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이해하고 평하려면 그 안에 없는 것들을 살펴보면 된다. 많은 것들이 없었다. 소통이 없었고 서로 나누자는 고통 분담에 국민은 있고 다른 한쪽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초지일관 해온 친기업 정책은 오랜 세월동안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경제적 사회적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알려준다고 하겠다.

 노동개혁, 일방적 고통분담 하라?

대국민담화에 담긴 노동개혁에 대해 먼저 말해보면, 일부에서는 타당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선진국에서 일반화 되어 있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고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참으로 유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에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려면 그것이 가능한 정책적 사회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하라는 꼴이니 얼마나 우스운가.

특히 경제가 잘 굴러가는 나라 일부는 고용시장이 유연하게 돌아가도 문제가 덜하지만 그렇지 않고 여러 문제가 쌓여 휘청이고 있는 나라들은 우리나라 이상의 취업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즉 고용시장의 유연성은 탄탄한 경제 사회적 기반하에 이뤄지는 것이지 그냥 하라고 해서 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에는 친 기업적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6~70년대 고도의 경제발전 시기에서나 가능한 재벌 위주의 강한 경제드라이브가 현재에서 유효하리라 보고 있는 듯 싶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 25%까지 낮춘 법인세를 이명박 대통령이 22%로 낮추고 박근혜 정부는 정상화 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도 온통 나온다는 대책들이 모두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면서 모두 나라를 위해서라고 포장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 위주의 보이는 정책 이면에는 각종 세제혜택이 있었고, 이는 곧 재벌이 일을 잘해줘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해괴망측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라 경제는 국민이 중심이고 경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국민이 으뜸이고 우선이다.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핵심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관점의 차이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았을 때 소비자가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해야 한다는 생각, 이런 간단한 사고방식조차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는 나라에서 무슨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말할 수 있을까.

재벌 특별사면 역시 시대착오적

재벌에 기대는 정부의 사고 방식은 특별사면 문제에서도 엿 볼 수 있다. 경제사범을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라는 의미로 풀어준다? 필자는 김대중-노부현 정부 시절의 특사 조차도 그리 옳은 결정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또 다르다. 다시 말해 당시보다 지금의 특사가 더 안 좋은 결정이라는 말이다.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데, 오히려 재벌 특사는 과거로의 역행이며, 앞으로 내디딘 걸음을 뒤로 물리자는 것이니 십여년전의 특사에 비해 이번의 특사는 매우 질이 좋지 않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현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특사 문제에 대해서 고의적으로 회피하며, 언급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불편하고 부당하며 비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공공부문, 교육, 금융, 노동 의 4대 개혁과제 또한 일방적

치우친 생각의 위험함과 무서움을 박근혜 정부에서 엿볼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일방적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공공, 노동, 교육, 금융의 개혁에 대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 처럼 나라중심이 아닌 개인 중심의 사고방식 만큼은 아니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고도 많은 부분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희생이 필요하다 싶은 경우 동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 IMF때의 금모으기 운동이 바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희생에 까지 동의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국민먼저' '공무원먼저' 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쪽 편에 서서 다른 한쪽을 가리키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라고 훈시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에 왜 국민 희생이 먼저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은 우리 국민과 다를 바 없다. 해법이 다를 뿐이다. 앞서의 4대 개혁은 우리나라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희생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더러 그리 되어서도 아니된다.

"청년 일자리 해결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라는 발언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서로가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말에는 오로지 국민 밖에 없다. 기업들이 이렇게 저렇게 해주길 기대하는 내용, 지금껏 그다지 효과도 없었고 있을 수도 없는 기업의 역할에 기댈 뿐 그들의 고통분담은 아예 고려조차 안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 잘못은 하나도 없다?

대통령의 핵심 권한 중 하나는 인사권이다. 다시 말해 일 잘하는 사람 뽑고, 일을 잘하면 칭찬해주고 못하면 채찍질 하며, 더 나은 방향에 대해 머리 모아 고민하며 힘쓰는 것이 인사권의 의미다.

혹자는 왜 대통령 탓만 하냐고 하는데, 상당수의 문제들은 따로 하소연 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들 핑계가 있고 운이 없다고만 말하기 때문에 희생당한 이들만 억울한 일을 당하고 끝나는 일들이 많다는 말이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를 통해 제대로 된 사과를 했어야 할 자리에서 쏙 빼먹고 말하지 않는 것은 크나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역 당국이 잘 못 한 것을 어떻게 대통령에게 따져 물을 수 있느냐고?

어떤 한 분야의 장이 된다는 것이 하루 아침에 가위바위보 해서 딴게 아니라면 다 순서와 절차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보건 분야 전문가가 오랜 세월 닦아온 능력을 발휘할 자리와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장의 위치에 있지 아니하여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면 인사권자의 문제일까 아닐까?

최근 학교 교사의 성추행 문제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진학관련 책임자여서 갖는 위세를 믿고 저지른 만행은 학교의 장이 교내 질서를 바로 세워 자리를 이용할 경우 엄벌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문제가 된 교사와 학생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은 해당 조직의 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신고해도 쉬쉬하고 내게만 불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용기를 낼 학생이 얼마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고질적인 인사 문제,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통렬히 반성하고, 개혁해애 하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 같이 노력할 수 있는 접점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 지시와 압박이 아니라 진정한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데로 개혁이 이뤄진다고 치자. 과연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있을까?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다른 한쪽의 행동을 불러와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과련 그런 과정과 결과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오히려 흐생을 강요당한 쪽은 불만이 쌓이고, 더 큰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해 자식에서 상속하는 기이한 행태가 근절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매우 엄격한 사회적 합의에 의한 기준에 맞는 경우에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우리나라 재벌의 소수는 가족이 상속받아 훌륭한 경영을 통해 모두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테지만, 대개는 자식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재벌체제를 이어가는게 아니라 법인격을 갖는 기업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움직이고 살아 나가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업 위주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국민 위주의 국가경영을 해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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