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은 한계가 분명한 프로그램이다. 초기에는 신선한 느낌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잘 두드러지지 않지만 어느정도 자리잡고 나면 항상 드러나는 문제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오디션이 방송되는 기간중에는 화제가 되나 실제 데뷔했을 때의 성공가능성에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결국 오디션프로가 갖는 가장 불완전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심사위원 중 제작자가 있어서 제작자의 까다로운 눈으로 심사하고 있으며 케이팝스타는 3명의 심사위원이 모두 기획사를 대표한다는 점이 타 오디션과의 두드러진 차별점이다.

그런데 보아, 양현석, 박진영 세명의 심사위원은 서로의 눈치를 너무 보면서 차별화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서로가 닮아가며 한방향으로 나란히 가고 있다. 다시 말해 오디션은 대중의 인기만을 고려해서도 안되고 스타성만을 고려해선 더더욱 안되며, 어느쪽으로 치워지지 않게 잘 조율해야 하는 숙제을 안고 있는데, 실력위주로만 갈 것이라면 차라리 블라인드 오디션을 하는 보이스코이라가 나을 것이고, 스타성만을 본다면 실력을 중시하는 대중의 외면을 받게될 것이니 이런 요소 하나하나를 모두 잘 조율해 나가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심사위원이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면 참가자도 마찬가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주목받는 실력을 가진 최예근의 경우 최근 남이 따라하기 힘든 수준의 애드립은 기본이고, 기술의 향연을 보는듯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필자에겐 그런 화려한 기술이 감동으로 들려오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보이고 들렸다. 대중이 진정으로 공감하고 즐기고 감동받는 기술은 박진영이 에매모호하게 자기 주관대로 말하며 진정성이라 포장하는 그런 부분이 아니다.

전체적인 느낌, 몰입감,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가사를 몰라도 멜로디의 선율이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면 그것으로 이미 좋은 것을, 굳이 가사에 진정성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 따지는 박진영의 심사평에 헛 웃음만 나올 뿐이다. 문제를 삼으려면 가사의 독특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것을 강점으로 포장하고 있는 노래에서 가사전달력이 부족한 경우 정도에 한정될 것인데, 이런 부분을 엄격히 적용할 노래가 그리 많지 않으니 박진영의 지적은 늘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말은 맞는데 적용이 엉뚱하게 되고 있다고나 할까.

오디션의 함정에 빠진 심사위원들

악동뮤지션의 자작곡에 대한 심사평도 그렇다. 가수가 신곡을 내놓고 활동하다 휴식기를 가지는 이유도 자주 듣게 되었을 때의 식상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인데, 오디션의 함정에 스스로 걸어 들어간 세명의 심사위원들은 악동뮤지션에게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을 자꾸만 강요하고 그런 기대에 못미친다 해서 혹평을 하고 있다. 이러니 점점 대중이 받는 느낌과의 괴리율이 갈수록 커져만 가게 된다.

늘 음악만 듣고 살며, 또 듣고 또 듣고 또 듣는 그런 부류가 얼마나 될까.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사람보다는 악동뮤지션의 새로운 시도와 기발함을 순수하게 즐기는 대중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인데, 굳이 햇갈린다면서 혹평하는것을 보면서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양파처럼 까고 까고 또 까도 늘 새로운 음악인이라는건 사실상 찾기 어렵다. 오디션이 요구하는 가혹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이 점 때문에 오디션용 스타가 있고, 실제 성공하는 스타가 따로 나뉘게 되기도 한다. 케이팝스타가 탄생시킨 유일한 스타인 이하이만 하더라도 시즌1 당시 변화를 주지 못한다고 여러차례 지적받았지만 실제 대중의 반응은 가장 컸다.

물론 오디션 프로의 흥행과 참가자의 성공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전파를 타는 방송프로그램의 운명 때문이다.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와 딜레마를 스스로 잘 알고 치우치지 않으려는 생각을 심사위원들이 갖고 있어야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으며, 대중이 반응하는 진짜 스타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팝스타가 오디션 프로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빠른 흐름을 쫒을 게 아니라 느린 흐름을 좋아 하는 대중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런 대중의 반응을 수용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박진영은 성수진보다 걸그룹 YouU에 더 새로운 변신이 기대된다는 말로 유유를 선택하였는데, 이런 시각이 바로 아이돌시대가 찾아오게된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대중은 기술이나 춤의 화려함이 아닌 목소리가 주는 안락감을 더 원하고 있는데, 시대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면서 하는 심사평을 듣고 있노라면 헛웃음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엠넷의 선택은 케이팝스타와 정면으로 갈리고 있는데, 최근 화제가 된 보이스키즈는 메인의 성격이 아닌 점도 있지만 보다 실속을 챙기는 과감한 진행을 선보인바 있다. 바로 생방송 경연을 하루에 끝내면서 키즈들의 생방송 무대에서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대신 애프터 방송을 통해 보이스코리아 시즌1 탑4와의 합동 콘서트를 보여주는 등 오디션 프로가 갖는 한계를 분명하게 극복해 가는 진일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디션 프로의 진정한 경쟁력은 세가지 면서 한가지다. 뛰어난 참가자가 처음이고 마지막이며, 그런 뛰어난 참가자를 잘 발굴해 주는 심사위원, 그리고 그런 참가자가 진정한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방송사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케이팝스타는 대형3사가 참여 하고 시즌1과 2에 이어 재능 많은 참가자들로 인해 뒤늦게 시작한 후발 주자임에도 가장 앞서 나가고 있지만 지금처럼 변화 하는 대중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심사위원들이 모두 한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케이블 방송인 엠넷은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한 후여서 그런지 오디션프로의 진정한 경쟁력은 참가자의 성공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이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시즌4가 그리 큰 호평을 얻진 못했지만 오디션이 방영되는 기간중에나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들이 가수의 길을 걷기 위한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으며, 타 방송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될성부른 떡잎을 방송의 논리로 자꾸만 잘라내려다 보니 대중과 오디션 프로의 접점이 점점 멀어지게 된다. 케이팝 스타를 이끌어 가는 세명의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의 입맛이 대중과 일치 하는지부터 다시 점검해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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