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김범수의 탈락위기 극복에 담긴 특별한 의미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3라운드 2차경연까지 마치고 최종적으로 탈락하게 된 BMK가 함께하는 스텝들에 대한 책임감을 언급한 것처럼 직업인이자 예술인으로서의 가수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서게 되는지를 짐작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나가수에 대한 여러가지 말이 나돌고 있습니다. 너무 고음처리와 같은 기교와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한 편곡이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되어버려서 어떤 선곡을 하는지가 순위에 영향을 주게 되는것 아니냐는 의문부호를 다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범수의 생존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요즘 김범수는 몇몇 예능프로에도 나오면서 그간 얼굴없는 가수로서의 서러움을 극복하게 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진바 있습니다. 전 이렇게 멋진 가수가 어떻게 13년간을 무명아닌 무명처럼 그렇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하였는지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리고 이제 오랜 설움을 털어버리고 멋지게 비상하게 된 것을 축하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수도 직업인이니만큼 목 관리 및 컨디션 조절은 프로로서의 기본인듯 하지만 이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또한 흔히 '나가수'에 나올 정도면 다양한 장르를 소화 할 수 있어야 자격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수가 여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게 꼭 기본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얼마전 조용필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남의 노래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필자는 이번 리뷰에서 조관우와 김범수에 대한 두가지 소감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제목을 둘로 정하기 뭣해서 김범수씨에 대한 감상평과 제목으로 정해보았습니다. 

 

 

조관우, 특별함을 넘어선 특별함

나가수도 일종의 예능프로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대표곡을 먼저 부르게 하여 시청자에게 어떤 색깔의 가수인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 시켜주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심지어 7080세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조관우와 장혜진마저 모르는 분들이 있어 은근히 이제 하지 않을 듯 했던 대표곡을 부르는 기회를 줄 정도로 요즘 가요계는 매우 치우치고 균형을 잃은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가수는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맞물려 천상의 악기가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재능은 만능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어떤 가수는 다양한 장르에 남들보다는 쉽게 영역을 넘나들 수 있지만 또 어떤 가수는 매우 특화되어 있어서 오히려 더 어렵기도 합니다. 

필자는 조관우씨가 나가수에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매우 특화되어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므로 이 특별한 재능을 자신의 곡에서는 맘껏 펼쳐낼 수 있지만 다른 장르 와 분위기에서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가진 바 있습니다. 기존 출연자 중에서는 YB가 많은 미션곡들을 록으로 재해석해 들려 주고 있지만 그것은 장르로 흡수하는 것이지 조관우처럼 보컬 자체가 특별한 경우는 또 다른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을, 역경, 아픔을 호흡으로 한번 열어보자. 김정호씨의 노래는 다 슬펐어요. 그만의 험란한 길이 느껴졌고요. 그속에 굉장히 한국적인 소울이 담겨져있고, 어렸을 때 들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 때 비가 오면 늘 레코드팡 앞에가서 김정호선배님의 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구슬픈 거에요. 비 맞으면서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물을 흘리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그 느낌이 더 배가가 될거 같거든요"


 

게다가 김정호의 '하얀나비'는 외줄타기와 같은 너무나 아슬아슬한 선곡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관우는 한국적인 한을 승화한 국악의 '창'의 느낌을 가미해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노래속에 담긴 그 느낌이 너무나 처연해서 속으로부터 잔잔한듯 하면서도 막을 수 없는 감정의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조관우씨도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울컥울컥 올라왔지만 눈물을 흘리게 되면 목이 걸릴거 같아 절제하자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노래를 불렀다고 할정도로 여지껏 접해보기 힘들었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조관우씨는 이번 뿐 아니라 이어지는 다음 라운드도 항상 같은 도전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의 특별한 보컬이 오히려 한계로 계속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나가수의 출연진 섭외가 '어린'가수들에게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가수가 어린나이에서 특별한 매력을 뽑내는 경우는 많이 있겠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장르파괴의 역량은 어린가수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노멀함을 넘어선 특별함

 김범수와 박정현 윤도현 셋이 원년멤버로 현재까지 탈락하지 않고 생존한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박정현은 노멀함과 특별함 모두를 갖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로 어떤 곡을 부르던 창법 자체가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한 특별한 능력이 있기에 김범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안정적'이라 말합니다. YB는 앞서 말했다 시피 록이라는 장르에 모든 미션곡을 흡수해버려 관객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생존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박정현이나 김범수에게 가장 위태로운 선곡은 바로 특별함을 뽐낼 수 없는 곡을 만났을 때 입니다. 필자가 소제목을 '노멀함을 넘어선 특별함'이라고 정한 것은 김범수의 재능이 노멀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처럼 여러 장르를 다양하게 적응할 수 있는 가수가 그리 흔치 않기에 균형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균형잡힌 보컬은 도입부에 이야기한 드라마틱한 '편곡'의 힘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위태위태해집니다. 특별함이 사라지면 평범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원곡의 색깔이 너무 짙어 곡의 성격을 바꾸는 편곡이 쉽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위기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연곡으로 김범수가 '사랑하오'를 부르게 되자 '여름안에서'의 뼈아픈 평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김범수는 다시 본래의 자기 색깔대로 자신이 가장 잘 부르는 스타일로 정면승부를 겁니다. 잘해봐야 본전인 상황. 그럼에도 김범수는 윤상-김현철의 '사랑하오'를 자기 스타일대로 정면승부하여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게 소화하였습니다.

"그대 사랑하오. 아직도 사랑을 알지 못하지만 이 나이 되도록 그대 사랑하오. 그대의 눈빛은 영원히 빛나오 날 믿어주오. 그대가 나를 모른다해도 그러다 날 버린다 해도 바보처럼 그 자리에서 사랑하오"

김범수가 경연을 위해 무대에 등장했을 때 희미하게 웃는 그의 미소가 너무나 멋져보였습니다. 단 몇달간이지만 더욱 더 완숙해진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부르기 시작한 '사랑하오'를 들으면서 도입부의 잔잔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 것과 환상상적인 고음처리가 '사랑하오'라는 곡이 갖는 특유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너무나 아름답게 승화시켰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승화시켜 부르는 김범수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또 다시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았고 이런 기이한 딜레마에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래는 선곡의 힘이 너무나 큽니다. 누군가는 트로트를 좋아 하지만 누군가는 록을 좋아 합니다.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스타일이 갈려집니다. 보다 대중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노래가 있고 반면에 단조로운 멜로디속에 깊이 있는 가사가 담긴 곡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그 범위가 다릅니다. 노래에 우열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장르의 범위가 다르다는 이야기 입니다. 결국 보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덜한 곡은 불리할 수 밖에 없기에 그것을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됩니다.

김범수가 살아남은 것를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선곡의 불리함은 어느 가수에게나 있을 것이되 그것을 극복해 내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역량있는 가수들이 출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가수'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전하며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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