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다룬 각시탈 제작진의 용기에 감탄하는 이유

위안부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내 기억에 있는 작품은 '여명의 눈동자'의 여주인공인 채시라 였다. 채시라라는 여배우는 이 '여명의눈동자'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서울의달'로 톱스타의 자리를 확고히 하며 20대의 나이에 2회연속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명배우다. (박근형 고현정 박상원 최재성 등이 출연한 명작 중에 명작으로 김종학감독 송지나극본이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채시라는 여옥이라는 배역을 맡았다. 여옥의 일생은 너무나 파란만장했고 그 삶의 일부에는 정신대가 있었다. 당시 여인이 겪어야 하는 거의 모든 고난을 당한 여옥의 기구한 삶 중에서도 가장 모진 고통의 순간이었다.

 

 

여옥은 17세에 강제징집 되어 중국 남경 관동군 15사단에서 위안부 생활 중 주인공 대치와 만나게 된다. 이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나누는 둘의 만남이 주는 그 애틋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일본군은 대동아공영을 외치며 전쟁을 벌였다. 전쟁은 그 자체로 참혹함이다. 젊은 남자들은 총칼의 희생자가 되고 군수물자 동원으로 많은 국민들이 삶의 피폐해진다. 그리고 일본 군인들은 점령지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군에서는 그들을 위안하기 위해 위안부를 모집했다. 일본군은 강제로 납치하거나 일자리를 준다며 거짓부렁 해놓고 14살 여자아이가 자발적 지원을 했다고 말한다.

'각시탈'에서 요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자신들을 근대 법치국가라고 강조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일제를 다룬 드라마에서 강조 된바 없는 부분으로 근대국가라는 단어뒤에 숨어 온갖 잔혹한 행위를 일삼았던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일본이 줄기차게 주장에 매번 등장하는 '근대화'라는 단어를 대사속에 꼬박 꼬박 넣어 줌으로서 간접적인 작가의 비판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위안부 모집에서 민간업자를 동원해서 군관이 개입한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치졸하고 얼마나 극악무도 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각시탈'은 여명의 눈동자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전혀 다른 시기에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속의 한류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시기여서 한류드라마에서 다루는 위안부 문제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위안부는 한국인들 뿐 아니라 여러 점령지에서 모집한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쉬쉬하거나 발뺌하는데 바빴떤 일본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무라를 돌봐주는 유모의 딸. 50원이나 준다는 거짓 모집에 혹해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송중이다.

한류 및 케이팝을 좋아 하는 해외팬들은 대다수가 한류드라마를 본다. 그간에는 어찌된 일인지 위안부 문제를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았지만 이제 각시탈에서 정면으로 다루게 되었으니 한류팬이라면 상당수가 이 문제를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를 청산히는데 미적거리는 일본이 받아야할 마땅한 댓가다.

필자가 보기에 몇편 전에 욱일승천기를 찢지 않았던 것은 의도된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침입 목적에 해당하는 임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하도 시청자들이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보니 이번에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욱일승천기의 위치를 각시탈의 행동반경 안에 두고 자연스럽게 찢어버렸다는 느낌들 주었다. 칼로 베어 버리는 모습에선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것 역시 의도된 이야기로 보인다. 물론 원작의 내용을 따라 간 것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 할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상당히 신경써서 이 역사적 문제를 다루었다. 나는 제작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류는 우리 스스로가 중심을 지킬 때 의미가 있고 더욱 발전 할 수 있다. 한류라는게 남 비위 맞추라고 존재하는게 아니란 뜻이다. 또한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글로는 읽고 이해해도 실감할 수 없었던 것을 드라마가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신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은 느끼는 바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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