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마지막회

야심차게 출발했던 드라마 '대물'이 드디어 종영되었습니다. 그간 여러 드라마에서 정치이야기를 다룬적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고, 또한 넓게 보면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당파싸움도 사실상 정치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치를 메인으로 내건 드라마로 '대물'은 그 시작부터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작가교체 등 삐걱 거린 부분들이 있었고, 결국 하도야와 서혜림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아쉬운 부분이 몇가지 있습니다.

지나치게 압축된 스토리

아무래도 고현정이 그린 서혜림의 정치입문과 국회의원-도지사-대통령 당선을 24회 안에 풀어 내려니 중간중간 핵심포인트에서 이건 너무 생략된게 아닌가 싶은 장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조금은 더 디테일하게 묘사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 있을때마다 예외없이 영화의 한장면 보듯 스쳐지나가 버린 기분이라고 할까요.

필자는 드라마가 필요 이상으로 질질 끄는것에 대해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지만 '대물'이 보여주고자 했던 스토리에 비해 너무 짧은 횟수, 그리고 원작자가 밝히는 '대물'의 성격이 정치에 집중되어 실질적으로 드라마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남여간의 사랑등 몇가지를 고의적으루 배제한 것과는 달리 하도야와 서혜림의 개인사의 비중을 높였다면 그에 맞는 분량 조절이 조금은 더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됩니다.

강태산의 해피엔딩은 너무해

산호그룹이라는 거대기업과의 밀착관계가 강태산의 실질적인 배경이 되었음에도 서혜림은 국무총리 자리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강태산은 청문회를 통해 초심을 떠올리며 국무총리를 사퇴하고 외국으로 나갔다 돌아와민우당에 복귀하는 설정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는 강태산에게 너무나 관대한 결말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경쟁드라마로 등장한 프레지던트의 하희라 역시 그 결말이 강태산과 비슷하다면 정치드라마는 있으나 마나 혹은 만들지 말아야 할 소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경유착에 대해 너무나 관대한 시선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현실 정치를 다루기 위해 재계와의 인맥을 다루지만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오히려 살짯 맛만 보더니 양념의 역할로 마무리 하는 것을 보니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뿐일까요. 강태산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갖는 이중적인 모습들 중 좋은 면만을 마지막에 부각시켜 선하고 착한 사람으로 결국 돌려세워놨다는데서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이 듭니다.

정치초심을 깨달은 강태산, 그것만으로 그간 그가 행해왔던 부적절한 일들이 다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대통령이 된 이후의 서혜림, 너무나 깨끗해

앞서 이야기한 분량과 맞물리는 부분으로 대톨영이 된 이후 서혜림 본인의 뜻과는 별개로 많은 문제에 부딪혔을 법 한데 국회의원-도지사 과정을 압축해보여주었다면 대통령 당선 이후라도 조금은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서혜림을 보면 노무현이 떠오른다고 했지만, 그건 겉모습의 일부일 뿐이었던 것일까요.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어려워도 대통령탓, 뭘 해도 대통령탓을 하며 원성을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특히 지지기반이 취약한 대신 국민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되었던 노무현과 같이 기득권 세력의 치밀하고 끈질긴 공격이 임기내내 끊임없이 이어졌던 그 모습의 반의 반만이라도 보여주었다면... 본의든 아니든 역대 대통령마다 매번 반복되었던 측근들이 비리혐의에 시달리게 되었던 일들까지 다루었다면... 이런 몇가지 대통령 당선 이후의 아쉬움들...

드라마 '프레지던트'는 아마도 위에서 이야기한 몇가지 아쉬운 점에서 착안하여 따라하기 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시작하게 된 경우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야망에 찬 장일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 내기 위해 혼전만남으로 태어난 아들을 대통령다큐를 찍는 PD로 묘사한 것이지 싶습니다.

- 대한민국은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보다는 국민적 화합과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국민을 감싸는 리더십이 더 필요한 것이다. (백성민 前 대통령)

서혜림 퇴임사, 아쉬움의 결정판

- 정치는 경제발전의 결실을 고엉하고 조화롭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것
- 짧게는 국민들의 살림살이에 영향을 주고 길게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 놓을 수 있다.
- 정책하나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 정치인을 미워해도 정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정치를 사랑해 주세요.

서혜림의 퇴임사에 이 드라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한가지,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정치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스토리는 현실정치를 바탕으로 하면서 진정으로 현실같은 모습은 굵직한 일부 사건들만 차용하고 여러 정황적 사건을을 두리뭉실하게 처리한 채 결국 매번 반복되는 교과서적인 연설로 마무리 되는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 속의 사건과 주인공들의 행동을 디테일하고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느끼게 해야 하는데, 대물은 압축된 스토리 속에서 중요한 장면마다 항상 연설로 마무리 했고, 결말도 연설로 마무리 하고 맙니다. 이래서는 사건 사건마다 그저 과거 현실에 있었던 사건을 서혜림의 입에서 듣고 정리 하는 기분만 남기고 마는게 아닐까 싶네요. 드라마 '프레지던트'가 대물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정치드라마의 명맥을 이어가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면서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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