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주신 재능'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 부터 자신의 인생의 길을 개척 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는데, 천재화가들 중 상당수가 그 생애에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사후에서나 인정받았다 라는 등의 흔히 듣는 이야기 속에 담긴 재능의 서글픔을 발견할 수 있다면 재능이 갖는 양면성을 이야기 하기 좋으리라.

 앞선세대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압축성장을 이뤄낸 한강의 기적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은 그 때의 그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노래한 이들을 잊을 수가 없다. 영원히 기억될 가슴속의 노래들은 그 세대가 아니면 공감하기 어렵지만 뮤지션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은 그들의 노래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차마 듣기 거북한 비아냥을 인터넷에서 쉽게 해대는 요즘 세대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무참히 한줄 댓글로 쓰러뜨리고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지만 또 세월은 가고 세대를 잇는 걸음은 한발자국씩 계속해서 더 나아갈 뿐이니 언젠가는 악플의 함정에 빠진 이들은 빈약하기만 했던 오늘날의 그 헛된 행위들을 기억하고 후회하리라.

한국의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조용필과 같은 거성을 말하기엔 이미 시대가 많이 흘러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도 많이 있겠지만 현재 <위대한 탄생>에 출연 중인 멘토들은 당대에 가장 폭넓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뮤지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뿐 아니라 한국의 대중음악을 꽃 피웠던 시절의 많은 가수들은 '나는 가수다' 뿐 아니라 7080콘서트, 이외 케이블 방송 등에서 그동안 잊혀진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기지개를 펴고 무대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이 즈음하여 필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인터넷 문화를 종종 접하고 마음이 아파 올 때가 많다. 가진 재능을 치열했던 민주화 과정속에 쏟아 부어 활활 타오르던 했던 민중가요를 부르던 뮤지션들,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스타등용문이 되어 주었던 시절 화려하게 등장해 가요의 폭을 넓혀주었던 가수들, 이렇게 많은 '신이내린 재능'을 타고나 시대와 함께 음악을 했던 이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춤사위에 몰입되 버린 세대에게 한낱 과거속 누군가일 뿐이게 되었다. 누구의 책임일까.

 불혹을 넘어선 어느 가수가 무대에 오르면 과거를 추억하고 말지 왜 또 나서느냐는 말 따위를 함부로 하는 것을 보는 것은 과거를 알지 못하는 이들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입에서조차 나오고 있으니 이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노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모두의 노력이 함께 부족했거나...어느쪽에서 바라보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M, JYP, YG 3대 기획사

앞선 세대의 가수들이 '낭중지추'처럼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재능과 노력으로 시대를 풍미 했다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된 것은 3대 기획사로 불리우는 SM의 이수만, JYP의 박진영, YG의 양현석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들에 대한 호불호나 역할에 대한 평가를 하진 않겠다. 다만 근래 다시 각광받고 있는 지난세대의 스타들을 보면 이들 3대 기획사가 가져온 명과 암을 간접적으로나마 모두가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수만은 현역가수로 활동할 당시에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였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테크니컬한 음악을 했다. 그런데 때로는 듣기 좋은 음악을 들고 나올때 조차도 기이하리만큼 대중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였다. 그런 그가 디렉터가 되어 가수를 키우는 입장이 되고 SM이라는 기획사로 성공하기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가 선보였던 음악이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SM 뿐 아니라 JYP, YG 모두가 설립자의 성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함이다.

JYP의 박진영은 현 세대의 가요를 말하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가진 재능보다 우선한 노력과 남들보다 한발자국이 아닌 반발자국 앞서려는 성향을 가진 박진영을 두고 오늘날의 가요계풍토를 만들어 낸 가장 큰 키워드라 하는 것은 그가 키워낸 가수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타고난 노래 재능이 과거의 풍토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만한 비, god 등은 박진영의 손을 거쳐 누구도 넘보기 힘들 정도의 강한 개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부족한 노래실력을 커버하고 나아가 큰 성공을 이루게 하였다.

지금 우리가 보는 많은 아이돌 가수는 JYP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대부분 다를 바 없다. 노래에 대한 재능을 종합적 재능의 한부분으로 내려놓고  여러 재능을 조합하여 개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룹이라면 종합적 재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하나씩 잘하는 멤버들을 모아 그룹의 형태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3대 기획사는 간과하는 것이 있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가수에게 음악적 재능을 가장 높이 쳐주어 결국 그들이 가수로서의 생명력이 가장 길 뿐 아니라 인기도 가장 많이 얻게 된다. 

반면에 카라의 경우 카라의 멤버가 모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가로젓고 거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것은 애초부터 그들의 음악성 보다는 비주얼에 매료 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며, 노래와 음악에 대한 고민보다는 다른 재능을 꽃피울 확율이 더 높다는 것을 이미 받아들이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종합적 재능을 그룹의 형태로 만들어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그 구성원의 하나인 멤버는 홀로 재능을 꽃피우기 어려우므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아쉬운 것은 그 부족함이 사실은 과거에도 극복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고, 그 절실함의 차이가 아이돌의 수명을 깍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위대한탄생>의 멘토 김태원은 작곡을 할 때 다른이의 음악을 일절 듣지 않는 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승철이 불러 히트친 <회상3>를 먼저 부른바 있는데 흥행성적은 참패하고 말았다. (이승철의 히트곡으로 바뀐 제목은 '마지막콘서트"). 김태원에게 부족한 것은 노래실력이었고 가진 재능은 노래로 표현되지 못해 오랬동안 힘든 시기를 거쳐야 했다. 사실 이렇게 부족한 재능을 메꾸려는 노력이 또 다른 발전을 가져 오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비관하고 도전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김태원이 가장 힘든시기에 가장 히트곡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예 뿐 아니라 박진영 처럼 부족한 노래실력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곡을 쓰고 스스로 불렀다는 예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위대한 탄생과 김윤아 멘토, 재능과 노력의 상관관계

3대 기획사 출신 가수들이 가요계를 장악한 이후로 한동안 단절되었던 과거와의 이어짐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해 재부흥의 기회를 맞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룹으로서의 종합음악이 아닌 한 개인이 가진 탤런트를 음악으로 승화 시키는 방법이 다시 가요계의 한축으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태원은 얼마전 "밀림에는 사자만 사는 것이 아니다. 기린도 살고 하마도 살고 그래야 한다"는 심사평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적이 있는데, 필자가 이 말을 보다 확대해 보면 예를 들어 80년대 후반부터 중흥기를 맞이한 발라드는 90년대 초 등장한 신승훈으로 인해 정점을 맞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가 동시대에 활약한 많은 밀림 속 기린과 하마 사이에서 사자였던 것이다.

또한 김윤아는 자우림이라는 밴드로 97년에 데뷔하여 밀림속의 색다른 개성을 가진채 고유의 영역을 만들어 왔다. 왜 김윤아가 멘토가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기사의 댓글에 종종 보이는데 그들에게 하고픈 말은 수 없이 많은 이가 특정 영역에서 사자가 되려 했지만 그 수는 소수였고, 신승훈이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발라드의 황제이자 사자가 되었다면 김윤아는 밴드음악이라는 영역속에서 여성보컬로서는 자리다툼할 이가 없었기에 무혈로 사자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신승훈의 발라드 영역이 훨씬 크고 중심적 영역이고, 김윤아가 사자가 된 자리는 좁은 자리라는 것 뿐.

최근 방송된 <위대한 탄생> 김윤아멘토 편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필자가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몇가지 주제 중 하나를 실감했을 것이다. 즉, 김윤아가 말하는 베짱이는 연습하지 않고 게으린 것이 아닌 다른 일 보다 노래를 우선하여 그것에 미치도록 매달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으로 과거 극소수의 타고난 끼를 가진 이들만이 음악무대에 섰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노래에 미쳐 스스로의 개성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김윤아의 베짱이 스타일인 것이다.

 김윤아 이전에 방송된 이은미의 경우를 잠시 보자. 권리세는 붙고 다른 풍부한 성량을 가진 두 참가자는 탈락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저히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그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만이 가수가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널리 음악 교육이 활성화 되고 저변이 넓어져 개성만들기에 근접한 사람이 오히려 노래를 어느정도 잘 부르는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던 것이다. 즉 이은미 조차도 노래실력을 종합적 재능의 한부분으로 내려놓고 생각하는데 동의해버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은미의 선택에 말이 많은 것은 그녀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모순되게 보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사실 이은미나 김윤아의 승자의 자리에 일찌감치 앉은 사람들이다. 그녀들이 인기를 얻고 노래실력으로 인정 받게 된 그 시절에도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했고, 그 와중에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은미가 <위탄>에서 선택한 멘티 중 권리세를 선택한 것은 매력적인 외모와 근성이 노래실력 자체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탈락자들 보다 더 성공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김윤아가 선택한 멘티들은 처음부터 외모보다 개성을 우선시 했고, 발탁 과정에서도 김윤아가 손을 들고 선택하려 했던 멘티 중 다른 멘토와 겹치는 경우는 데이비드오 정도였을 뿐 대개 홀로 선택하여 멘티로 두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김윤아는 자기영역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멘티를 선택함으로서 결과와 관계 없이 자기가 걸었던 그길을 따라와 줄 것을 기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김윤아는 밴드음악을 기본으로 하고 과거 히트한 대중적인 몇곡 <미안해 널 미워해><매직카펫라이드><헤이 헤이 헤이> 등 에서 작곡실력과 그에 맞는 창법을 보여 자우림이라는 밴드를 알렸고, 또 자우림의 성격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솔로곡 <봄날은 간다><야상곡> 등을 통해 또 다른 성향의 작곡과 창법으로 색깔이 다른 음악을 선보인바 있다. 김윤아의 음악적 성취를 필자는 상당히 높게 평가하는 편으로 일부 대중적 성향의 음악도 만들어 흥겹게 해주더니,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에 젖어 들을 만한 <야상곡>을 만들어 감정에 뭍혀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반응까지 좋았던 김윤아와 같은 스타일은 대중성과의 적절한 타협을 해야 하는 그녀의 멘티들에게 가장 좋은 길을 갔던 음악선배이자 나침표가 되어 줄 수 있어 보인다.

2011년 가요계 흐름 위탄이 바꾼다.

위탄은 엠넷이 주관한 슈퍼스타K와 이미 큰 차별화에 성공했다. 위탄의 멘토들이 각자의 확실한 영역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선택되는 멘티가 달라지고, 그 다섯의 성향이 가요계 전반을 거의 대부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방송분량 20회에서 25회로 늘렸으니 20명이 모두 생방송에 출연하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멘티들의 장단점을 멘토에 의해서 그 절반만 선택하게 하는 것은 너무 많은 잡음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명으로 멘티를 압축하는 과정에 이미 멘토의 성향은 반영이 되었음에도 다시 10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 멘토가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되어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주관적인 선택이 아니냐는 불만을 야기하게 되고 애초에 위탄을 시청하게 된 동기조차도 흐려버리게 되는 결과 조차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방시혁-노지훈> 논란은 일어난 바 있고, 김정인-데이비드오의 선택과정에 불만이 일고 있으며, 이은미 멘토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바뀐 게 그 예라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왜 위탄을 보게 되고 점차적으로 시청율이 올라가고 인기를 끌게 되었는가를 MBC측에서는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짜피 20명이 선발되는 과정에서도 안타깝게 탈락한 이들이 있어 논란이 되었던 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인원을 생방송에 참여시킬 수는 없어도 20명정도는 충분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인 것이다. 필자는 이은미나 김태원 등 이미 방송에 나와 탈락한 이들이 생방송에서 가려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무래도 10명으로 서둘러 압축시킨 것은 아마도 MBC가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최종무대에 서는 소수가 스타의 반열에 오를 확율을 올리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을 것으로 사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역시 상위 입상자가 가수로써 제대로 인정받고 제대로 성공하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 성급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 자체가 위탄의 완성도를 낮추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위탄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1시즌이 마무리 될 때까지 흥행몰이는 따놓은 당상으로 보이지만 서두르는 마음이나 안일함에 빠져서는 그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앞서 이야기 한 바처럼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음악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레 여러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것인데, 위탄의 성공은 그 갈림길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보다 대중과 호흡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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