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의 꿈, 금기의 영역 나당연합군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최수종이 김춘추역으로 사극 '대왕의 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태조왕건부터 대조영까지 정통사극의 왕 역할을 맡아 연이은 대박을 터트려 왔던 최수종이 '대왕의 꿈'이라는 작품으로 사극에 다시 돌아 온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 나름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글로 남깁니다.

중견연기자가 갈길

 어떤 네티즌은 관련기사에 젊은 시절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배우가 후배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직접 다시 주연을 맡아야 했느냐고 묻는데 이런 생각은 조금 위험합니다.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하고 배역에 얼마나 배우가 어울리는가 등이 중요한 것이지 사십대가 넘었다고 해서 무조건 자리를 내줘야 한다면 아이를 키우는 다수의 가장들은 어디서 설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 자체 내에서의 기준으로 보면 과연 최수종이 최선의 선택이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문제제기는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최수종은 사극의 얼굴 역할인 주연으로 여러번 흥행몰이를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점이 한편으로는 보증수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조. 필자의 입장은 최수종의 연기력이라면 '식상하다' 라는 걱정과 우려를 넘어서기에 충분할 것이되 작품의 기획 자체가 흥행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섵부른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논란이 살아 있는 시대

애초에 삼국통일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는게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생각입니다. 고구려와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것이지 고구려와 백제의 영토 대부분을 잃었기에 삼국을 통일한 것으로 보는것은 무리라는건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의 영토중 반이라도 지켜냈다면 역사적 평가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나 이미 오래전 일어난 역사적 문제를 두고 왈가 왈부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함인데 역사드라마를 보게 되는 원동력중 하나인 이부분에서 '대왕의 꿈'은 근본적인 걸림돌을 안고 가게 되는 셈인 것이조.

북과 흡사한 삼국인들간의 차이

근래 북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을 따지는 여야의 싸움이 한창인 상황인데요. 실은 좀더 냉정히 말하면 남북간의 대치와 정치권의 싸움으로 인해 한국인들의 북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인게 사실입니다. 말로는 인권법을 이야기 하지만 실은 완전히 공감할 수 없는 그저 남의 나라 정도로만 여기는 층이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는게 현실이조. 이상적으로야 통일한국이 되면 좋겠지만 그리 기대하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 생각이 은연중 널리 퍼져 있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인 추정이지만 삼국시대 사람들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배층의 명분은 삼국을 통일하여 부국케 하고 백성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며 각국의 백성들도 같은 민족이라는 동족의식은 잠재되어 있지만 엄연히 다른나라의 다른 백성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싸워야 하는 대상일 뿐이었을 거라는 추정이조.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 했다면

이런 논란도 과거로부터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아무래도 삼국 중 가장 강성했고 한민족의 역사상 가장 정통성을 말하기 좋은 나라가 고구려니까요. 그러나 사람이 때를 얻으면 입신양명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때를 놓치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을 얻지 못하고 말듯이 고구려도 나라 안과 밖의 여러 국제적 환경 변화 속에서 삼국을 일통하지 못했고 결국 멸망하기 전에는 국내외의 많은 문제로 국력은 쇠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족적 기준으로 보면 신라가 나당 연합군으로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는 아니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신라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조. 신라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귀결되는 결론은 일반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역사관은 민족을 우선으로 두고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서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린 역사는 그간 금기의 영역이 되어 있던게 사실입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신라의 입장에서 나라의 강녕과 민족통일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신라인들의 의지를 그리고 있다지만 그 내용은 막상 나당 연합군을 만들기 전의 일이며 드라마 상의 명분쌓기에 해당하는 것이니 역사적 논란의 대상에서는 비켜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금기의 영역, 나당연합군

최수종은 "정통사극이 위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대본이 좋으면 성공한다고 본다. 드라마에서는 대본의 역할이 90%이상이다. 8회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느낌이 아주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일 수도 있조.

'한반도'라는 드라마도 비슷한 명분으로 시작했다가 좋지 못한 성적을 냈습니다. 얻는것 없이 자칫 잘못하면 잃을게 많은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한국인들의 잠재된 본능과도 엇갈립니다. 근래 중국은 동북공정을 완료하고 나아가 외세를 막기 위해 축조한 천리장성 및 여러 장성들을 만리장성과 연결된 자기것으로 포장해서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조. 필자는 신라의 선택을 비난하고자 이글을 쓰고 있는게 아닙니다. 사람의 본능을 말하는 것이조. 어떤 식으로 포장하든 영토가 줄어든 이상 패배어린 기억으로 밖에 대하기 어렵고 역사적 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나당연합군에 심적인 지지를 보내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저 일부에서 고구려와 신라가 내부적인 문제가 심각해 사실상 자멸한것이 크니 나당연합군은 신라에 큰 흠이 되지 않는 문제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본능은 외부로의 확장을 지지하게 되어 있지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한 영역축소를 지지할 수 는 없게 되어 있는 것이조.

필자라면 굳이 그동안 금기의 영역으로 잘 다루지 않고 있던 나당연합군의 이야기를 왕와 왕조 위주로 풀어 나가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차라리 제3자의 눈으로 보는 드라마가 더 나았을 것입니다. 물론 김유신도 나오고 중요인물들도 등장하는건 비슷하지만 적어도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비켜가는 방법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떤 인물을 창조하여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속에 삼국시대의 백성들의 삶과 지배층이 어떻게 명분을 얻어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를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그러나 본인 역시 치열하게 살아 가는 인물로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즉 주인공을 왕으로 설정하면 왕이 곧 명분이 되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제3자일 경우 시청자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주게 되는 것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나당연합군의 명분을 얻어 가는 과정을 직접적인 주인공으로 묘사하면 그 뜻과 다른 생각을 가진 시청자들은 몰입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다른 선택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제3의 인물이 주인공이라면 극에서 그리는 김유신과 김춘추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할지언정 극의 몰입에 방해받지는 않게 되는 것이조.

한마디로 이 드라마가 위험한 것은 편가르기의 원인제공이될 수 있고 몰입 자체에 방해를 받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니 근본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소재라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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