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은 복잡함 모순을 안고 있음에도 분명 세계시장에 우리 가요를 알리는 중요한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케이팝이라고 하면 가요 전체를 가리키기보다는 아이돌음악에 한정하여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주장을 펼쳐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아이유가 굿데이로 대박을 터트린게 케이팝의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유 이전에도 미디엄템포에 포인트 안무만 적절히 섞은 무대의 성공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기적인 차이가 아주 크고, 아이돌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더욱 보기 힘들었으니 아이유의 성공은 힘을 못 쓰던 솔로가수의 약진에 힘을 보태는 결과를 낳았고,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또한 비슷한 즈음에 케이윌이 이런 방식의 성공사례를 이어갔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키고 성공시킨 기획사들의 경우 변화하고 있는 가요계 흐름에 상반된 대응을 하고 있다. SM의 경우 가장 팬덤이 강하고 두터운데 HOT와 신화 동방신기로 이어지는 국내 제일의 엘리트라 할 수 있는 재능 많고 뛰어난 각각의 멤버들을 보유해서인지 국내 주요 예능과 드라마 역시 장악하다 시피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M은 이런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길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샤이니, f(x)의 히트곡의 면면을 보면 유행을 선도하거나 쫒아가는게 아니라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아이돌음악이 흥했을 때에는 아주 강력한 인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사이클의 정점을 지나 주춤하게 되었을 시에는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는 폭발하는데 반해 음악은 외면받기 쉽상이다.

일반 가요팬의 입장에서 SM소속가수들의 음악이 대세가 되고 듣기 좋을 때는 많은 소비를 해주지만 어느정도 식상해지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이 더 많은 만족을 주게 되었을 때 2012년 부터 2013년 상반기 내내 높은 순위에 장기간 머문 곡이 몇곡 없을 정도로 크게 무너졌다.

반면에 이런 흐름을 기회삼아 오히려 이전보다 크게 성장한 두 그룹이 있으니, 바로 씨스타와 비스트다. 비스트는 과거 재활용그룹이라는 아주 치명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나 'Fiction'이란 곡을 기점으로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으며, 슈주나 동방신기의 해외팬층을 포함시키지 않고 국내의 인기만 가지고 본다면 동등한 위치에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이렇게 된 원동력은 아이돌그룹의 가장 강력한 시너지라 할 수 있는 멤버간의 역할 분담이 가장 이상적으로 잘 분배 되어 있고, 이런 경쟁력이 변화해가는 가요계에서도 통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걸 돌려 말하면 상대적으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년전까지만 해도 씨스타보다 훨씬 더 앞선 위상을 가지고 있던 씨크릿과 조금 못한 위상 레인보우가 다 같이 깜찍 발랄한 곡을 들고 나오자 상반된 반응을 얻게 되었다. 기대치가 높은 씨크릿은 샤이보이에 이어 같은 스타일의 '유후'를 내놓으며 실망감을 안겨준데 반해 잃을게 적고 보여준게 상대적으로 적은 레인보우는 상큼 발랄한 스타일이 오히려 인긴상승의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돌 시대의 변화의 조류가 다가 왔을 때 개별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대응의 방법은 다양한데 대개 그리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지 않은 편이다.

 * 개인적으로 시크릿의 '유후'는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겨주었고, 최근 발표된 엠블랙의 '스모키걸'도 그러하다.

씨스타의 'Give it To Me'

씨크릿은 그러니까 아이돌시대의 정점을 찍은 그룹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건강하고 섹시하며 상큼한 느낌의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아주 드문 케이스에다가 효린의 가창력과 보라의 랩이 어우러져 케이팝 아이돌이란 이런것이다 싶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런 특별한 경쟁력은 가요계 변화의 흐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었고, 인기는 수직상승할 수 있었다.

필자의 주장대로 아이유가 신호탄을 쏘았다면, 강력하게 확인도장을 찍은 건 버스커버스커였다. '벚꽃엔딩'이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장기간 음원사이트 정상을 차지했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인기 그룹이 다섯팀 이상이 번갈아 가며 순위를 다투었을 만큼의 장기간이었다. '벚꽃엔딩'이후로 차트 정상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아이돌 음악의 수는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이돌 일색이었던 비정상적인 구조를 깨고 그 와중에 충분히 경쟁력을 쌓은 그룹은 변화된 가요계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네임밸류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가일층 성장시킬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씨스타는 '나혼자'와 '러빙유'를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인기의 척도를 주관적으로 매기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가장 핫한 스타임은 분명하다. 이런 인기의 바탕에는 발표하는 곡마다 연이어 히트시키는 씨스타만의 매력이 강하게 작용하였는데, 이번 신곡에서는 안주 하는 경향이 뚜렷히 드러나고 있다.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씨스타이니만큼 이번 곡 역시 좋은 반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필자는 과거 지나가 '2HOT'을 들고 컴백하였을 때 그곡을 듣고 시류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변화하기 보다 지나치게 감각적인 면을 추구한 가사와 곡 그리고 안무는 단기 반짝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가수의 근본적 경쟁력은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새롭운 도전이 느껴지는 컨셉을 내세운 가운데 섹시컨셉을 잡는 것은 무리가 덜하나, 그저 지나친 후크에 의존하고 의미없는 가사만 반복되며 섹시컨셉 외엔 보이는게 없는 곡은 부르지 않음만 못하단 지적이었다.

씨스타만의 특별한 매력은 어떤 곡을 부르던 감출 수 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변화하고 나아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가수들은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켜내는데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때론 쉬어간다 생각하여도 좋으련만 이 압박감에 시달려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엉둥한 선택을 하게 된다.

씨스타의 이번 신곡은 유지만 해도 좋을 선택을 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다 기존에 갖고 있던 씨스타만의 매력을 상당부분 잃었다.

당장 성적이 기대치 만큼은 아니어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느낌을 주었던 비스트의 '아름다운밤이야' '내가아니야'와 같은 느낌이리가 보단 오히려 기존의 틀에 안주하려는 느낌이며,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단 과거에 있었으나 근래는 잘 보기 어려운 스타일을 선보이려 함으로서 신선한 매력마저 잃었다.

필자가 '아름다운밤이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앨범을 구성하는 곡들이 일관된 흐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 선보인적 없는 튀는 한곡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비스트만의 컬러를 확장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인데, 씨스타의 이번곡은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인기 상승기의 그룹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보이는 개성이 워낙 강해서 부분 부분 보이는 아쉬움은 눈에 보일 틈 조차 없다는 점이다. 씨스타의 여름 시즌송인 '러빙유'만 보아도 씨스타 본인들도 그정도일줄은 몰랐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장기간 차트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서도 20위권내에서 또 한번 장기간 머물렀다. 근래 어느 그룹도 흉내내기 어려운 건강미와 매력적인 보이스는 그렇게나 강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조금 아쉬운 곡이라는 평으로 이번 글을 마치지만 반복해서 들을 수록 더 좋게 들린다는 장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게 가장 큰 요인이겠다.

본 글의 주장의 요는 씨스타의 매력을 극대화 하거나 새로운 매력을 찾거나 하는 부분보다 기존에 어느정도 보여주었던 부분에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라는 주장이다. 당장은 인기를 얻겠으나 씨스타의 미래에 도움이 될 곡은 아니란 생각을 전하며 글 마친다.

P.S 소녀시대의 위상은 지금도 변함 없이 굳건 하지만 적어도 'I Got a Boy' 이후 노래에 대한 기대치는 많이 낮진게 사실인데,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당곡이 히트를 안한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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