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예능을 해석하는 방법은 여럿 있을 것이다. 강호동과 함께 넘버원 예능인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그의 이미지는 수년째 깨진적이 없고 깨질 기미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굳건하고 탄탄하다.

성실함, 번뜩이는 재치, 지치지 않는 도전, 멤버간의 시너지를 끌어내고 케릭터를 정립시켜주는 등 유재석이 강점과 역할은 결국 다른 하나의 멋진 단어를 수식하는데에도 쓰인다. 바로 그가 대내외로 얻은 '신뢰' 이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서 '그 최선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라는 의문까지 고려해 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 정작 온힘을 다해 나아가야할 길이 어느쪽으로 향해 있는지도 모르고 허우적대다가 그만둬 놓고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것과 갈길은 알았지만 끝내 힘이 모잘라 도착하지 못했다라는건 아주 큰 차이라는 말이다.

 

'길잡이 유재석, 이경규"

무한도전의 길잡이는 유재석과 더불어 김태호PD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어느쪽에 무게를 실을 수 없을만큼 둘은 대한민국 예능에게 가장 으뜸 가는 존재들이다. 

대개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는 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남자의 자격' 역시 그러하며 두말할 나위 없이 그 역할은 이경규가 맡고 있다. 그런데 근래 이경규에 대한 평가가 흔들리고 있다. 안티로 변핸 팬들은 각종 루머를 양산해 내며 서로가 만들어낸 그 루머를 바탕으로 또다른 루머를 생산해 내는 단계로까지 가는 움직임도 보일 정도다. 이경규가 프로그램 전체를 좌지우지 하려 하며 멤버들의 영입 문제가 원활하지 않은 것도 다 그 탓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이경규라는 길잡이를 멤버들이 신뢰하고 열정을 다해 임한다면 '남격'의 위기는 곧 타개 될 수 있다. 의외로 실마리는 어렵지 않게 풀릴 수 있음이다. 예를 들어 현 제작진이 자꾸 엉뚱한 미션을 주고 멤버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런 제작진의 뇌리에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를만큼의 영감을 주는 멤버가 있다면 얼마든지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미션이 나오면서 악순환의 고리는 끊고 선순환으로 다시 접어들 수 있다. 과거 김성민이 충직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숨어 있던 다양한 끼와 좌충우돌하는 활약이 '남격' 전체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중심은 멤버, 흔들리지 않고 흔들릴 수 없는 이유"

'무한도전'을 보면 하하와 노홍철은 서로 적당한 긴장관계를 늘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둘은 어느순간부터 그 긴장관계를 수면위에 노골적으로 노출시켰다. 그리고 결국 '하하 VS 홍철'이라는 구도의 특집까지 마련되었다. 웃음의 소재를 끊임없이 멤버들 사이에서 발굴해 내온게 무도였다. 오히려 크게 주목받은 장기 프로젝트니 하는 것들도 실은 멤버중심의 시너지효과에 비하면 겉을 포장하는 포장지 역할에 그칠 정도였다.

그런데 '남격'은 얻어걸린 '합창단' 미션을 3시즌까지 가져간다는 어처구니 없는 뉴스가 들려 올 정도의 상황에 처해있다. 멤버중심이 아니라 외부의 힘에 기대는 모습이다. 멤버 중심이란 말은 멤버들이 자기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여부와도 관계 있다. 내가 패널의 한 사람이 아니라 유재석과 역할만 조금 다른 주인의 한사람이라 생각한다면 결코 대충 프로그램에 임할 수 없을 것이다. 예능 뿐 아니라 세상일이 그렇다. 단순히 최선을 말하는게 아니라 어떤게 과연 최선인지부터 고민할 줄 알고 혼자 튀는게 아닌 여러 사람을 다 같이 끌고 갈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그 모두가 다시 자신을 인정해주는 상황이 만들어 진다면 그 어찌 성공스런 삶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능의 케릭터라는 것도 그렇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 내는 케릭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멤버들은 자기가 갖는 케릭터가 프로그램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PD나 작가가 제안하는 방식을 따라 가는게 아니라 자신안에 내포된 케릭터의 힘을 스스로 창조적으로 표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케릭터다. 유재석은 없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게 아니라 어떤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 줌으로서 열심히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동력을 개발하라"

'남격'이 총체적 위기라는건 1박2일의 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도무지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는 모든것을 다 인정해도 희망만은 잃지 말고 남격의 초심이 과연 어떤것 이었는지부터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다.

동력을 개발해 내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는 시도는 주로 새 멤버 영입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큰 착각에 불과하다. 그 어떤 예능 신인도 쳐져 있는 멤버들이 기지개를 키고 일어설 정도의 역량을 보일 수 없다. 설혹 어느정도의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이미 오랜 검증을 거친 뭄도나 1박2일 런닝맨의 멤버들만큼 되긴 어려울것 아닌가. 결국 새멤버 영입이 새로운 활기로 작용하는 것 역시 기존 멤버들의 각성이 함께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말이다.

포괄적인 문제제기는 이미 다 했다. 남은 것은 대안 마련인데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올바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제로 시작되는 이 글에서 필자가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란 바로 '멤버를 더욱 믿고 그 멤버 중심의 미션을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 라는 것이다. 위의 글 내용에는 적지 않았지만 제작진에 많은 문제가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 멤버들도 수동적이지만 제작진은 더욱 창조적 마인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멤버를 믿고 멤버간의 시너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접는게 낫다. 무늬만 '남자의 자격'이고 사실상 각자 도전하는 '멤버 개인의 도전기' 정도에 그친다면 시청률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격' 멤버들과 제작진 모두는 과거 '조정특집'에서 쉬는날에도 녹화날이 아니어도 자발적으로 연습하러 왔던 무도멤버들의 그 열정을 기억해야 한다. 남격 마라톤에서 멤버 각자의 리미트에 도전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그 때를 다시 떠 올려야 한다. 그저 과거의 일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또 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 찾아와도 멥버들과 함께 라면 '한번 부딪혀 보자' 라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어찌 어찌 해나가야지'가 아닌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그게 최선이다'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자신들을 증명해 내야 한다. 그런 열정을 시청자들이 외면할까? 그렇지 않다. 바로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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