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조인성 송혜교 주연에 배종옥과 김범, 정은지 등이 출연하면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경쟁작으로 첫회를 시작하는 아이리스2의 명성에 비하면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과거라면 참 경쟁력 높은 드라마라 평하기에 좋았겠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어 가고 있으니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연속방영한 1,2회를 시청해보니 그겨울은 시작이 꽤 좋다. 그러나 시작과 동시에 한계 역시 보이고 있다. 바로 뻔히 보이는 스토리다. 세명의 친구가 있고 주인공 오수와 이름이 같은 친구 오수의 동생이 재벌 후계자라는 설정, 그리고 사고로 죽은 오수 대신 주인공이 눈이 안보이는 여동생에게 접근하게 되는 설정 등은 너무 쉽게 눈에 보인다.

이 정도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겨울'을 보게 되는건 작가도 제작진도 배우도 모두 알고 있는 한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송혜교나 김범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하겠지만 필자는 전적으로 조인성의 매력에 기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도 그렇고 만화도 어떤 장르라도 흥행을 위한 전제조건을 명확히 규정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과거 아이리스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는 미스테리한 전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는 점인 반면 그겨울은 쉽게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오로지 역할에 대한 매력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극본이나 연출 모두 주인공의 연기력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전개 된다. 이렇게 외통수인 상황은 배우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게 된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잘 소화해 내면 센세이션을 불러 오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아쉬운 결과를 남기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스토리를 쓰는 작가의 틀이 과거의 범주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되는데 극히 좁은 타겟층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안방의 리모콘을 쥐고 있는 중년이상의 여성층에 크게 어필하기도 어렵고, 남성 시청층을 확실히 붙잡기도 어렵다. 구체적으로 젊은 여성층을 주요 타겟층으로 하는 까닭에 왠만해서는 대박을 내기 어렵고 대개 10~20%사이가 한계라 할 수 있다. 이를 벗어나 소위 대박이 나려면 비교적 고르게 시청자층을 흡수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전개를 선택하지 않던지 하려면 흠없는 전개를 보이는걸 선호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겨울과 맥을 같이 하는 드라마들은 사건전개에 있어서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상상으로만 만는듯한 수준의) 너무 많은 헛점을 보이면서 채널을 돌리게 만들어 왔다. 이런 경우 20%이상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넘어서는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경우 그것을 붙잡고 보는 층이 있기 마련이고 매니아층을 형성한다는 말도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 그 정도로 만족해 버린다면 그 작품의 흥행은 그 수준에 머물게 된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시청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두드러진 헛점이 보이지 않은 매끄러운 전개는 기본이며, 거기에 특별한 연기에 특별한 매력이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야 하는데 그겨울은 그 역할을 조인성과 송혜교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 시도는 초반까지는 충분히 성공적으로 보인다. 조인성의 연기는 '비열한거리'에서 보여준 그 정도선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방극장에서 보는 조인성은 그 매력이 충분히 넘치고 있고, 작품을 이끌어 나기기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인다. 왠만해서는 카메라가 그토록 자주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부담이 가기 마련인데, 조인성과 송혜교의 작운 눈떨림 하나 하나에 몰입할 수 있으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영화 <비열한거리>에서의 모습과 흡사한 조인성의 연기. 하지만 그리 식상할 정도는 아니라는게 천만다행. 물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주 조금 식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수시로 비틀어 버리는 내용전개가 이런 작은 흠을 메꾸고 있으며 상대역인 송혜교 역시 흔한듯 하지만 흔하지 않은 매력를 뽐내고 있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개가 유지될 수 있는가 여부가 관건

 특히 남성층은 워낙 잦은 실망에 왠만해서는 트랜디한 러브스토리를 잘 시청하지 않게 된지 오래되었다. 한두번이 아닌 반복되는 실망은 왠만해서는 잘 관심을 두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겨울은 조인성을 남자주인공으로 삼으면서 뻔해 보이는 스타일에 변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1,2회까지 충분히 성공적으로 생각된다. 조금 보이는가 싶으면 비틀고, 다시 보이는가 싶으면 비트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시크릿가든'이나 '최고의사랑'이 케릭터와 판타지를 통해 성공했바 있지만 다시 같은 방식의 인기작이 나오긴 어려운 이유는 때가 맞고 케릭터가 맞고 그걸 소화 해내는 배우가 있는 여러 요소가 맞물리는게 너무나 어렵기 때문인데, 그 겨울은 조인성과 송혜교에 단순히 기대기만 하는게 아니라 마치 맞춤형인양 너무나 딱 맞는 옷을 입혀놓으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데도 성공하고 몰입도도 유지하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고 있다. 결국 전개에 대한 걱정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이며 흥행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겨울의 또다른 과제는 주변인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려 내는가 여부이다. 조인성과 송혜교에 집중된 연출스타일을 바꾸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비중을 줄이라는 뜻도 아니다.

 김범과 정은지 등의 젊은 스타들의 역할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두 주인공의 매력을 침범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뭍어가서도 안되고 적절히 자기만의 매력을 뽐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만큼 자기 역할에 고유의 매력을 부여해 낸다면 배우로서 인정받는데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되어 주기도 한다. 때로는 작품이 끝난 후 주인공보다 더 많은 수혜을 얻기도 하는데 멀게는 '첫사랑'의 최지우, 가장 최근의 예로는 '신사의품격'의 임메아리 역을 맡은 윤진이를 들 수 있다. 만일 김범과 정은지 등이 기대한 것 이상의 특별한 매력을 드러내는 스토리 전개가 나올 수만 있다면 그겨울의 시청률은 방송3사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현재 조인성과 송혜교는 충분히 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1,2회에 다 보여주었으며, 긴장감을 유지시킬 수 있는 극본과 조연들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아이리스2를 넘어서는 성적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런 저런 요소들이 잘 조화롭게 맞물려 완성도가 높다면 젊은 남성층과 중년 이상의 시청층을 보다 더 확대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그겨울'과 같은 장르에 기대해 볼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시청율도 나오게 될 수 있다. 물론 아이리스2가 어떤 경쟁력을 갖는가와 같은 외부 변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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