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구, 새드엔딩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SBS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홍정은-홍미란 자매의 작품으로 방영전부터 팬들로부터는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특히나 이승기와 신민아 커플은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홍자매식 구미호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그러나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리가 없었던 '제빵왕 김탁구'의 엄청난 흥행대박으로 인해 '여친구'에 대한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가 달라진건 아니지만 시청율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마음속 응원의 소리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탁구는 1,2차에 걸친 경합을 클라이막스로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하다 못해 꾸준히 우상향을 할 뿐이었다.  이때 새로 나온 드라마는 꼭 한번 챙겨 보는 습성상 '여친구'의 1~2회까지 시청하였고 그 다음날 '여친구'에 대한 리뷰를 작성한 바 있는데 뭇 '여친구'팬들에게 집중 난타를 당하였다. 이유를 요약해 보자면 불과 1~2회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며  올 한해 최대 히트작인 김탁구와 붙었는데 이정도면 잘되고 있는거 아니냐는 반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 기대를 반쯤 접고 대했던 여친구가 나의 섵부른 예상을 깨고 선전하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이승기-신민아 커플의 매력이 절대적이지 싶다. 동화같은 스토리를 어쩌면 이렇게 반감 없이 받아 들이도록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꼭 맞는 맞춤 옷 입듯이 연기하는 호이커플의 애틋한 사랑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한껏 채워주고 있는 모양이다.

내게는 어릴적 10대때 굉장히 진한 여운을 주던 만화영화와 소설이 있었다. 이중 만화로는 김청기 감독이 태권브이와 우뢰매라는 두 유명한 시리즈 사이에 제작한  '똘이와 제타로보트'라는 극장용 만화영화 였다. '똘이'는 '똘이장군'시리즈의 그 똘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고, 제타로보트는 일본 애니에서 그대로 메카닉 디자인을 이용했기에 지금와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스토리 또한 설정이 어설프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을 정도지만 막상 내 개인적인 기억속에 이 민화는 내 소년시절의 감성을 크게 흔덜어 놓았떤 작품이었다. 

 개구장이 어린이인 똘이는 길바닥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비행기 프라모델과 인형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은 지저 세계의 소인국 수로국에서 온 파라셀 공주와 전투기 제타2호였다. 그녀는 침략자 블랙키드의 공격을 피해 오빠 클립 왕자가 조종하는 제타1호와 함게 화산 분출을 이용해 지상 세계로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제타1호와 2호가 합체하면 전설의 제타로보트가 되어 지저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똘이는 그녀를 보살펴주던 중 여자 친구 수지네 집에 있는 클립 왕자와 제타1호를 발견한다. 그러나 이들을 쫓아온 블랙키드의 전투기 공격에 의해 클립 왕자는 죽고 숙이의 어머니는 사경을 헤메게 된다. 수지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똘이는 스스로를 축소시킨 후 제타1호의 파일럿이 되어 지저세계로 가게 되는데.

이뿐인가. 중학생 때 처음 접했던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는 두고두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었는데 훨씬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건 나만이 느낀 감정은 아니고 당시 10~2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아무튼 '똘이와 제타로보트' '소나기' '케빈은열두살'과 같은 성장기에 접하게 되는 작품들은 이성에 대한 환상과  이루어지지 못하는 풋풋한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감성등이 가슴 먹먹한 느낌으로 남아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고 있다.

다 커서는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최재성과 현존 최고의 여배우라 할 수 있는 채시라씨 그리고 최근 황금물고기로 인기몰이 중이신 박상원까지 당대의 내노라 하는 멋진 배우분들이 함께 한 작품이었다. 한때는 방송가에서 무슨 특집편을 제작할때마다 두 주인공 사이에 있었던 이별과 그 이별의 한가운데서 일어난 철조망 키스가 하나의 단골 소재가 되어 수시로 등장할 정도로 현 한국의 성인들이라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최고의 명작드라마였다.

 이 작품의 여주인공 여옥의 마지막 최후가 주었던 짙은 여운을 어찌 필설로 다 형용 할 수 있을까.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참, 그 날 재밌었어…….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그래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 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힌 일이 있지? 그 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 쎄, 죽기 전에 이런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여친구'의 극본을 맡은 홍자매는 항상 해피엔딩을 내는 것으로 유명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트랜디 드라마+해피엔딩이 그녀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그중 쾌도 홍길동 때문에라도 완전하게는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여친구와 같이 감성으로 똘돌 뭉친 드라마는 새드엔딩. 아니 보다정확히 말하자면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가 좋다. 시청자들은 '여친구'의 이승기-신민아 커플이 벌이는 알콩달콩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가도 문득 문득 끝은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 하고는 하는데, 시청하는 처음 부터 기존의 '구미호' 이야기와는 다른 시작에 결말 역시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보기도 하며 때론 슬픈 결말을 알고 그 여운을 맛보기 위해 보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이 드라마가 여성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한 것은 역시 이승기 파워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들간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은 뒤로 미루고, 그 과정속 달달한 스토리 전개 자체를 즐기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드라마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미루고 미뤄 두었던 결말에 대한 두려움과 한껏 주인공에 몰입되어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양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는 심정이 엇갈리면서 '여친구'는 현재 화제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심지어 얼마전 종영된 '제빵왕 김탁구'보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훨씬 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결말에 대한 예측 두가지

첫번째가 이승기(대웅)를 신민아(미호)가 살리고 삼신할매가 데려가 그림에 봉인, 그리고 다시 첫회에 등장한 그 사당에서 미호를 만나러 와 추억하게 되는 이승기의 모습이 여운을 남기며 그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아직은 이 결말이 대세로 받아 들여 지고 있는 중.

두번째가 박동주가 미호의 최후에 자신이 오랬전에 품고 살았던 가슴 앓이를 풀어 내고 대신해서 죽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옛 사랑을 위해 서이며 두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맺음말.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는 방영횟수 때문에라도 '여친구'의 나머지 스토리에 대해 정말 많이 궁금해 하고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이러한 드라마는 결말이 이미 정해진 드라마 라고 보아야 한다. 아마도 별다른 일이 없는이상 대본의 방향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는말.

홍자매가 이루어질 수 없는 드라마의 환상을 꿈꾸었다면 드라마 '궁'을 만들었을 테니까...

그럼 이만 마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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