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싫증내는데 월화수목 사극만 편성되는 이유

2001년 '친구'라는 대박영화가 있었다.
이전에도 조폭 영화는 있었지만 '친구'이후로 물밀듯이 조폭영화가 쏟아졌다.
벌써부터 눈치 챈 분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쏠림 현상을 말하고 있다.

요즘 그때와 같은 현상이 TV드라마에도 일어나고 있다. 왜 그런것일까?
진단을 해보기 전에 시청률을 먼저 살펴보자.

 

월화드라마 시청률 추이를 보면 근래 들어 심화되고 있는 드라마 전체 시청률 하락 현상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다.
세 방송사 시청률을 다 합쳐도 33%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시청률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여 넉넉잡는다 하더라도 채40%가 되지 않는다는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래 수목드라마 시청률 추이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월화수목 내내 메인시청시간대인 10시에 방영되는 드라마 6편 중에 무려 네편이 사극이고 시청률이 낮은데 반해 사극이 아닌 '울랄라부부'와 '착한남자'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화드라마 중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울랄라부부'는 뭔가 엉성한거 같긴 한데 두 주연이 코믹한 연기가 모든걸 메워버린다. 마치 케이블 드라마를 보면서 지상파 드라마처럼 엄격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그런 분위기랄까. 이렇게 만들면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나름 '남여의 차이'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 보니 오히려 따져가면서 보면 이상할듯 싶다.

수목드라마 중에서 '착한남자'는 과거 김남길이 연기했던 '나쁜남자', '김래원'과 '김재원'이 주로 출연해온 드라마들 처럼 주인공의 대사와 표정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아참 빼먹으면 섭섭한 소지섭의 '미안하다사랑한다' 양동근 이나영의 '네멋대로해라'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류는 젊은 남여의 사랑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에 대박은 쉽게 나기 어렵지만 매니아층을 형성하기 좋으며 가족드라마처럼 폭넓은 시청자층은 확보하기 어렵지만 10대부터 30대까지는 어필 할 수 있어서 시청자층이 아주 좁지만도 않으며 잘만 만들어 내면 15~25% 사이의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다.

사극의 부진 이유,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이글에선 다른 이유도 몇가지 설명하겠지만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건 그저 '싫증' 그자체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건 바로 작가와 시청자들의 눈높이의 불균형 상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위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것들도 그걸 시청해주는 층이 있기에 만들어 지는 것인데
새로운 소재와 막장코드가 적절히 섞여 초대박이 난 '제빵왕김탁구' 이후에는
막장 코드가 싫증이 나버린 시청자들이 많다.

그러니까 과거 사람들이 '부동산투자'해야 돈번다는 근대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을
써먹지 못하고 설마설마 하다가 오히려 남들 다 이익보고 나가면서
너도나도 '부동산 해야 돈번다'고 큰 소리쳐 외치니까 그때서야 뛰어들어
희생양이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드라마 흥행공식 역시 '이렇게 하면 대박난다' 라고 너도나도 다 인식할 때가
사실상 끝물이라는 것을 제작자나 방송사는 잘 모르는듯 싶다.
드라마 '자이언트'가 여진구와 김수현의 아역들의 호연으로 흥행대박의 초석을 다지고
'해를품은달'이 그 계보를 잇자 너도나도 아역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요즘엔 아역 나오지 않는 드라마를 보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아역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니까 아역이 등장하는 드라마의 극히 일부만이
그 효과를 제대로 보면서 대박공식을 이어가겠지만 반면에 그렇지 못한 드라마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드라마 '추격자'가 큰 호평을 받았지만 올초 필자가 정말 좋게 본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지현우와 유인나가 주연한 '인현왕후의남자'이다.
타임슬립물이면서 퓨전사극인 이 드라마는 새로운 소재의 도입이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어울리면 얼마나 좋은 시너지를 내는지
제대로 보여준바 있다.

그런데 오히려 케이블방송이 완성도 높은 이야기 구성으로 타임슬립물을 성공시킨것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에선 '닥터진'과 같은 타임슬립물을 엉성하게 다룬 드라마로
참담한 시청률을 내는 굴욕을 겪은 바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는데 방송사들은 여전히 막장 코드와 재벌이야기에
타임슬립과 같은 무언가 새로운 코드가 보인다 싶으며 껍데기만 기존것에 덮어 쓰려는 경향을 보이다보니
자연스레 전체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안그래도 싫증나는 판에 월화수목이 사극으로 도배가 되다 보니
더더욱 좋지 않은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스타들이 거액의 출연료를 챙기는 드라마가 방영되고나면
그 다음 편성되는 드라마의 퀄리티는 자연스레 떨어지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이글의 주제와는 조금 벗어나 있으나 이야기 나온김에 한마디만 하자면
필자는 톱중에 톱스타라고 할지라도 출연료 1~5천만원 사이로 묶고
대신 대박이 날 경우 러닝개런티를 두둑히 챙겨주느 방향으로 가는걸 추천하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흥행대박을 쏘는데 주연배우가 돈을 많이 버는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만 의외로 시청률이 부진한 경우도 많으므로
진정한 흥행배우라면 흥행초대박을 내서 더 큰 개런티를 챙겨가는건 어떨까.
이름값 못하면 덜 받아야할 것이고 말이다.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유형은 대리만족을 재벌이야기로 풀 생각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개척된 소재를 선보이는건 어떨까 싶다.

미드로 치면 과학수사물이 한창 인기를 끌다가 나온게 '멘탈리스트'와 같은 스타일인데
남들에겐 없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활약하는 드라마로 장르는 사극이나 수사물 등 어떤 유형이든
관계 없다. 영화판에 '늑대소년'이 나와 호평을 듣고 있는 판에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
아 물론 '최고의사랑'처럼 판타지적 소재가 드라마를 지배하는게 아니라
탄탄한 구성속에 참신한 소재가 섞여 들어가는 식이어야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박홍균PD와 장태유PD의 작품리스트를 올려본다.
한눈에 봐도 우루루 몰리듯이 나오는 작품드을 따라 하는게 아니라 트랜드를 이끄는 작품들인걸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어떤 트랜드를 쫒아가거나
새로운 소재를 탄탄한 구성속에 녹아내지 않고 오히려 껕데기만 이용하려는 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월화수목 사극이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건
전통적인 사극시청자들을 미끼로 안정적 시청률을 올리고자 하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게 필자의 시각이고, 실제 시청률이 좋지 않은 지금도 물론이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좋은 성적을 내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나름 대작이라고 나온 이병훈 감독의 '마의'나 이용석감독의 '대풍수'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것 치고는 성적이 좋지 않고
신의나 아랑사또전이 나름 매니아층을 형성하면서도 대박이 나지 못하는데는
작품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작품 외부적 요인이 너무나 크다는 주장을 전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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