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에 마린보이 박태환과 체조요정 손연재가 출연했다. 다양한 게임미션에 멤버들간의 호흡이 안정화된 런닝맨에 있어서 이 둘 보다 더 나은 게스트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막강 게스트였다.

단지 손연재가 트램블린에서 뛰며 숫자송을 귀엽게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충분히 흐뭇하게 볼 수 있었고, 천하의 마린보이가 물에서 하는 미션에서 자꾸만 넘어지며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의외성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시청자는 결국 런닝맨을 선택했고 1박2일을 근소한 차이나마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단기 반짝 효과에 기대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돈주고도 살수 없는 멤버간의 호흡

런닝맨은 젊은 프로다. 멤버들의 평균연령이 서른살을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뛰고 달리고 머리싸움을 하는 젊은 프로다. 때론 지나치게 머리를 굴리다 낭패를 당하기도 하고 수시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면서 시청자들을 재미의 수렁속으로 빠트려 버리고 만다. 이광수는 배반케릭터지만 실은 그 배반 역시 눈에 너무나 보이는 것이어서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 안심하다가 오히려 돌출행동을 하는 이광수에 당하기도 하고, 집중력이 강한 송지효는 쉽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다가 승부의 순간에 능동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상대하는 팀을 당황시키곤 한다. 김종국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전략 전술에 능하며 그게 성공하면 성공하는데로 실패하면 실패하는데로 그나름의 재미를 선사한다.

일전에 물속에 징검다리를 만들어 물 가운데 있는 깃발에 도착해야 하는 미션에서 송지효팀은 다른팀이 아이템을 구입해서 승부를 보려는 것과 달리 어떻게 해서는 게임내 화폐를 덜 사용하려 궁리에 궁리를 더하다 마침내 기발한 생각으로 다른팀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완수한 미션을 돈한푼 안들이고 클리어 하는 모습을 보여준바 있다. 뿐인가. 이번에도 다른 팀은 제작진이 정해준 룰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송지효팀은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내에서 기막힌 방법을 찾아내었다.

트램블린위를 뛰며 아주 높은 위치에 있는 마이크에 가깝게 접근해 노래를 불러야 하는 미션이었다. 운동감각이 뛰어난 손연재나 게임 경험이 많은 유재석도 간긴히 클리어한 이 노래미션을 송지효팀은 목마를 태워 해결하는 센스를 발휘 했다. 언제나 이렇게 게임내에서 궁리하는건 송지효와 김종국이었다. 또한 지석진과 이광수는 상대적으로 전략전술에도 약하고 하하처럼 꼼수에 능한것도 아니며 운동신경마저 약한 3중 약체에 속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경계가 약해질 때면 한번씩 빤히 보이는 반란을 모색하면서 재미를 유발한다. 그런데 이게 가끔은 통할 때가 있어서 시청자들은 긴장감을 풀지 않고 볼 수 있다.

이런 케릭터들의 조합은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긴장감을 불러온다. 그리고 한시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뒤로 갈수록 심화되며 그 몰입감이 주는 재미는 런닝맨이 주는 최대 강점이다. 1박2일과는 아주 대조적인 부분이며 비교적 젊은 세대에선 1박2일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에는 어렵게 만든 멤버들의 호흡이라느게 사실상 두드러질 일이 없었다. 물고 물리는 멤버들간의 머리싸움은 그 어떤 아이디어도 재밌게 만드는 마법의지팡이와도 같은데 어렵게 구한 유니크한 아이템을 요즘 너무 방치하고 활용하지 않고 셈이다. 손연재와 박태환이라는 최상의 게스트를 통해 일요예능1위를 다시 차지하긴 했지만 지상파 3사가 모두 시청율이 잘 나오는 상황이 아닌 전체적으로 다소 하락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고 지나치게 게스트에 의존하는 프로그램 방향은 고정팬을 흔들리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게스트가 비교적 편하고 쉽게 적응가능토록 긴장감을 풀어 주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애초에 게스트 맞춤형 미션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 필자는 문제점을 찾는다. 굵직한 대형 게스트를 초대 횟수를 줄여서라도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어떤 게스트를 더 초대할가를 궁리할 뿐 미션이 완성도는 소홀히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돈주고도 살수 없는 멤버들간의 치열한 긴장감을 버리고 스타 맞춤형 미션을 지나치게 의존하는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스타 맞춤형 미션을 만들어 내려면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능한 기존멤버들과 게스트가 어떤 활약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를 체크하고 중간 미션 마다 연결되는 흐름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구성만 해놓으면 런닝맨의 멤버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예상치 못한 변수를 스스로 만들어 내어가면서까지 재미를 창조해낸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게스트 맞춤형 미션에선 이런 강점이 두드러지게 퇴색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흐름안에 게스트가 있어야 하는데 게스트가 잘해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으니 보다 스타에 더 잘 활약할 수 있는 미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얌전하던 멤버들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기대보다 적응이 쉽지 않았던 엄태웅과 주원이었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빼는이가 있는가 하면 이 둘은 할수 있는 부분만큼은 열과 성을 다한다. 이런 자세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갈길은 멀다.

1박2일이 지난주엔 런닝맨에 시청률에서 앞섰다. 오랜만의 일이라 언론에서 많은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나가수의 부진에서 얻는 상대적인 반짝 효과라는 지적도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닌게 1박멤버들의 호흡이 분명 좋아지고 있다는걸 시청자들은 느끼고 있다. 가장 최악은 1박2일 고정팬이 가장 원하는 웃음이 어떤 것인지 멤버들이 감조차 못잡는 상황인데 얼마전부터는 이 감을 찾아 조금씩 살려내고 있으며 고정팬들도 이런 흐름을 감지하게 된 것이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방향만 옳바르게 잡고 간다면 빠르던 늦던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1박2일은 요즘 가지고 있다가 놓아 버린 그것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에 런닝맨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마저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글에서 지적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포맷의 근본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그 포맷을 활용하는 멤버들이 프로그램의 중심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가 가장 바라는 것은 런닝맨의 미션간 연결고리를 잘 엮어내 재미의 흐름이 중간중간 끊기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다. 가족들과 손연재 선수가 트램블린 하는 모습까지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득 "다른데 한번 틀어봐" 라는 말이 들렸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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