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박완규의 고집을 버리게 한 김태원의 조언

가끔 월요예능프로 <놀러와>는 나를 놀라게 한다. <나는 가수다>가 온갖 논란 속에서도 가수의 본질인 노래로 시청자의 마음을 잡아 끌고 있듯이 놀러와가 기획해 섭외하는 출연자들은 하나 같이 마음을 움직이는 사연들로 나를 울고 웃게 하며 그 중에서도 특별한 케이스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2011년 6월 14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얼굴없는가수-노래만 불렀지 스페셜에는 '늪'으로 유명한 조관우, 부활의 보컬 출신 박완규, 최근 '나가수'로 전성기를 연 김범수가 출연해 얼굴없는 가수의 설움을 이야기 하고 각자의 데뷔곡을 부르며 실력도 뽐내었다.

 

내가 기억하는 박완규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부활이라는 밴드가 존속한 기간만큼 많은 앨범발표가 있었지만 모두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는데 나름 '사랑할수록' '희야' '소나기' 등을 즐겨 듣고 불렀던 팬이라고 생각했던 필자 역시도 당시에는 부활을 잊고 있었을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마케팅의 부재였는지도 모르겠다. 부활의 앨범은 홍보가 되지 않았고 나름 노래를 좋아 하는 평범한 팬의 입장에서도 부활의 음반발매소식조차 몰랐었으니까. 아무튼 박완규가 부활멤버로 활동하던 시기에 필자는 군복무를 하고 있었고 제대후 박완규의 1999년 정규1집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가 부활의 보컬이었는지도 몰랐던 이유)

박완규의 히트곡 '천년의 사랑'을 평범한 복학생인 스물넷의 청년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두말할 나위 없이 라디오와 입소문, 그리고 노래방을 통해서였다. 정말 '천년의 사랑'은 라디오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어 수도 없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많은 가요팬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 절륜한 가창력에 대해 전해졌으며, 노래방에서는 고음처리가 되든 안되는 많은 남자들의 애창곡으로 불려졌던 노래였다. 소위 노래좀 한다는 친구는 거의 '천년의 사랑'을 불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박완규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당시의 대중들의 반응은 철저히 그를 외면하는 것이었고 그 이후 그를 다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다.
 

박완규의 고집, 과연 그것이 문제였을까

필자는 가수의 고집을 지지한다. 가수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고집이 있고, 그 고집이 그 가수의 노래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고집이 득이 되고 실이 될 수 있지만 그러한 고집이 없다면 가수로서의 담금질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요계의 풍토를 고려해야 하는게 현실이라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김태원의 입장에서야 곡을 만들고 팀을 꾸려가야 하는 입장이니 자신을 믿고 따르는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자신과도 같은 곡을 알리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고집을 버려야 하는 선택을 해야 했겠지만 그러한 선택을 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가난과 대중의 소외속에서 고통받아야만 했는가.

돌아보면 온통 비주얼에 치우쳐져 있던 그간의 가요계 풍토가 얼마나 많은 노래를 사랑하고 천직으로 생각하는 가수들의 삶을 망가뜨려버렸는지 놀러와에 출연한 세명의 걸출한 보컬리스트의 이야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가수가 노래로서 평가받는 풍성한 문화적 풍토가 다시금 자리잡고 듣는 음악에 대한 활성화가 더욱 진행된다면 박완규를 비롯 많은 노래를 잘 하는 가수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불러도 방송외에 그것을 알려야 하는 방법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김태원이 자신의 곡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대중앞에서 예능을 하게된 원동력임을 말할 때 그 말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대한탄생의 멘토로 있을 때보다, 그리고 예능 프로에서 울리오 웃기는 감동적인 어떤 에피소드보다 김태원을 가장 멋지게 하는 것은 그가 기타를 들고 연주하고 있을 때이다. 마찬가지로 박완규는 그 절륜한 가창력을 대중앞에 선보이기 위해 고집을 버리고 이제는 대중앞에 친근하게 다가서기로 마음 먹었다고 놀러와에서 밝혔다. 김태원에 설득당한(?) 박완규. 난 그의 변심(?) 역시 지지한다.

 

음악을 사랑했기에 고집이 있었다면 또한 사랑하기에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기에 가질 수 있었던 고집이라면 또한 사랑하기에 버릴 수 있었다는 것을 박완규의 말에서 나는 절절히 느낄수 있었다. 또한 대중과의 소통은 신비주의 전략이 갖는 장점에 비해 결코 나쁘지 않으며 (물론 박완규가 자발적으로 방송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음악 프로가 아닌 예능프로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그가 생각을 달리 먹는 것 또한 좋은일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가수의 예능프로 출연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될 때는 박완규처럼 음악적인 자존심과 고집을 가져본 적도 없는 무늬만 가수인 사람들이 과거의 개인적 사연과 고통을 이야기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말할 때 이다.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고 누구나 꿈은 있다. 그러나 자기가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만들어진 이미지만을 대중에게 어필하는 가수는 그 생명력이 길지 못하게 되어 있다.

과거 HOT처럼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그룹이 아니라면 그 밑의 대다수는 지금 이름이라도 기억하면 다행일정도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으며, 다시 방송에서 그들을 볼 일도 가능성도 없다. 가수로서의 생명인 음악에 대한 고집과 고민이 없었던 댓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 불후의명곡2에 출연했던 아이유가 다른 가수들과 달리 직접 기타를 들고 편곡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것도, 가왕 조용필이 가수라면 작곡도 하고 한두개 악기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것도 다 가수로서 오래동안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조용필의 쓴소리와 박완규의 고집 내려놓기

"가수가 운이 좋아 히트곡을 만날 수 있지만 그런 좋은 곡이 계속 나오리란 법은 없다" 고 말한 조용필. 그런데 박완규는 김태원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또한 조용필은 "데뷔 후에는 홍보가 중요하지만 이 방송 저 방송 나가다 보면 지치고 음악에 전념할 시간적 여유가 적어진다. 가수라면 콘서트 등의 무대에 서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연을 거듭해야 가수로 커간다" 고 말했다.

박완규뿐 아니라 '놀러와-얼굴없는가수'편에 나온 조관우, 김범수는 위 조용필의 말에서 중간 홍보 단계가 쏙 빠져버린 케이스였다. 노래 실력과 음악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비주얼이 강조되는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대중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한채 너무나 오랬동안 힘들게 살아왔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그들의 얼굴을 드러내고 떳떳히 대중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오래 가수로서 이름을 알리고 좋은 노래를 들려 주기 위해서는 세대간의 소통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방송 이외에는 아이돌이 점령한 음악프로에 신곡하나 소개할 수 없는 현실속에서 박완규는 고집으로 가수로서의 역량을 얻고 또한 고집을 버림으로서 다시 대중앞에 사랑받을 수 있는 발판위에 서게 되었다. 이제 과거의 박완규를 기억하는 팬들을 끌고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새로이 박완규의 팬이 되는 사람들에게도 오래토록 기억되는 멋진가수로 각인되길 바란다.

이렇게 나는 박완규의 고집과 그것을 버린 선택 모두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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