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14회는 지난회에 이어 마법과도 같은 파티가 이어졌고, 마법과도 같은 주원과 라임의 키스가 있었습니다.

"다들 우리만 보고 있어"
"당연하지. 내가 방금 가난한 스턴트맨에게 키스했으니까"

꼭 이렇게 한마디씩 하는게 주원이조. 라임과 주원은 그 개성이 매우 강해요. 말투나 행동 모두에서 그 고유의 색깔이 묻어나고 있조. "혹시 주위에 우리 백화점 주식 갖  고 있는 사람있으면 빨리 팔으라고해. 그 백화점 사장이 여자한테 빠져서 일생일대 인수합병을 망치는 중이거든". 아마도 작가는 평범함을 무척 싫어 하나 봅니다. 시청자의 눈길 한땀 한땀 다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평범한 색을 벗어난 맛깔나는 대화를 만들어 낼 지 고민하는게 보이거든요.

마법의 파티, 얼어 붙어 있던 오스카와 윤슬의 관계마저 녹이다.

어떤 일이든 사소한 일로 부터 시작해서 커지고는 하조. 역전의 여왕에서 황태희는 남편이 전여친과 늦은밤에 만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너무나 슬퍼하고 괴로워했지만 나중에 일 때문에 만난 사실을 결국 알게 되었음에도 쉽게 마음을 풀지 못합니다. 사소한 일로 상처가 생기고 커졌음에도 그것을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사람의 감정이 본래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목석이 아니라면 누구나 그럴 것 같네요. 이 경우 해결법은 따로 없고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스카와 윤슬의 관계가 딱 그러한데요. 풀릴듯 풀릴듯 하다 마는 것은 작은 엇나감 때문이고 사실 오스카와 윤슬 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작은 엇갈림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던 오스카가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마법과도 같은 파티에서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허세를 내려놓음으로써 얼어 붙어 있던 둘의 관계는 녹아 내리기 시작하조.

사람들은 오스카의 허세를 알량한 자존심이라 생각하지만, 어떤 한 사람에게 그것은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기에는 답답해 보여도 나름의 이유는 있는 법이조. 오스카가 늘 당당 했던 것은 남들에게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하지만 양심에 부끄럽지는 않게 살아왔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는데,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 자부심과 자존심은 무너지고, 더불어 폼잡고 있던 허세마저 같이 무너졌습니다.

요즘 오스카를 연기하는 윤상현의 눈빛 연기가 너무나 멋지더군요. 허세와 진실이 공존하다 그 허세가 무너지고 진실한 남자 오스카만이 남았을 때의 그 심유한 눈빛은 윤상현이기에 표현해 낼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으로 멋진 연기였습니다.자신이 잘 못 살아왔는가 보다라며 자책하는 오스카. 그는 언제나 감정에 솔직하여 남들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고 필요 이상으로 낙담하는듯 보이는 그런 사람이조.

그런 오스카가 단한명 가장 사랑했기에 가장 소중히 대해줘야 했던 윤슬을 놓친 이후 유독 윤슬에게만은 솔직당당한 태도를 보이지 못합니다. 윤슬에게 상처를 주면 줄 수록 자신이 더욱 아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내지 못하다 이제 서서히 한올한올 바닥에 내려놓아 갑니다. 그리고 결국 과거 자신이 했던 허세짓으로 인해 비롯된 말이 윤슬을 아프게 하고 떠나게 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왜 오스카는 윤슬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게 했던 가슴 속 트라우마를 벗겨내고 용기를 낸 이후에야 윤슬이 엿듣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요. 왜 이렇게 늦게 말이조. 하지만 결국 오스카와 윤슬은 오해를 벗고 서로의 감정의 벽을 허물어 결국 해피엔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표절문제는 오스카-윤슬-한태선이 공동 대처해 가면서 이 셋이 한 밴드로 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두번째 영혼체인지, 정말 들통 났을까?

2010년 드라마의 숨겨진 포인트를 전 '절제'에서 찾습니다. 올 최대 히트작은 뭐니뭐니 해도 '제빵왕 김탁구' 일텐데요. 이 드라마에서 유진은 일찌감치 악녀로 변신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스토리의 초반부터 본래 흐름보다 디테일하게 가기 시작하더니 중간부터는 경합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그 비중을 강조 하게 되느라 악녀변신이 늦어진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것은 본 시놉에 있던 그대로 가지 않고 극의 흐름에 맡겨 무리하지 않으려는 시도가 보였다는 것입니다.  즉, 어느 드라마건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양념들을 다수 배치해놓고 흐름따라 무리수를 두지 않는 절제가 보였다는 것이조. 달리 말하자면 기존에는 뭔가 뜰만한 소재가 있을 경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그 막장소재를 끝까지 밀고 나가 초중반에는 많은 호응을 얻다가 나중에는 너무 지나치게 끌고 가는 것 이니냐, 일을 이렇게 무리하게 크게 벌려 놓고 나중에 뒷수습은 어떻게 하느냐 라는 항의가 있었던 것과 비교 되는 것이조.

시크릿가든에서 첫번째 영혼체인지 이후로 많은 리뷰에서는 역시 체인지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록 아슬아슬 하게 넘겨왔던 일들을 감당하기 어렵워 이른 시점에 다시 돌려 놓았다는 말이 있었는데(무리한 진행은 절제한다는 것이조), 실제 두번째 체인지 된 이후로 순탄하게 모든일이 진행되는 듯 하다, 결국 주원과 라임을 가장 잘 아는 두사람에게 각각 들켜 버리고 마는 것을 보면 드라마리뷰에서의 그 예측이 적중한 셈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는 당영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스카는 주원이 중간중간 의심스러운 행동들을 잘 기억하고 있고, 또한 라임이 기분이 좋을 경우 발 압꿈치를 바닥에 톡톡 치는 습관등 주원-라임을 고루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고, 임감독은 마찬가지로 라임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명입니다.

"방금 나간 그 친구가 지현이야. 당신 누구야. 내동생 김주원 어딨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케릭터 설정과 대화 부분인데요. 주원이 오스카에게 바뀐 정체를 들키게 된건 주치의인 이지현을 못알아 보고 인사를 하더니 막상 이지현이 가고 난후 일전에 오스카가 상당해 보라고 했던 지현의 연락처를 달라고 했기 때문이고, 임감독은 김지운 선배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잘 지내냐고 안부전해왔다라고 운을 띄어 봅니다.

"나한테 전화번호가 있던가..."
"김지운 선배는 3년전에 돌아가셨어. 12월 5일 라임이 아버지 기일이고"

임감독이 라임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건 죽은 김지운 선배도 모르고, 아버지 기일조차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둘 모두가 같은 타이밍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정체를 들키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그것은 둘 모두에게 같은 상황을 주어줘야 그것이 어떤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즉, 두가지 가정이 가능한데요. 첫번째는 임감독은 몰라도 주원-라임을 잘 아는 오스카 에게 만큼은 둘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혼이 바뀐 것도요. 그만큼 극의 초반부터 현재까지 오스카와 주원은 사촌지간이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서로를 가깝게 대하고 이해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조. 그리고 임감독도 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오스카와 임감독은 정체를 알고 둘의 생활에 끼어들어 오스카는 주원으로 변한 라임에게 임감독은 라임으로 변한 주원에게 각각 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되겠조.

두번째 가정은 어찌어찌 겨우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주원-라임이 다시 비가 와서 바뀌기 전가지 도피행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 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순차적도 아니고 같은 타이밍에 둘이 함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장치를 놓치지 않고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면 왜 다음 내용에 대한 유추가 가능한데, 최소한 제가 언급한 두가지 경우가 아니더라도 동시에 닥친 상황적 변화는 어느 한쪽이 아닌 둘의 행동을 함께 묶어 줄 재료가 되어 주는 것만은 확실하지 않을까요?

이 리뷰가 마음에 드시면 추천해주세요 ( 비 로그인 가능, 아래 손가락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