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는게 기세싸움이다. 그래서 한치의 양보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번 말려 들기 시작하면 왠만해서는 돌이키기 어렵다. 현재 방송사마다 하나씩의 오디션 프로를 제작, 돌아가며 방영하며 치열히 경쟁중인 한국 연예계에서 MBC 위대한 탄생이 처한 형국이 그렇다.

<K팝스타>보다 앞서 출발한 만큼의 잇점을 찾기는 어렵게 된지 오래이며, 시청률은 케이블채널인 <슈퍼스타K>보다 낮고, 시즌3까지 오는동안 배출한 스타도 없다보니 가히 총체적 부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다. 이번에 한동근이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해 내었지만, 아직 그는 데뷔후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일뿐 데뷔해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 사례로 꼽기에는 이른 면이 있다.

결국 기존 시즌 1,2를 통해 화제가 된 참가자 중 데뷔하는 이가 나타나 좋은 선례로 남을 성적을 거두어야할 필요성이 있는데, 현재 권리세가 걸그룹 멤버로 데뷔를 앞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탄 출연당시 권리세.

필자는 오디션프로에 대해 근래 회자되는 '희망고문'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동의 하면서도, 재능 있는 인재들이 몰리는 가운데 너무 좁은 문이 되어 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다시 말해 마치 넓은 문인양 포장되어 있지만 결과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좁은 문이 되어 버리는 현실에서 멤버 사이에 장점을 부각 시키고 단점을 상쇄하고자 만들어져 지난 수년간 크게 각광받고 있는 그룹형태의 데뷔가 오디션 출신에겐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춤추고 노래 하는 아이돌 그룹의 수가 과해서 문제이지 대중가요의 한켠의 자리를 차지 하는데 그룹형태는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며, 솔로로서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그룹형태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은 그간 화제의 참가자들을 응원해온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환영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차후 이런 형식의 데뷔가 너무 많아져 골치 아픈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만 벌써부터 염려하는건 이르지 않은가 싶고, 이미 아이돌이 가요계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으므로 우려할 상황이 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권리세는 위탄을 비롯해 모든 오디션 프로의 한계점의 첨단에 서 있던 참가자였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스타성이 엿보인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칭찬을 하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예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는 악마의편집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시즌을 더해가며 점점 이런 부작용을 줄이는데 성공하는 모습이지만 오히려 후발주자인 K팝스타가 근래 균형을 잃은 모습을 통해 비난을 사고 있는 모습은 아니러니라 할 수 있다. 걸그룹 형태로 생방송에 진출한 YouU의 예가 그렇다. 시즌1에서의 수펄스처럼 멋진 무대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이 자연스레 감탄하게 되고, 다시 그런 감탄이 그룹형태의 수펄스를 지지하게 만들었던 경우와 달리 '유유'는 왠지 3명의 심사위원들에게 편애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관련 기사나 리뷰를 보면 유유에 대한 좋은 평 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국의 시청자들은 작위적인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근래 문제가 된 정글의법칙 조작논란만해도 조작의 진위여부와 관계 없이 과장된 편집과 자막에 관해서만큼은 대다수의 대중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최근 성수진과 대결한 유유에 대한 박진영의 평은 이런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일조했다. 더 나은 무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참가자를 선택했다는 멘트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고, 비난을 샀다.

 

권리세와 같은 걸그룸 멤버로 들어가게 된 보이스코리아 출신 이소정. 출중한 외모가 걸출한 가창력을 겸비하고 있다.

스타성이 엿보이는 참가자를 한주라도 더 방송에 비추게 하려 하기보다 이미지 관리에 주력하는게 더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슈퍼스타K 시즌1이 방영된 이후 진리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와 제작진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사실 어느정도 과하다는 느낌만 아니면 괜찮을 법 한데 그 선을 넘나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권리세의 경우가 그러했다.

 반면에 다시 곰곰히 돌이켜 보면 권리세의 적극적인 태도가 당시 멘토였던 이은미를 비롯해 제작진에게 어필이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밀어준다' 라는 느끼만 아니었으면 오히려 권리세는 지지받는 참가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래가 꿈이에요' 라고 말하는 참가자들 보면, 노래가 전부라고 말해놓고, 말과는 달리 행동은 그에 못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가수'에 나오는 가수들을 보면 4~5분 가량의 무대에서 온힘을 다 쏟아 내는 무대를 볼 수 있는데, 온 몸의 에너지를 짧은 시간내에 쏟아 낼 줄 아는 그들과 달리 오디션 참가자들은 의욕에 비해 가진 것을 모두 집중해 선보일 줄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 훈련 없이 애초부터 이게 가능하게 타고난 경우도 있지만 아주 드물고 대개 오랜 훈련을 요한다. 권리세는 대중의 높아진 시선에 못미치는 실력을 보였음에도 제작진과 멘토의 과한 칭찬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케이스였는데, 차라리 편집을 나중에 더 발전해 가는데 보다 더 촛점을 맞추었다면 권리세에 대한 이미지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의지가 곧 실력발전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로 권리세는 평가할 만한 참가자라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근래는 필자가 그간 숱하게 언급해온 바 있는 '가창력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주장에 맞는 결과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대중의 시선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가창력은 가수가 대중에 어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필자가 과거 즐겨 들었던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를 단순히 가창력으로 논한다는건 어불성설이 아니겠는가.

위탄의 짐을 권리세가 먼저 지고 가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 출신 중 권리세는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게다가 위탄 출신 스타가 없는 와중이다 보니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시즌1 당시 한국의 오디션 시청자들은 권리세에 대해 미리 한계를 그어놓고 보고 있었다. 대중은 그녀가 참가 하는 오디션 방송을 보면서 발전할 수 있는 한계총량을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있었고, 그것이 비난 여론의 한축이기도 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만큼 어떻게 얼마나 더 발전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는 어떤 특별한 매력을 갖고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한번 '넌 안돼'라고 정해놓는 소심함 보다는 '잘 하면 봐줄게'라는 대범함을 갖고 보는건 어떨까. 세월 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너무 쉽게 과거의 짧은 편린과 같은 기억에 의존해 권리세와 함께 하는 걸그룹의 꿈을 함부로 판단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오디션 출신 걸그룹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선두에 권리세와 그녀가 속한 걸그룹이 서 있길 기대해 보며 글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