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명의 범죄자를 잡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다

채수창 전 강북 경찰서장이 옷을 벗게 된 바탕에는 현  조현오 경찰청장의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여 경찰내부의 위계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괘씸죄가 작용하였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채 서장은 과거 양천서 사건 때 가혹행위를 한 담당 경찰관의 잘못과 더불어 실적 경쟁에 매달리게 한 당시 서울청장의 과도한 실적주의를 비판하였다. 채 서장이 말한 단 한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이번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교생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떠올리는건 인지상정일 것이다.

당시 채서장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관에서 미루면서, 조직원 잘못에 절대 관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지휘부의 무책임하고 두꺼운 행태에 분개한다. 국민이 경찰에 대해 법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인권을 우선하는 모습을 기대 하고 있는 만큼, 경찰관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얼마나 절차를 잘 준수하고, 얼마나 인권을 우선시 했는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데도, 검거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을 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며, 오로지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에 심히 걱정스럽다"

당시 필자가 구독하던 신문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기사에서는 채수창씨의 이런 양심선언에 대해 경찰의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항명' 사건 이라며 채 전 서장을 일방적으로 매도 하는 기사를 너나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내었다.  여러 언론들이 마치 짠듯이 일방적인 주장만 온통 기사속에 담아 내자 이 일이 어떤 사건인지 뉴스를 통해 알게된 다수의 시민들은 '항명'이라는 첫인상을 그대로 가져가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채서장의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안한 걸 안했다고 할 것을 제 인생이 완전히 꼬였습니다" 라며 시작하는 김모군의 절규가 2010년 10월 20일자로 뉴시스 기사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되었고 이를 본 필자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거운 심정이 되어 버렸다. "과연 이런 일이 왜 일어나야 했는가." 라는 의문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단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없어야 하는데 김모군과 같은 억울하고 원통한 피해자가 또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도둑질 해 본적이 없다. 가본적이 없는 아파트, 계단 형인지 복도 형인지도 모르는데, 한달동안 감방 신세나 보내고, 안한걸 안했다고 할 것 제가 그 때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광명시란 환경이 싫어서 관악구나 동작구 쪽에 이사 가려고 생각하고 말하려 했는데, 방에만 처박혀서 밤새도록 기타줄 잡고 독학하고..."

김군은 거짓 자백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내용 뿐 아니라 학원 선생님과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김군과 공범이라는 혐의로 붙잡힌 양모(20)씨는 지적장애2급이라고 하는데 이 양모씨의 어머니는 재판부에 보낸 편지에서 경찰이 아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하였고 심지어는 뺨을 때리면서 겁많고 지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들을 압박하였다고 한다. "너무 무서웠다고 합니다. 죽은 줄 알았다고 합니다" 라고 편지에서 말하고 있는 양씨의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프다.

김군과 양씨의 무죄판결

2008년 7월 24일 부터 지난해 7월 5일까지 광명시 철산동 일대아파트에서 상습 절도를 행하였고 그 횟수는 무려 44회 이며 시가로는 9023만6천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무고한 옥살이를 했다는 것이 드러난 이상 경찰은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항소심에 패한 것에 불복하여 상고를 하기로 했다니 이 무슨 당치도 않은 일인가.

학교생활기록부와 휴대전화 통화내역등 김군과 양씨가 범해현장에 없었음이 확인된 건이 25건이고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족적이 이 두사람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었다고 하는데 경찰이 강압수사를 하였는지 아닌지는 아직 정확히 판단 할 수는 없으나 법원의 판결이 무죄로 판결난 이상 경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로 거짓 자백하였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학생인 증인이 '경찰관이 동네 아는 형을 부르라고 해 피고인들을 부른 것이지 CCTV를 보고 피고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 라고 했고, 피고인들에게 피해품이 압수된게 없는점 등 먼저 언급한 이유들과 맞물려 항소를 기각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들이 경찰에서 강압 및 회유에 의해 이미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에 검찰에서 번복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어린 학생과 지적장애를 가진 젊은이를 대상으로 무리한 강압수사를 했다는 것이 만일 드러난다면 경찰의 성과주의가 낳은 폐해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듯한 이일에 경찰은 상고로 맞대응 하기보다 내부적인 확인 후 김군과 양씨 가족에게 백배사죄하고 엎으려 죄를 물어야 할 것이다.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말을 들어 보면 기가 막힌 일들이 많다. 경찰은 얼굴형태도 구분하기 힘든 흐릿한 CCTV 화면을 들고 다니며 탐문수사를 하다 초등생(당시 6학년)과 중학생(2학년)의 증언을 토대로 양씨 등을 체포했다. 심문과정에서 강압적인 자세와 뺨을 때리는 행위 등으로 무서워진 양씨등은 거짓 자백을 했다고 한다. 양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부족하고 발달장애라는 말을 했는데도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수치스러워서 이사를 했고, 방학기간 중 체포돼 보석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3개월 20일동안 교도소 생활을 한 탓에 아들은 자퇴를 한 뒤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억울한 피해자 더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엊저녁에는 강남의 40대 남자가 짜맞추기 경찰 수사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역시 이 사건의 원인도 강압수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남자가 남긴 유서에 담긴 내용이 구구절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즉 살아도 산것이 아니어서 세상을 달리 하였고 그 억울함을 유서로 남긴 것이다.

"힘 없고 고생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 한건 올리면 보탬이 될까. 짜 맞춰 수사를 하는 과정에 눈물이 난다...경찰의 질문도 이상해 경찰이 바라는 대답으로 주사한다는 느낌이 든다" 는 등의 전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시는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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