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 방영중인 대작과 케이블채널의 프로 하나가 방영되는 시간은 비슷하다. 컨텐츠에 들인 돈이 얼마가 되었든 시청자들은 같은 시간을 그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쓰고 있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중 블록버스터인 경우 제작을 맡은 측에서나 방영을 하는 방송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큰 돈을 들인 만큼의 볼거리나 완성도가 어느정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가장 우선한다. 아이리스2의 경우 전작의 후광을 입고 있으니 방영전까지만 해도 그 어떤 드라마 보다 많은 관심하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조건이었지만 몇몇 눈에 거슬리는 부분으로 인해 썩 좋은 평을 얻고 있지 못하며 시청률마저 만족할만큼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중의 높아진 눈높이는 완성도를 요구한다.

전일 아이리스의 몇몇 옥의티를 지적하는 네티즌의 말과 글이 퍼지는 것에 대해 제작진의 억울한 입장을 전하는 기사를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떤 이는 미드와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라 하지만 굳이 해외에서 찾을게 아니라 국내 드라마 중에서도 훌륭한 완성도로 호평받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관건은 들인 돈이 만들어 내는 볼거리의 화려함이 아니라 완성도에 있다는 것을 필자는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고 지금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조금은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하며 비유해 보겠다.

01) 프로그래밍 언어의 경우 어떤 기능을 프로그래머A는 백줄의 코딩으로 만들어 내어 사람들을 감탄시켰는데, 보다 창의력이 우수한 B는 고작 열줄의 코딩으로 같은 기능을 구현해 내면서 속도와 기능 모두를 만족시켰다.

02) 한페지를 꽉 채운 글로 상황 설명도 하고 스토리도 진행시키는 것보다 같은 내용을 단 몇줄의 대사로 같은 역할을 한다면 더 쉽게 더 깊은 내용을 전달 할 수 있다.

미드와 한국드라마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감정선을 건드리는 디테일한 연기에는 강점을 가지면서 액션이 가미된 볼거리에 있어서 만큼은 약점을 안고 있는 이유는 창의력 부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창의력이 충분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같은 시간이라도 더 완성도 있는 연출을 할 수 있다.

필자가 최근에 본 '애로우'라는 미드를 예로 들어 보자. 주인공이 벽을 타고 활로 맞은편 벽의 건물에 화살을 쏘아 이동하는 장면을 한두번 보여주고 나면, 이후 적을 만날 때 마다 그런 장면을 매번 보여줄 필요가 없다. 장면이 바뀌면서 적의 보스가 근무하는 고층빌딩의 사무실에 돌연 그가 나타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컨셉 자체가 히어로 물이라는 점이 굳이 그런 점을 따지지 않게 하는 힘도 있는데 이는 푸른거탑의 경우와 비슷하다. 케이블 채널에 보다 더 가벼운 시선으로 대하는 면이 있는 것.

아무튼 아이리스의 정예멤버라고는 하지만 삼엄한 경계를 기본으로 하는 외딴 섬의 감옥을 단 몇명이 정면 승부로 돌파해 낸다는 설정 자체가 액션 마니아가 많은 남성층에 묘한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이런 장면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아이리스가 세계적인 음모를 꾸미는 단체라는 설정 외에 그런 돌파력을 가진 적의 능력을 각인 시키는 장면 한둘을 먼저 보여줌으로서 눈으로 다시 한번 확인시켜야 했고, 돌파 하는 과정 중 쏴주십시요 식으로 알아서 적의 총구앞에 나타나 맞고 쓰러지는 허술한 장면이 없어야 했다.

극을 보게 만드는 컨셉의 중요성

앞서 말했듯이 푸른거탑을 보면서 헬기를 날아 다니는 액션을 매회 보길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니까 작품을 볼 때 그 컨셉을 이해하고 보는 시청자에게 있어서 기대치는 늘 달라진다는 말이며, 서두에 밝혔듯이 같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당연히 푸른거탑 보다는 블록버스터에 더 먼저 시선이 가기 마련이어서 이 차이가 수배 혹은 수십배의 제작비 차이를 두고서라도 대작이 만들어 지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아이리스2는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시작했음에도 볼거리의 화려함속에 완성도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보여주려면 헐리우드 처럼 더 많은 돈을 들이면 된다라는 식의 주장은 통할 수 없다. 같은 시간 같은 돈을 들여도 어떻게 장면을 배치하고 어디에 더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액션 첩모물을 보는 시청자들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는 블랙호크다운이 단순히 돈을 많이 들여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은 부분 하나라도 놓치지 않은 꼼꼼한 완성도가 액션 마니아들을 열광케 하는 것이다. 비교도 할 수 없이 적은 비용이 든 영화 '옹박'이 차라리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인 왠만한 액션물보다 더 나아 보이는건 필자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컨셉, 그리고 집중

액션물이 갖는 아주 확실한 메리트는 액션 하나만 확실하면 남성들이 확실하게 호응해 준다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걸 가장 싫어 하는게 남성이기도 하고. 액션이 좋은데 러브스토리도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둘다 어중간하면 하나라도 확실한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다.

 

푸른거탑의 경우 군대 이야기를 다소 과장된 연기로 코믹한 웃음을 주지만 설정과 스토리의 디테일함에 공감하게 되기에 과장된 연기는 거슬리기는게 아닌 극을 보게 만드는 중요한 양념으로 작용한다. 십수년 전 군생활을 경험한 필자의 경우에도 푸른거탑의 내용중 거의 95%이상을 그대로 공감하며 보고 있다. 부대마다 다른 경험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설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를 센스 있게 표현해 내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푸른거탑은 작품의 컨셉이 명확하고, 그에 맞는 코믹연기와 센스 있는 설정, 스토리의 익숙함과 참신함이 공존하며, 개성있는 계급별 케릭터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이리스2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다루고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된 느낌을 주고 화면에 들어가 한순간도 놓칠 수 없게 하는 몰입도를 제대로 살려내는데 성공한다면 왠만한 장르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대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몰입을 방해 하는 요소들이 군데 군데 보여 지적받고 이게 몇차례 반복하게 되자 시 남성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고 있다. 억울하다고만 말할게 아니라 그만큼 완성도를 기하는데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나중에 스토리가 탄력을 받게 되어도 액션에 실망하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 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면에 내세우는 하나가 확실하면 부족한 둘 셋의 여백은 메꿔지기 마련이나, 메인 컨셉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게 된다. 아이리스를 비롯해 한국의 액션이 첨가된 작품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고자 하는 제작사가 있다면 이말을 꼭 해주고 싶다.

"돈 많이 들인 이런 장면 저런 장면 다 보여주는 나열식이 아니라,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에 몰입하게 만들어 액션에 설득력을 부여하라"

이렇게만 한다면 작은 흠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보여도 그냥 넘어가고 신경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컨셉에 맞는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거기에 충실하면 '루팡3세'의 고에몽처럼 참철검으로 엄청나게 두꺼운 쇠를 무베듯 잘라내도 그걸 거슬리게 보는 사람은 없게 된다.

어떤 작품에서는 삼엄한 경계속에 있는 적진에 침투하기 위해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자 신분증을 탈취하고 잠입하는 등 교란 작전을 펼치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숨쉴틈도 없이 빠른 화면으로 보여주며 몰입하게 만드는데,(화면전환이 빠르다고 이해가 어려우면 안된다) 어떤 작품에서는 분명 적의 침투가 예상되어 죄인을 안전가옥으로 옮겨놓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허술한 경계로 정면으로 달려드는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니 이 얼마나 큰 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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