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강병규 향한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

이병헌의 신인 때를 기억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까지 그의 이미지 변천사를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내일은사랑> 등에서 이병헌은 너무나 반듯한 자세에 선해 보이는 인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착한남자'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인지 주변에서는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 연기변신은 힘든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병헌은 이를 악물고 도전을 하기 시작했죠.

필자가 기억하는 이병헌의 프로필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아스팔트 사나이>가 청춘드라마에서 얻은 인기를 뒤로 한채 연기력을 다듬는 약간의 과도기적 성격이었다면, 영화 <공동경비구역JS><번지점프를하다>와 드라마 <아름다운날들><올인>에서의 열연은 연기의 스펙트럼을 크게 넓히는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와 일반 시청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명품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드라마 <올인> 이후 송혜교와 사귀게 되던 시기부터<누구나 비밀은 있다><달콤한 인생> 등에서는 연기가 조금 무거워 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서 그런탓인지 작품외에는 대중에의 노출이 잘 되지 않는 이병헌에 대한 좋지 못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던 것도 이 무렵 부터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 관련 루머가 참 많이 나돌지만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일반 대중은 알길이 없습니다. 다만 특정 뉴스가 반복되면 그걸 진실로 믿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다는 특징은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뉴스가 있을 경우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지만 반면에 종종 진실임이 드러나는 일 역시 반복되면서 루머가 있는 것 만으로도 이미 뭔가 있는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곤 했습니다. 그리고 환경의 변화도 거셌습니다. 바로 인터넷이 본격 대중화 되기 시작한 것이죠. 21세기 이전에 PC방으로 인해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었다면 21세기 이후는 집집마다 도입기를 거쳐 본격 활용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연예인 관련 뉴스는 점점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무슨 사건만 터졌다 하면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들도 꽤나 많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루머들은 양산되고 인터넷은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

전에 없던 현상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최근의 일로는 SNS이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개인미디어의 등장하면서 스타들은 외로움이나 지인들간의 교류라는 기본적 목적 외에 여러 이유로 적극 활용하게되면서 새로운 연예뉴스의 생산지로 한 몫 단단히 하게 되었습니다.


약자가 되어버린 강병규

강병규가 방송인으로 활약하던 시기 건강하고 유쾌한 이미지의 MC였습니다. 물론 이때도 간간히 삐걱거리는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 심각하진 않았죠. 그런데 노력의 부족탓인지 아니면 어떤 문제 때문인지 점점 연예계에서 설 자리가 부족해 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필자의 생각에는 변화해가는 예능판에 적응을 좀 못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연예인응원단 문제와 도박사건까지 겹치면서 한방에 이미지가 훅가버렸죠. 거의 회생불가가 아닐까 싶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병헌과 강병규의 악연은 아직도 뒷 얘기가 무성할 정도로 연예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건입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모든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죠. 그런데 이번 이병헌과 강병규의 제2라운드에서 흥미로운 점은 당시 판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승우에 대한 평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김승우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비난이 있었던 당시와는 달리 수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행동을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강병규가 비록 과오가 있었다지만 그 과오의 정도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버린 상태였기에 일방적인 비난을 받던 그를 살린 김승우의 증언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비춰진 것이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판결 이후 이병헌이 공식적인 사과가 어렵다면 비공식적으로라도 했었어야 했던것 아닌가" 라고 말하는 데는 그만큼 강병규가 당시의 일로 잃어 버린게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로 인해 맺힌게 풀어지지 않고 쌓이고 쌓여 있을거라는 건 누구나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구요.

 지금도 강병규가 맞는게 아니냐고 하는 분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좋아해서 지지한다는게 아니다" 라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여서 옹호해 주는 거라 말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강병규에 대한 옹호론이 확사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렇게 상대적인 약자가 되어 버렸는데 그가 근래 한 말들이 몇차례 현실화가 되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입과 손은 거칠지만 틀린말은 하지 않는다" 라는 인식이 어느정도 심어져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동정론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구요.

강병규 트위터. 한번도 이병헌이라 직접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봐도 이병헌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으니 법적 판단은 어찌 될지 궁금한 대목.

대개 논란이 되고 나면 한발자국 물러서기 마련인데 강병규는 오히려 고소를 당했음에도 한마디씩 더합니다. 그럴 수록 과거일이 다시 불거지고 사시관계파악의 중요한 단서인 무죄판결을 기초해서 판단하는 대중은 당시 이미지가 추락한 강병규를 이용하려다가 오히려 당한것 아니냐는 의견을 댓글로 피력하게 되고 여론은 잠재울 수 없을 만큼 금방 퍼져나가니 이병헌 측에서도 가만 있을 수 없게 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죠. 아무래도 이쯤 되면 양측 모두 자존심 싸움을 넘어 이병헌의 고소가 어떻게 처리 될지는 몰라도 화해는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하게 됩니다. 풀기에는 너무나 깊은 골이 패인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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