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에서 배울 수 있는 점

제빵왕 김탁구가 마지막 방송을 탄지 몇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해피엔딩의 특성상 과거 '추노'때 받았던 강한 여운에는 미치지 못하나 드라마 중간중간 느꼈던 묘미는 추노에 비해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진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율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여러 드라마가 새로 방영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혹평을 몇차례 한적이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너무 섵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그것은 몇가지 이유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우선 타겟층이 너무나 명확해서 그 이외의 대상은 일체 관심을 둘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장난스런 키스'를 보면 시청자층이 극도로 협소한 10대 지향의 드라마인데 이런 드라마일 수록 대중성 확보에 극본과 편집기술을 최대한 활용했어야 함에도 그 반대로 가버리는 우를 범하였다. 즉, 제아무리 경쟁드라마가 대박흥행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하더래도 채널을 돌리는 사람은 분명 있게 마련이고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터인데 '장키'에 잠시라도 눈을 돌렸던 30대 이상은 바로 그 순간부터 바로 채널을 돌리고 더이상 그 프로그램은 쳐다도 보지 않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흔히 말하는 애국가 시청율에도 못미치는 처참한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탁구가 바로 그 해답을 말해주고 있다. 김탁구야 말로 대박흥행을 했으니까 망정이지 조금만 부실하였더라면 대박은 커녕 쪽박이 나기 쉽상인 드라마다. 정말 말그대로 한끝발 차이로 대박과 쪽박을 갈라 놓는 스타일이며 그 조금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데 중견연기자들의 몫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였다. 사실 김탁구야 말로 만화적 스토리의 표본같지 않은가. 현재 20대 부터 40대 초반 까지라면 상당히 익숙한 만화책에서나 진행될 법한 제빵경쟁과 21세기에는 있을 법 하지 않은 올곧은 길만 고집하는 주인공, 재벌가의 이야기 등은 그 소재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만화+막장과 크게 다를바 없어 보이지 않는가.

깁탁구를 예로 들기 위해 제목도 그리 정하였으니 예로 드는 장면도 김탁구에서 들어 보겠다. 탁구의 어린시절을 마감하는 장면의 끝자락에 팔봉선생과의 만남이 있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탁구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게 맞느냐며 묻는다. 이런 만화적 장치를 팔봉선생 역을 맡은 장항선이이라는 걸출한 연기자가 화면에 같이 잡히면서 '이게 뭐야 만화잖아?'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반면에 10대 지향의 드라마들은 첫 방영부터 어떠했는가. 타겟층을 정하고 들어가는 드라마가 분위기 자체를 전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와 같이 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신선함과 톡톡튀는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 인근한 연령층까지는 끌어 들일 매력쯤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데 마치 10대 외에는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같은 10대라고 하더라도 취향이 갈라질 판에 시청자들들 내모는 경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제빵왕 김탁구가 남긴 새로운 대박공식

김탁구의 대박공식은 바로 신구의 조화에 새로운 소재의 도입이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는 막장드라마의 공식에 매우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방영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그방향을 트는 일이 없다. 반면에 새로운 소재를 도입하는 드라마는 대개 너무 가벼운 느낌이 강해 트랜디 드라마의 성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탁구 제작을 진두 지휘한 이정섭PD의 인터뷰 소감을 보면 여지껏 몰랐던 몇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볼 수 있는데 예컨데 "TV방영이 될것 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방송을 목전에 두고 연출자가 교체 되었다"라는 식이다. 이정섭PD만 해도 방송을 5일 앞두고 드라마 연출을 맡았다고 하니 얼마나 열악한 상황이었는지를 말해 준다. 심지어 강은경 작가는 '자신없다'며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끊어 놓은 상태였다고 하니 시작부터가 사실은 불안불안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출연진들을 보면 유진이 지금에야 재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수출신의 딱지가 오랬동안 달려 있었고 역시 지금에야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를 제대로 평가해주고 있지만 사실 이정도 숫자의 중견연기자가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이정섭PD와의 인터뷰 일부를 인용하는데 이부분은 인용이 보다 느낌을 잘 살릴 것으로 보아 옮겨본다.

방송 5일전, 주 촬영장과 세트장의 거리는 턱없이 장거리. 도저히 주어진 시간에 완성도 높은 '1회'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정섭PD는 "내가 이 드라마 연출이 확정되고, 일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스태프를 불러 모았다"고 말했다. 이PD의 눈시울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지난해 이정섭PD가 연출한 지현우·남상미 주연 KBS 2TV '천하무적 이평강'은 호평에도 불구, 시청률 2%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드라마는 국민드라마 불린 MBC '선덕여왕'에 밀려 마니아 드라마로 전락했다.

이PD는 "당시 '천하무적 이평강'을 만들었던 스태프들이 모두 모였고, 이들과 함께 시작했다"면서 "준비기간이 워낙에 없었다. 가령 이미 지어진 야외세트장 건물, 뒷면은 내가 포기하고 보이는 부분이라도 다시 만들어 촬영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쉽지 않은 상황을 설명했다.

뒤이어 이정섭 PD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스태프들이, 우리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끝내 목이 메어 말을 짓지 못했다.
-스타뉴스 중

신구의조화 + 신세대 소재 = 새로운 대박공식

위의 이PD한 인터뷰 내용중 일부만을 가져왔지만 그 뜻깊은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간다. 윤시윤과 주원이라는 두 젊은 청년이 주연을 맡은 것만 보아도 이 프로에 기대하는 방송국의 입장을 알 수 있었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의 흥행을 단순히 우연찮게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최근까지도 여러 쪽박 드라마들이 패배주의에 휩싸여 자기길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헤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화된 소재라고 해서 한정된 타겟층만 갖을 것이라는 이상한 발상은 하지 않는게 좋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 하고 싶은 것은 드라마 초기 구성에 대해서인데, 타겟층을 10대로 하는 드라마는 과연 성공을 바라고 만든 드라마인지 되 묻고 싶다. 과거 마니아 드라마라고 하면 드라마의 소재가 갖는 매력을 극대화 하기 위한 장치들로 인해 그렇게 보였을 뿐이지 시청자를 가까이 오지 말라며 먼저 거부하는 식은 아니었다. 

김탁구가 보여준 것 처럼 만화같기도 동화 같기도 한 감성적인 스토리에도 구세대의 감성도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신구가 함께 조화되어 시청하고 동화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예를 보며 드라마 관계자들은 비주얼에만 신경쓰는 식의 안타까운 초기구성을 삼가 하길 희망해 본다. 그 초기 1~2회때 받게 되는 취향을 가린다는 느낌 때문에라도 시청층은 넓혀지지 못하는 데다가 제한적인 연령층 내에서도 팬이 극명히 갈려 버리는 아주 힘겨운싸움을 해야 하는 불운을 자초하는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럼 이만 마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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