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령', 디도스와 CCTV에 의존하는 수사 문제 없나?

미드 CSI로 부터 촉발된 본격 과학 수사 드라마의 인기는 한국에서 색다른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 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먼저, 미드를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부분은 회당 사십여분에 불과하지만 굉장히 밀도 있는 전개를 통해 한국드라마의 70분짜리 2~3회 분량을 한편안에 다 소화 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리고 에피소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메인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엮어낸다는건 더 어려워지게 되조. 시즌제로 케릭터가 한번 잡히면 조금은 더 수월해 진다지면 그래도 여전히 에피소드의 압박은 클 것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제작여건의 차이는 많습니다. 가장 큰 차이중 하나로는 제작비가 있고 이 외에도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어쨌든 시청자들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드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르고 밀도 있는 전개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드라마 '추적자'가 '미드 따라잡기'라는 말을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장점은 온통 챙기고 단점은 보이지 않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유령은 메인스토리가 톱스타 신효정의 죽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파헤치면서 박기영과 김우현이 페이스오프 되고 박기영은 김우현으로 살아가면서 신효정과 관련된 의문을 추적하며 결국 찾아낸 용의자인 조현민과의 머리싸움을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에피소드가 진행되고 있는게 현재까지의 방송내용입니다.

그런데 시청률은 오르고 호평은 이어지고 있는데 시간이 갈 수록 비판의 수위도 올라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필자 나름대로 세가지 이유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째, 관성에 의한 전개

최종보스로 밝혀진 조현민의 여러 측근 중 직접 부하들을 통솔하는건 염재희에서 강응진(최근 배신한 수사팀원)으로 바뀌었조. 그리고 또 한사람이 구연주 우리일보 기자입니다. 박기영이 대표로 있던 트루스토리의 최승연 기자는 자신은 1인미디어라 영향력이 적다면서 권혁주와 함께 도청했던 장치를 구연주에게 넘기는 우를 범하고 맙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구연주 였을까요? 전 이 부분이 좀 의아 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형식 중에 3가족 정도를 등장시키고 그 가족들 사이에 연애사도 있고 결혼을 하기도 하며 어른들 사이에선 숨겨온 과거가 있고 출생의 비밀은 늘 빠지지 않습니다. 세 집안이 돌아가며 그러는식은 이제 아주 질려 버렸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구성하는 이유는 아마도 정해진 케릭터 안에서 스토리를 최대한 쥐어 짜기 위해서 인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늘 틀에 박힌 본부장이 등장하조. 아무튼 관성에 의한 인물 구성및 스토리 전개는 참 보기 안 좋습니다. 필자가 보기에 최승연이 구연주를 찾아간건 조현민과 뜻을 같이 하는 언론계 인물로 구연주라는 케릭터를 만들어 두었으니 그걸 최대한 활용하자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 디도스와 CCTV만 보인다.

수사의 대부분이 디도스 와 CCTV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곁가지 적인 에피소드들에선 주인공이 공격을 받고 다시 반격하여 전술적 승리를 거두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놓치고 마는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늘 증거자료라고는 주로 CCTV밖엔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조. 도청도 그렇고 CCTV도 그렇고 온통 치밀한거나 색다른 아이디어가 보이는 부분이 없습니다. 최근 조금이라도 관심 가져볼만한 사건은 염재희가 죽고 강박사가 내부 공모자라는게 밝혀진 정도인데 몇회에 걸쳐 이정도 내용밖에 진척되지 않았으니 긴박한 전개는 커녕 지루한 느낌마저 듭니다.

셋째, 전체 스토리의 컨텐츠 부족

컨텐츠 부족이란 말은 말그대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유령의 현재까지의 전개를 보면 20회까지 갈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추적자' 정도의 구성인데 20부작이니 말이조. 최근 시청률이 오른다고 좋아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딱 추적자처럼 16회 정도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좀더 밀도 있는 전개 였다면 훨씬 더 재밌었을거 같습니다.

현재 수목드라마는 각시탈과 유령이 16~18% 사이이며 아이두아이두가 채 10%도 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목드라마 자체를 안보는 시청층도 상당하다는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나마 유령 방송초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조.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를 하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 재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회차가 거듭되어 이야기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점점 본방에 흡수되어 가는 시청자들은 늘어나게 되기 마련입니다. 즉, 시청율 조사는 뒤로 갈수록 비교적 정확성이 더해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결국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30%이상의 대박이 나려면 작품 자체가 대중성이 강하거나 경쟁작이 약한 두가지가 함께 적용되는 조건이 필요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식의 대박은 잘 나지 않습니다. 실제 초대박이 나는 경우는 바로 신선함 보편성이 충족되는 참신한 기획의 드라마입니다.

역대 드라마를 살펴보면 쉽조. 빵이야기를 다룬 제빵왕김탁구의 그 엄청난 시청률은 다시 빵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등장했을때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선덕여왕이나 추노 같은 명작들도 김탁구를 따라 잡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보이는 시청률 외에도 작품 자체로 인정받는 무게는 조금 다른 이야긴데 '유령'의 평가는 초반에 비해 올라가는 시청율과 반대로 가고 있조. 좋은 평가의 드라마로 남으려면 깊이 고민해야할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필자 입장에선 늦었따고 봅니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수사드라마는 사전에 구성된 스토리가 중요해서 한순간 변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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