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추간판장애 판정과 진통제 촬영, 본 받아야할 프로의식

 

드라마 '공주의남자'에서 열연중인 탤런트 이민우가 추간판장애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음에도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면서 연예인의 프로의식에 대한 생각과 이민우에 대한 몇가지 개인적인 기억들이 떠올라 적어 본다.

이민우 하면 먼저 떠오르는건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점이다. 작품을 빛내는 아역배우의 경우 특히나 기억에 남게 되는 경우는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

- 작품자체가 성공할것
- 조연들의 활약이 고르게 나타나는 좋은 작품일것
- 주인공의 아역시절이 4~6회 사이의 비중 이상은 되는 작품일것

예를 들어 '가을동화'의 여주인공 은서(송혜교분)의 아역을 맡았던 문근영은 다수의 작품을 하였지만 성인연기자가 되기전까지 '가을동화'의 은서로 시청자들이나 제작관계자들로부터 차세대 스타로서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영화 '집으로'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유승호'도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과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런데 문근영 유승호의 경우는 아역배우 중에서도 특별한 케이스로 적잖은 기대를 받았던 만큼이나 스타로 성장하였기에 다행이지만 대개의 아역배우들은 어중간한 위치에서 방황하다 잊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한 세가지 조건에 맞는 경우 다음 작품도 잘 만날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성인배우가 되었을 때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은 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작
1993년 공룡선생
1999년 카이스트
2011년 공주의남자

 

 이민우는 배우경력만큼이나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였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은 몇 없는 배우, 그러면서도 꾸준히 현재까지 활동하는 드문 케이스의 배우로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조금만 더 기억을 섬세하게 더듬어보면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을 일일이 거론하다보면 이민우의 이름은 더 많이 떠오른다. (주연도 꽤 여러차례 하였지만 조연급으로는 훨씬 더 많이 출연한 바 있고, 영화 출연작을 포함하면 수십편에 이른다.)

"사랑이 꽃피는 교실" "용의 눈물" "논스톱1" "뉴논스톱" "열아홉순정" "메리대구공방전"  "인생은아름다워" "강력반" ... 이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에서 그의 얼굴을 주연급 혹은 조연급으로 만나볼 수 있다.


 

공주의 남자는 '이민우' 에게 진통제를 먹어가면서 촬영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

 

여기서 드라마 촬영현장의 구조적 모순이나 열악한 제작환경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주제는 이민우에 초점을 맞추고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략하게만 필자의 생각을 전하자면 방송국, 제작사, 배우, 작가, 감동 모두가 개선방향에 대한 의지와 실천으로 좀더 좋은 작품을 위한 변화에 동참해야 하며 더이상 늦추지 말고 한발자국이라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허리디스크로 고통받으면서도 진통제를 먹고 촬영에 임하는 이민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주의남자' 이전의 이민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세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었다.

- 아역배우출신 중 스타성이 기대되었으나 성인연기자가 된 이후 그다지 빛을 못본 케이스
- 기본기는 되나 그렇게 주목할만한 연기력은 아니었으며
- 종종 기대 이하의 연기력을 보일 때도 있는...

그런데 이민우가 '공주의남자'에서 크게 빛을 보았다. 박시후가 연기하는 주인공 '김승유의 벗이자 부마로 '단종'에 충심을 다하는 '정종'역을 맡아 열연함으로서 작품의 완성도 및 재미를 끌어 올리는데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기대 이상의 연기력이었으며 이민우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특히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양위를 하게 되자 충격과 슬픔에 흐느끼는 '경혜공주'를 안아 주며 달래는 장면이나, 죽은 줄 알았던 벗 '김승유'가 돌아왔을 때 보여준 이민우의 연기는 정말 이민두의 제2의 연기 인생이 시작되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였다.

 

이민우가 부마 '정종' 역을 맡아 이렇게 호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두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첫째로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멋모르고 하는 연기가 아닌 세상을 겪으면서 쌓인 인생의 깊이가 더해진 것. 두번째로는 허리디스크에도 열연할 수 있는 마음의 각오. 이 두가지가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민우 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를 보면 전에도 괜찮은 연기를 보였던 주연들(박시후, 문채원, 홍수현, 이민우)가 모두 '물이 올랐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한층 발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배우들과 함께 촬영하며 얻는 시너지 효과가 아닐까 싶다. 또한 김종서 역의 이순재,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 등 최고의 중견배우들과 함께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리라. 하여간 좋은 작품은 뭘 보아도 다 좋아 보이는것 아닐까싶을 정도로 '공주의남자'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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