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리플리, 눈뜨고 봐 줄 수 없는 이유 3가지

미스리플리를 처음 시청하게 되었을 때 전작의 인기를 이어 타 방송국 드라마보다 다소나마 앞선 시청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전까지 동안미녀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떨어지는 시청률은 아니었음에도 기이하리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연예뉴스나 블로거리뷰가 거의 없었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동안미녀라는 작품 자체가 임펙트 강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소소한 일상이 배경인데다가,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그렇게 극적인것도 아니고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는 남여주인공이 있는것도 아니니 화제가 될 거리 자체가 적은면도 있었을 것리아 짐작된다.

반면에 미스리플리는 이다해의 치명적인 매력이 한껏 발산되고 있었고, 워낙 극적인 전개와 반전이 많아 색다른 스토리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던 것일까. 회차를 거듭할수록 시청율은 떨어지고 재미 역시 반감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스리플리, 치명적인 단점 3가지

미스리플리는 지금과 같은 전개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시청률은 되살아나기 어렵다. 이미 식상해 하는 시청자들이 급증하고 있기에 소폭이나마 줄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스리플리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바뀐 몇가지를 짚어 보겠다.
 

이다해의 독무대

첫번째와 두번째 이유가 연결되어 있다. 첫번째 이유가 바로 이다해의 독무대이자 원맨쇼라는 점이고 두번째가 박유천 및 다른 등장인물들의 단편화라는 점이다. 우선 첫번째 이유부터 살펴보자.

이다해는 인생역전을 위해 온갖 사기를 마다하지 않는 미녀사기꾼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이다해의 연속된 사기행각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시청자는 케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이다해의 사기행각이 전략적이고 계획된 부분이 있는데 자꾸만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궁금증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나 지금처럼 계속된 우연과 임기응변식 대응만이 반복되이 보여진다면 처음에는 이다해의 다소 황당할정도의 뻔뻔한 연기에 집중하게 되지만 계속해서 다른 변수는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사장과 박유천 사이에 오가며 생기는 에피소드만 반복되다보면 흥미는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이다해의 원맨쇼로 드라마를 만들어 낼 것 같았다면 보다 스케일을 키우고 사기행각과 자극적인 설정이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야 했다. 왜냐면 짜임새 있는 구성보다는 연기자에 온통 시선이 집중된 드라마이고 배경설정 자체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극의 정도를 키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스토리와 케릭터의 초점을 분산시켜 에너지를 고루 나누었어야 했다. 지금은 짜임새 있는 케릭터간의 구성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다해가 가진 케릭터의 힘이 스토리를 이끌어 갈 만큼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상태인 것이다.

 

박유천의 심심함

송유현역을 맡은 박유천은 성균관스캔들로 나름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비교적 탄탄하게 만들어 두었으나 보다 확고하게 다지려면 후속작이 중요한데 이번 미스리플리에서 초기에는 괜찮은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다해가 맡고 있는 미녀사기꾼 장미리를 좋아하는 글로벌기업의 후계자이면서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독립심도 있고 똑똑한 머리와 배려심까지 갖춘 송유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라고는 정체를 숨기면서 장미리를 좋아하다 "썩은동아줄" 운운하며 경멸어린 시선으로 보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호감으로 다가 오자 그에 대응해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게 전부였다. 너무나 수동적이고 너무나 단편적이다. 케릭터와 스토리가 박유천이라는 연기자의 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연기자가 케릭터를 끌어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도의 연기내공이 되려면 아직 한참 갈길이 멀다.

 

스토리의 단조로움

우리가 흔히 막장드라마라 하면서도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드라마는 대개 한가지 주제가 아주 강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주제가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는 자극적인 설정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를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강하게 끌어 올려 많은 원성을 사면서도 계속해서 보게 만든다.

또한 잘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 모두 각자의 케릭터가 스토리와 절묘하게 매치되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미스리플리는 너무 이다해의 인생역전에 대한 스토리에 집중되어 다른 이야기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고작해야 김승우와 강혜정이 주변스토리를 만들고 있을 뿐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뾰족히 생각나는 부분이 없다.

필자는 미스리플리가 보다 나은 모습으로 결말을 맞이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주변 케릭터의 설정 강화가 필요한데 문희주(강혜정)를 너무 수동적 케릭터로 놔두지 말고 본격적으로 장미리와의 갈등을 본격화 하고, 나아가 장미리가 위기 의식을 느낄 정도로 송유현과의 관계를 조금은 더 진척시켜야 한다.

또한 송유현의 매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봐도 지금까지의 송유현은 재벌후계자이면서 소탈한 성격을 가진 케릭터 일뿐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일 뿐이다. 그런데 이부분이 쉽지 않아 보이니 큰일이다. 처음부터 송유현은 더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완전항 상태로 등장했고, 후계자 문제도 아직 두각을 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송유현을 위협할 또다른 후계자가 나타나 장미리를 캐고 다니게 되면서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지금 그러한 설정을 끼워넣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

 

준비부족으로 정리해 본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왠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들곤 한다. 그나마 역량있는 작가의 만화라면 짜임성 있는 구성 때문에라도 판타지적인 설정이 크게 거슬리진 않고 오히려 극의 재미를 배가 하는데 한몫한다고 하겠지만 왠지 경험해 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탐사하고 관찰하고 자료를 모으고 하는 치밀한 준비 조차 없이 그냥 머리속에서만 상상해서 나오는 듯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웃어라 동해야'는 호텔 경영권 다툼에서 참 많은 헛점이 보였지만 그래도 일단 친혈육을 찾고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큰 줄기의 주제를 쫒아가는 다양한 인간구성을 보여줌으로서 장점이 단점을 넘어서 좋은 시청율로 마무리 되었는데 미스리플리는 이다해의 인생역전이라는 큰 줄기 자체가 너무 협소한 주제여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스토리의 한계가 너무 뚜렷한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아무리봐도 미스리플리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나간 면이 많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적한 부분을 감안해 완성도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 올려 좋렸으면 좋겠고, 시작부터 케릭터로 주목받았기에 케릭터를 더 잘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전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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