경제대국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어린시절에도 이미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이야기는 무성하게 있었는데 상당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재정적자는 당시에 비해 줄기는 커녕 비교할 수 없을만치 엄청나게 폭증해 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한미FTA 독소조항들을 보면 대개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가진 우월한 위치를 바탕으로 한국으로부터 얻어낸 양보안들이다.  좋게 말하면 양보지만 안 좋게 말하면 굴욕적인 재협상이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처음 FTA협상이 논의되었던 시절과 현재는 불과 몇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더욱더 많은 양보를 할 때가 아니라 양보했던 부분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수출과 고용이 증가한다고 하는 장미빛 통계 자체를 믿을 수 없다.

생각해보라. 50년만에 집계되는 기록적인 폭우라 해놓고, 이듬해에 또다시 100년만에 오는 비라는 뉴스가 들리는게 요즘 세상 아닌가. 즉, 예측을 불허할 정도의 변화가 감당히가 힘들 만큼 빠르게 찾아오는게 오늘날이라는 말이다.

  한미FTA라는 큰틀을 짜기 위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기 전, 고려해 보아야할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의지 자체가 더욱 중요하기에 이해득실이 어느정도 균형이 맞는다면 FTA는 부작용보다는 기대되는 부분이 더 큰 정책이므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다시피 세상은 과거의 통계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는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 와중에 어떤 사안을 과거의 통계에 얽매여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과거 정부 혹은 지자체의 각종 국책 부실 토목사업들의 추진 근거도 통계였다. 전문가집단이 양심을 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예를들어 대한민국의 경우 OECD국가중에서도 최하위권의 출산율과 여러 환경변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는 유지 혹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인구증가를 전제로 경제성 검토를 하고, 이런 말도 안되는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결국 지자체들이 막대한 빚츨 떠앉게 되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내었던것 아닌가.

과거 60~70년대 개발논리처럼 무작정 시장을 열기만 하면 다 될 것처럼 추진하는 있는게 바로 한미FTA가 아닌가 싶다. 한치의 오차도 향후 수정하기 어려운 조약의 틀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면 보다 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굳이 치명적일수 있는 부분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대거 양보하면서까지 얻어낸 것을 마저 그 의미를 퇴색시켜놓는 재협상을 해놓고 협정이 발효되길 바란다는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보다 현실에 맞게 재수정을 해야하며 이대로 통과되었다가는 우리의 후손에게 죄를 짓는 행위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장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훗날 결과가 드러나는 일에는 매우 적극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러한 자세로 의정활동을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