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아이유-지연-루나, 여고생 쎄시봉의 탄생

월요일에 방영하는 <MBC 놀러와>는 작년 쎄시봉특집으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놀러와는 타 예능프로와의 차별적 요소로 연예인들의 인간적 유대관계를 엮어 특집으로 방영하기 시작했고, 그 반응의 절정에 이르렀던 것이 쎄시봉특집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많은 특집이 있었지만 쎄시봉특집이 유독 많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던 것은 몇가지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다.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 송창식이라는 가요계 대선배에 대해 알고 있는 세대에게는 아주 오래간만에 그들이 뭉쳐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추억을 되살려 주었고,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에게조차 그들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노래를 시작했으며, 실제 라이브로 들려 주는 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으며 행복한 기분을 맛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 대박이 아니날래야 안날 수가 없는 정말 잘된 기획의 승리였다.

근래 연예계는 보이지 않게 많은 변화가 시도 되고 있는데, 가요계는 솔로가수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고 <나는 가수다>나 <위대한 탄생>과 같은 오디션프로그램은 가요와 예능의 타협점을 찾아내고 있으며, 최대 인기 예능 프로로 꼽히는 <1박2일>은 엄태웅을 <남자의 자격>은 일명 '양신' 양준혁을 새 멤버로 받아 들이는 파격적인 멤버발탁을 한 바 있다. 이 와중에 놀러와는 장수프로그램이자 유재석이 맡은 프로라는 점에서 조금만 일시적 시청율 하락이 보여도 일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는 경향이 있는데, <1박2일>이 야생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놀러와>는 놀러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색을 잘 살리는 것이 근래의 변화의 바람속에서도 살아남는 비법임을 <여고생 일기>로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다.

아이유-지연-루나의 만남

아이유와 '티아라'의 멤버 지연, 에프엑스(f(x))의 멤버 루나의 만남은 어쩌면 쎄시봉처럼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이 중에서 둘이 같은 학교 같은 반 짝궁이었던 것만으로 이 만남은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었고 상대방은 그 손을 맞잡아 주었다는 것이다.

아이유는 코린베일리 래라는 가수를 접하며 기타를 배우고자 했다고 했다. 루나는 하루 14시간을 꼬박 연습했다고 전해지는 소속사 선배인 보아를 동경하며 그녀처럼 되고 싶어 9시면 집에 돌려 보내는 회사를 속이고 새벽까지 연습한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동기부여는 어른들이 가르치려 해서 생겨나는게 아니다. 가슴속 열정을 끌어내는 어떤 계기에 감응하여 스스로 활활 타올라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직은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걷고 있을 만큼 당찬 그녀들이지만 적자생존의 연예계에서 겪게되는 많을 일들 앞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아이유, 가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시청자의 눈길 사로 잡았다.

<놀러와> 여고생 일기 특집편에서 가장 방송분량이 많았던 것은 아이유 였는데, 아마도 근래의 인기가 어느정도 반영이 된 것도 일부 있을 듯 싶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아이유가 가수로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만으로 언제 어디서든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 해줄 수 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이미 각인 시켜두었기에 존경해마지 않는 다는 '코린 베일리 래'의 <I'd Do it All Again>을 불러 달라는 유재석의 요청이 있자 기대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는 것이다. 

소녀가수 아이유가 기타들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예능에서 흔히 발견되는 '개그 강박증' 혹은 '섹시 춤 강박증'과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 노래만으로 시청자들을 충분히 만족케 해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바로 가수 본연의 실력과 자세가 되어 있다면 부차적인 예능끼가 주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이유가 증명해 보인 것이다.

참고로 방송을 못보신 분이라면 이번편만은 꼭 재방을 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이유는 묻지 마시라. 아이유가 부르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노래는 들어보아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으니까.

인기에 대한 고민

아이유가 말한 지금 자신이 얻게 된 인기가 시간이 지나고 방송활동이 뜸해지면 잊혀지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은 사실 지연과 루나 뿐 아니라 함께 출연한 김태우나 윤두준 나아가 연예인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일 것인데, 이 고민에 대해 "왜 대중들이 나를 좋아 하는 지 알아야 한다"는 김태우의 발언이 와닿는다.

왕년의 스타가수 이상은은 '담다디'라는 강변가요제 대상곡이자 빅히트곡을 선보인 이후 몇곡의 대중적 히트곡을 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스타일로 전향해 버렸다. 근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활약 중인 김윤아는 <자우림>의 보컬로 독특한 스타일의 밴드음악을 하였는데 당시 꽤나 예쁜 외모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솔로앨범>을 발표 하자 밴드 해체수순을 밟는거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지만 김윤아는 <자우림>과 <솔로> 모두에서 각기 다른 음악적 색깔을 꾸준히 지켜가며 지금까지 왔다.

이렇게 가수들에게는 음악에 대한 진로의 문제가 다가 오게 되는데,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는 대중이 그 가수에게 기대하는 것만큼 만 하고자 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를 판가름하게 된다.

아이유의 경우...
필자는 아이유가 이미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깊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그 이유는 그녀가 빅히트곡 <좋은날>의 후속곡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를 윤상과 함께 작업한데서 찾아 볼 수 있다.(다양한 음악을 받아 들이고 소화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얼마전 스페셜 무대로 선보인 <잔혹동화>까지 아이유의 스타일은 점점(어쩌면 이미) 만들어 지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연습하여 각종 라디오나 케이블방송에서 선보이는 곡들을 보면 왜 평소 그녀가 선배 여가수 <거미>에게 영향을 받고 <코린 베일리 래>를 존경하는지를 알 수 있다.

얼마전 <위대한 탄생>의 멘토이자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심사평 중에 옛노래와 지금 노래를 함께 들으라 했고, 또한 "음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자기 안에서 발견하는 거다"라고 한바 있다. 김태원의 말처럼 아이유는 자기속에 끄집어낼 음악적 깊이를 이제 스스로 만들어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가수로써 장수하는 비결이다. 최근에 많은 왕년의 해외스타들이 방한하여 공연을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누군가에게서 곡을 받아 노래만 부르는 이들이 거의 없다. 필자는 되도록이면 아이유가 노래에 대한 고민을 곡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가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루나의 경우...
루나는 아이유와 조금 다른데, 에프엑스라는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로써 갖게 되는 제약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루나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룹활동에 충실하면서 음악적 욕심은 틈틈히 그러나 꾸준히 공부하고 늘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음악적 고민을 단순히 가창력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보고 또한 옛 명곡들을 듣는 등이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길 바란다.

데뷔전 사연과 여고생 쎄시봉

집안 사정이 어려워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하고 떨어져 살아야 할 때 어렵사리 구한 방한칸에 바퀴벌레가 너무나많아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지경이라 친척집에 몇일간 머물게 되었는데 "연습이 끝나고 방에 들어가 누웠더니 그 친척분이 아내 분에게 아직도 안갔냐며 '아직도 안갔냐' '집에 바퀴벌레가 많다고? 내가 바퀴벌레처럼 해봐' 라고 화를 내 서러웠다는 데뷔전 사연을 전한 아이유는 " 돈을 빨리 벌어 집을 사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프고 쓰디쓰지만 그것이 약이되어 돌아 오게 한 아이유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유 뿐 아니라 지연, 루나에게도 데뷔전 사연이 있고 또한 앞으로 가수활동을 하며 많은 힘든 일들이 생길 수 있으나 <리틀 쎄시봉> 세 동갑내기 친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가수로서 그녀들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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