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만화, 똘이장군의 부활인가?

Posted at 2010. 9. 15. 07:31// Posted in 시사 따라잡기

천안함 만화, 똘이장군의 부활인가?

격동의 6~70년대를 보내고 8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인 경제성장의 열매가 한국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을때 어린시절을 보낸 지금의 삼십대 이상은 반공훈련을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때부터 받았고 학교에서는 수시로 싸이렌이 울리고는 했다.

방학때만 되면 특선만화로 똘이장군을 방영해 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 있을 수가 없었다. 암행어사 똘이 처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하며 심지어 신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으니 시리즈물로 인기가 많았던 똘이장군 시리즈는 그 배경과 목적이 반공사상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성장하는 히어로물이자 쏠쏠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나는 똘이 장군이 TV에 나오면 무척이나 좋아 했다. 게다가 여러 시리즈가 있으니 또 새로운 똘이장군을 보게 되는 재미가 쏠쏠 했던 것. 그러다가 열살쯤이던가 대략 이십여년전에 민주화 운동이 결실을 맺어 대선이 직선제로 바뀌게 되고 똘이장군은 TV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시절 시내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종종 최루탄으로 인해 미친듯이 답답한 적이 많았고 어찌나 여러차례 최루탄을 쏘아대는지 짜증도 나고 거부감이 들었다. 그때 난 최루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물건인지 몰랐지만 똘이장군 만큼은 어렴풋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간첩은 늑대로 나오고 여간첩은 불여우로나온다. 한마디로 똘이 장군 시리즈의 본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 '똘이장군' 의 주제는 늑대들로 표현된 간첩들을 잡고 그 우두머리인 불 여우동무를 무찌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일성은 거대 토끼...아니 거대 돼지로 나옵니다)

이번에 불거진 천안함만화 논란을 보며 불편했던 점은 위 똘이장군을 기억속에서 되살리며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우선 만화라는 매체를 사용한 것이 참 우스꽝 스럽다. 똘이장군은 당시 최고로 잘나가던 태권브이의 김청기 감독님이 제작한 만화로 한마디로 말해 정부가 만들어 달라고 하여 만든 것이었다.

반공사상의 주입식 교육을 TV에서 하고 있었던 시절이 민주화시대를 맞아 끝이나고 난 이후에도 한국사회는 참 많은 변화를 겪어 왔는데 아직도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천안함 사건은 불행한 역사로 인해 빚어진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화라는 매체를 이용해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담아 배포한다는 것에 참 한심한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똘이장군'을 떠올리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처럼 말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진실

이것은 이번에 국방부에서 제작 배포한 만화의 제목인데 이 제목 그대로 소제목을 뽑아 보았다. 천안함사건은 사건의 발생부터 수습 및 조사 과정까지 총체적으로 어디 하나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안보문제였다.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쉽다. 누구나 천안함 사건과 같은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교한 대처를 통해 사건수습과 원인조사를 하고 관련 대책을 세우는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내길 바란다. 그러나 초기 대응부터 조사과정 까지 온통 불신을 스스로 만들어 내었다고 할 정도로 부실한 조사와 대처를 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무작정 믿고 따라주길 바란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 일이다.

사건 조사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실이 발견되고 지적되었는가.  한미 연합훈련이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이 불행한 사건을 정부와 국방부가 아주 깨끗하게 처리 했다고 믿는다면 할말이 없겠지만 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할 것인데 어찌 이런 만화를 만들 추잡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부는 북한의 소행이 아닐 것이라 믿고 말하고 행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의 행위라는 것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온갖 부실로 점철된 조사과정과 국민을 농락한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미흡한 대처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발표를 비판한 과학자들을 이 만화에서는 인신공격에 가깝게 공격하고 있고,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뒤집고 반복하고 뒤집는 해괴한 정부대응에 대해 비판 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반하장 식으로 되려 꾸짖고 있다.

1번 잉크에 대한 진실은 몇일전의 최종결과 발표에서 조차 그 정확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이토록 오랜 조사기간을 거쳤음에도 파악해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 하지 말고 정부가 발표한 내용 그대로 믿으라니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들에게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고 모욕을 준다는 것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극성 극우 언론들의 사설을 꾸준히 읽다 보면 알게 되는 한가지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국민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항상 그들이 어떤 사건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있을때면 늘 훈계조로 사설과 칼럼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지적을 하는 논거로 삼는 내용 역시 그들이 믿는 왜곡되어 있는 증거를 인용하여 또다른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고 그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는 경향이 매우 뚜렸하다는 것이다.

이들하고 어쩌면 그리 정부의 대응이 비슷한지 참...국민을 계도해야할 대상으로 생각하니 나올 수 있는 발상이 바로 반공만화의 제작인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남긴 것들

정부는 반공 만화를 만들어 '똘이 장군'의 부활에 힘쓸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안보태세 구축에 힘쓰고 부족한 것은 인정하고 보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각자 천안함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글쓴이가 생각하는 본질은 한미연합훈련의 과정중에서도 적의 침투를 감지해내지 못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안보문제와 어뢰공격으로 결론내리기까지 드러난 부실한 수사능력, 천안함을 찾아내고 건져내는 일련의 부실한 대처 등 정부와 국방부가 자성해야할 부분이 산더미 처럼 있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안겨주지 못한 행동에 우선적으로 반성해야함이 옳다. 남탓을 하기전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논란을 자초해놓고 왜 논란을 일으키며 정부를 압박하느냐고 따지는 우스꽝 스러운 짓을 더이상 반복하는 일이 없길 희망해본다. 만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들보고 입다물고 조용히 있으라고만 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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