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은 유일하게 꼭 챙겨 보는 예능프로입니다. 아니 이제 무한도전이 돌아왔으니 두가지가 되었군요. 아무튼 이제 기존의 여러 예능포맷에 질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식상하 느낌이 앞서는 제게 있어서 무한도전과 정글외엔 더이상 흥미를 끄는 프로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찾아 보려 한다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쇼미더머니'정도랄까요.

아프리카, 파푸아, 바누아투에 이어 시베리아편이 2회 방송되었는데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준비부족이다 이거조. 1차 목적지점에 도착하는 것 부터가 어려웠는데 어려워도 결과적으로 병만족 자체의 힘으로 해결만 할 수 있었으면 조금더 심한 고생일 뿐이지 큰 무리라는 말은 듣지 않았을 것인데 도무지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 처하니 김병만과 함께 시청하는 시청자들도 할말이 생기게 되는 것이조.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이와 관련된 뉴스와 블로그 글들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방송을 안보신 분들을 위해 방송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드리자면 시베리아에 도착해서 1차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지 이틀이 넘은 시간동안 무작정 걷기만 했을 정도로 특별한 무엇도 없고 식량도 없고 아무튼 아무것도 건질게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황량한 땅에서 땅에서 자라는 '베리'를 겨우 발견한 것과 그걸로 겨우 허기를 채우는 모습은 한 10분 이내 방영할 내용 밖에는 되지 않는데도 2일이나 소비한거조. 그런데 가장 문제는 소비한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앞이 보이느냐의 문제였습니다. 360도 사방이 모두 그게 그거인듯 느껴지고 땅이 워낙 광활하다보니 방향감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제약은 시간과 배고픔입니다. 이두가지만 해결되고 생존전문가라면 별자리를 보아가며 목표지점을 찾을 수는 있겠조. 나침반이 있다고 해도 이런 경우 단기간 해결하지 못합니다. 이런 지형일수록 나침반과 더불어 지형지물을 함께 참고해야 하는데 동서남북을 판단해 볼 수 있다고 해도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는 목표지점을 찾아낸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조. 앞서 말한 식량과 시간의 문제까지 더하면 답은 더욱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개그감을 살린다는건 말도 안되조. 아무리 웃기는게 직업인 개그맨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 것을요. 억지로 쥐어짜내 개그를 선보일수도 없거니와 그리 하려고 한다 해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바이벌 야생 버라이어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동과 웃음이 함께 해야 하는데 다문 입술을 떼기도 힘든 악조건은 야생버라이어티가 아니라 다큐에서나 어울릴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출발하고 밤을 세우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답이 보이지 않자 선발대에 긴급 지원요청을 하고 나서도 다시 몇시간이 지난후에야 선발대가 식량을 가지고 왔으니... 그런데 선발대마저 찾아오는데 애를 먹었다고 하니 얼마나 악조건인지 감이 올 것입니다.

 

정글의 법칙의 난이도는 웃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고생을 하도 해서 적응이 된 것인지 김병만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움추려 있기보다는 방법을 모색해 내는 타입입니다. 딱 족장으로 적합하조.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옆에서 조금만 받쳐줘도 웃으며 볼 수 있는 분량을 만들어 낼 줄 압니다. 천생 개그맨인 것이조. 흔한 개그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일뿐.

바누아투에서는 추성훈이 그런 김병만과 발을 맞추어 행동했습니다. 때로는 먼저 앞서기도 해서 김병만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다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었지만 유독 추성훈이 돋보였던 것은 행동력에 있었던 것입니다. 김병만에 못지 않은 행동력이 있다 보니 둘은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둘다 입으로만 먹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라지만 적어도 센스는 살아 있고 적절한 상황이 오면 웃을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능력이 있조. 직업에 충실한 타입이랄까요. 추성훈은 격투기선수다보니 아무래도 몸값은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있는것도 같더군요. 아무튼 이번에는 이태곤이 합께 했는데 예능에의 적응이 잘 안된 탓인지 런닝맨에서는 '허세 작렬이다' 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굳이 고깝게 보지만 않는다면 큰 무리는 없었던것 같다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워낙 처음부터 고생을 해서인지 그 강한 기세도 많이 억눌린듯한 모습이더군요.

이태곤이 런닝맨에서 하드를 한입에 후딱 해치우는걸 수도 없이 반복하는걸 보고 그의 식성이나 체격 여러모로 흔히 볼수 있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 역시도 혹독한 환경에선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김병만이 살아나고 부족원들이 살아나면 이태곤이 빛을 볼것 같습니다. 추성훈과 많은 면에서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딱 한가지 행동력이란 면에서는 유사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에 집을 지을때 감독 역할을 자청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니 왠지 허당끼도 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보통 건전지가 아닌 에너자이저적인 스타일인 것이조. 그러니까 정글의 법칙이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지 않으려면 준비도 철저히 해야겠거니와 난이도 조절을 할 때에 가는 곳의 환경에 따라 모의테스트도 해보고 안전한 루트를 미리 정하는 등의 기본조치도 강화해야하고, 김병만족이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준비가 무엇보다 철저히 되어 있어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방향을 아는 것과 그 방향조차 알지 못하는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거든요. 진정한 생존게임이라면 그 방향을 알려주는건 말이 안되겠조. 그런데 정글의 법칙을 그런 하드코어한 생존게임으로 몰아갈 수는 없는것 아니겠습니까. 결국 적절한 한계선을 그어둬야 하는건데 필자는 그 기준으로 갈길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이 있으면 없던 힘도 내고 그 희망을 바탕으로 미소를 지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또한 음식과 식량도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즉, 쉽든 어렵든 찾으면 찾을 수 있고 식량화 할 수 있다는 길은 보여져야 한다는 것이조. 시베리아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후까지 걷고 또 걷는 와중에 날아가는 새나 땅굴을 판 쥐정도만 보이는 척박한 곳에서 어떤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정리하자면 방향성도 알 수 없는 생존이 아니라 최소한 기본방향은 알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야 김병만족의 예능감은 빛을 볼 수 있고 시청자들도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글의 법칙 초기에는 김병만도 해맨 적이 있지만 그땐 김병만이 적응하면...이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이고, 시베리아에서처럼 김병만도 두손두발 다 드는 상황에 처하는 일은 다신 없어야 하겠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앞으로는 정글의법칙 제작진이 방향성을 가지고 김병만이 흔들리는 일 정도는 없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요약하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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