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음악을 처음 접한게 90년대 후반때 부터였으니 십여년이 지났다. 요즘 콜라 광고에 나오는 아무로나미에가 당시 일본 대중음악을 이끈 넘버원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동네형이 아무로 나미에를 좋아해서 우리가족이 97년부터 운영하던 PC방에 매일 콘서트 CD를 들고 와 보고는 했었다.

한국의 90년대가 대중문화의 중흥기라고 하듯이 일본도 그러했다.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일본 대중 문화는 화려한 시대를 다 보내고 점점 말라 시들어 버린 꽃처럼 그렇게 힘을 잃어 갔다. 심지어 보아가 일본에서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당시 보아의 친구로 많이 알려졌던 마츠우라아야는 당시 일본 내 최고의 아이돌이었는데 그런 그녀조차 아시아권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였다. 즉, 일본 국내에서나 통하는 매력이었던 것이다.

[ 왼쪽이 마츠우라 아야, 오른쪽이 아무로 나미에 ]

마츠우라 아야는 당시 일본의 잘나가는 CF는 온통 휩쓸고 있었을 정도로 정상의 아이돌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었지만 보아와 친해지면서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일본 아이돌 치고는 꽤나 괜찮은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을 갖춘 마츠우라 였기에 솔로로서 그렇게 큰 인기를 끈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일본 대중은 마츠우라에게 그 이상의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때가 불과 스무살도 되기 전의 수년간이었는데 스무살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인기의 강도가 확연이 꺽여 버렸다. 음악적 성숙을 기대 하고 들어 주는 것은 골수 팬들 뿐이었고 상당수의 대중은 관심을 또다른 새로운 아이돌에게로 돌리고 말았다.

마츠우라 아야가 이제 만으로 스물 네살인데 벌써 최고의 시기를 이미 다 보냈다고 할 정도니 아이돌을 상품으로 대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너무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일본 대중음악 시장은 극단적인 매니아층이 존재 하는 시장으로 바뀌어 버렸고 그중 아이돌 문화는 대중성과 규모가 가장 큰 매니아문화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록과 재즈 등 온갖 장르의 음악이 한국에 비해 폭넓게 자리 하고 있고 것 역시 다양한 매니아층이 존재 하는 한단면으로 이해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아이돌 문화를 매우 치졸하게 변형시켜 나갔는데 바로 점점 더 어린 아이들을 아이돌 가수로 키워 나갔다는 점이다. 이제 불과 열한두살에 아이돌이라고 나서는 것은 물론이요. 하로프로나 AKB48에 소속되어 훈련 받는 에그(훈련생 혹은 연습생)들은 열살 이하도 수두룩 하다. 소속사에서는 이들 중 일정 매력이 돋보이며 가능성이 점쳐지는 경우 멤버들을 따로 모아 새로운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거나 기존 그룹에 편입시키게 되는데 대개는 기존그룹들은 제각각 그룹의 특징별로 멤버를 충원해야 하므로 따로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많지 에그들이 정규 그룹에 들어가는 확율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훈련던 훈련생이거나 혹은 완전 새로이 오디션을 보는 경우거나 어떤 경우라도 대개는 나이가 매우매우 어려졌다. 그리고 오디션에 당선되는 아이들에 대한 심사기준 또한 바뀌었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는 장점인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가능성이라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갔던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히 부족한점이 많지만 원석에 가까운 아이들을 멤버로 뽑아 성장시키는 개념이 점점 확산되어 갔다.

내가 한국의 아이돌들이 한류붐을 타고 전 아시아를 석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은 이미 아이돌 문화가 많이 비틀어져 있고 중국은 아직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한국의 아이돌들은 점점 일본화 되어 가고 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이어야만 한류붐을 탄 아시아 진출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이대로 놔두게 되면 일본과 중국에 비해 협소한 자국시장의 한계로 인해 점점 많아지는 걸그룹이 출현을 시장은 감당 할 수 없게 된다.  아이돌그룹의 포화는 기존 그룹에게도 위협이 되고 새로 진입하는 걸그룹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공존하는게 아닌 모두가 공멸하는 수순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 징조가 되는 것이 바로 아이돌이 대중문화의 꽃으로서 각광받는게 아닌 단순 노동자로 전락해 가는 현재의 모습이다.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성공하고 그 이외 어느정도 아이돌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는 그룹들이 성공하게 되면 그것은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 뿐 아니라 현재 한국 아이돌이 갖는 강점을 놓치지 않게 되는 추가적인 이득이 발생하게 된다. 즉, 일본처럼 개화되기전의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지켜보는 식의 매니악한 아이돌 문화가 한국에 자리잡기 전에 보다 경쟁력 있는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엄선되어 세계시장으로  특히 아시아를 장악하는데 나서게 된다면 일본과 같은 부작용은 건너 뛸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 아이돌계는 현재 멍들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마니아 적인 경향으로 가고 있어 세계 음악팬들에게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총대를 메고 그러한 경향을 타파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들의 단점을 파고든 것이 현재 소녀시대와 카라 등이다. 소시의 전략은 앞으로 계속 먹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류아이돌들이 추가로 계속 들이 대며 일본인들이 한류가수들에 대해 지겹다는 반응이 나오기 전 가장 선두에 서서 진출하고 있는 소시와 카라는 이후 다른 걸그룹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자국시장에서 가져가야할 관심의 강도를 초반 몇개의 그룹이 차지 해버리면 일본팬들은 그 이상의 관심을 외국그룹에게 쏟을 심리적 여유는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완성형으로 일본 무대에 선 소녀시대. 그녀들이 한국에서 충분히 수년간 검증한 상품성은 일본에서 당연히 통하게 되어 있다. 일본에는 소녀시대와 같은 그룹이 없고 카라와 같은 스타일도 전혀 없다. 아이돌 문화가 그토록 발달했다는 일본이 그만큼 이상하리만치 변형되고 퇴조 했다는 뜻이다.

일본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는 개성이라고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노래들이 많다. 그렇게 협소한 장르에 국한되어 있으면서도 꽤나 괜찮은 멜로디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 줄만 한데 실상 애니등에 쓰이는 곡들을 들어 보면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좋은 곡들이 꽤나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 일뿐 한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 노래가 그노래 같게 된다. 즉 한국의 대중음악 소비자들은 새로운 컨셉의 노래가 어느정도 완성도만 보장되기만 한다면 열광해 줄 자세가 되어 있는데 반해 일본은 그렇지 못하여 개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개성하면 2NE1, 그녀들도 일본진출을 노리고 있다고..]

앞으로 2NE1이나 추가로 여러 걸그룹이 일본시장에 진출하겠지만 너무 늦지 않는 것이 좋다. 보아와 소녀시대 카라와 같은 반응는 일본인중 한국의 대중문화에 이미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컨셉을 받아 들일 문화적 자세가 되어 있는 팬층을 모두 이미 장악해 버려 다른 그룹이 낄 자리는 많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다만 시간차를 둔 진출은 나쁘지 않다. 일본인들은 한국보다 아이돌에 대한 수효가 더 빠르다. 너무 빨라 정신이 없얼정도므로 한번 성공이 긴 성공으로 이어질 공산은 크지 않다. 보아가 거의 십년가까이 일본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 하는 것을 보며 일본시장을 만만히 보아서는 곤란하다. 누구나 보아처럼 될 수 있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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