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연상케하는 각종 사건사고들, 한국이 어찌 되려고

20세기말이 기억납니다. 특히 1999~2000년 사이에는 참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였습니다. 일부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에서는 세기말에 대해 그리고 있었고 IMF정국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보이는 것 이상의 혼란이 보이지 않게 국민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동트기전 가장 어두운 시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세기가 열리고 그 세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원하는 그런 시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세기말 적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세기가 백년을 넘어 다시 온게 아니라 불과 십여년만에 다시 찾아온 그런 느낌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 했던 각 분야의 선배들을 그길을 걸어간 발자취를 존중하거나 존경심을 표하기보다는 작은 실수를 부각해서 거리낌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이념논쟁이 다시 불붙기도 하며 각종 강력사건들이 쉴새 없이 들려 옵니다. 심지어 금일자 해외뉴스를 보니 그리스 선거 유세 공개 방송 중 국민들이 지켜보는 TV에서 토론하던 후보가 상대측을 갑자기 폭행하는 일도 일어났더군요.

진실을 원하지 않는 대중들

이런 경우를 두고 필자는 비겁하다 말하겠습니다. 비겁한자는 말이 많아서는 안되조. 그런데 비겁하면서 말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A 사건과 B 논란이 있습니다.

A사건은 명백히 잘못한 이가 있고 피해자가 있습니다. 오히려 잘못한이가 교묘한 방법으로 잘못을 감추거나 은닉하려 하고 심지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없는 말까지 지어내기까지 합니다.

B 논란은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치 않습니다. 그저 소모적인 논쟁일 뿐입니다.

상식이 바로 서 있는 사회라면 이 두가지 모두 바른 보도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바른 국민들의 반응이 이뤄지기 마렵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A 사고의 가해자는 사고의 핵심을 비껴난 거짓 이유를 폭로하고 그 내용의 자극성에 몰두한 언론이 연일 그 폭로와 관련된 내용을 쏟아 내다 나중에 전혀 사실무근으로 밝혀져도 흐지부지 정정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그런 보도 내용만이 대중의 인상에 남게 만듭니다.  본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없어지고 자극적인 보도 내용만이 세상에 남아 유령처럼 떠돌게 됩니다. 심지어 명백히 잘못한 이와 피해자가 있음에도 교묘한 말장난으로 논점을 비켜가는 설전이 이어지다 보면 최종적으로 양비론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참 재밌는게 정작 공평하고 평등해야할 사안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가해자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B 논란은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가 대립하는 사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진보와 보수겠지요. 고정된 답은 없습니다. 어떤 껍데기를 쓰고 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가 보다 중요하겠지요. 이외에도 여러 논란에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나 방법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사안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2012년 6월 현재 한국의 대중들은 사건이나 논란의 진실을 원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 없이 비난하거나 비아냥 거릴 뿐입니다. 어떤 유명인에게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그럴만 하지 않았냐" 고 댓글을 답니다. 그 유명인의 평소행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이유로 강력사건의 피해자가 된것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막말을 하다니요.

한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필자가 가장 안타까이 여기는 문제중 하나입니다. 바로 뉴타운 문제조. 이 뉴타운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엄청난 문제의 진앙지입니다. 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주민들간의 갈등이 있고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기도 하며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공약으로 당선된 의원이 부지기수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본의 아니게 전재산을 잃기도 하고 반대로 많은 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거시적인 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바로 보지 못한 정책 결정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정책의 결과로 드러난 첨예한 문제들로 인해 파생되는 갈등이 온통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온전히 정책 결정권자들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중간중간 얼마든지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조. 그럼에도 사회적 관심은 문제의 핵심을 바로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부동산신화가 막을 내리기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키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었고, 시민들은 정작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곤 합니다.

국민이 만들어가는 한국사회

필자는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현재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혐오증이라는 말은 이제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당연시 되어 버린 말인데 더 말해 무엇하느냐는 식이조. 작은 사건과 큰 사건을 구분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작은 사건은 작은 피해자가 있고 파생되는 문제도 적지만 큰 사건은 많은 피해자와 많은 파생되는 문제들을 만들어 내니 구분히 보아야 하는데도 누가 어떻게 해석해서 보도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은 일희일비 뿐 더 알려 하지 않습니다. 구분할줄 모르니 언론의 입맛대로 보도하고 민의을 왜곡해도 뭐라 지적할 사람이 없는 것이조. 그래서 큰 일은 뒷전이고 작은 일이 오히려 더 큰 화제가 되어 큰 일은 뭍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 공정보도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라는게 이런 바탕에서 이뤄집니다. 구분할 의지가 없으니 구분할 능력도 없게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비아냥대고 비난댓글을 씁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여론형성에 관연되어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극적 기사에 자극적 반응을 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으니 그냥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들 그러는데 나도 좀 그래야지 라는 식이조.

내 생각과 내 행동이 오늘날에는 인터넷에서 여론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세상일이 다 인터넷으로만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거에는 없던 여론 형성의 장이 있다는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세상의 많은 혼란 스러운 일에 내가 일조하고 있는건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요즘 댓글들을 보면 정말 비참한 생각마저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지 말이조. 가끔 어떤 기사에 댓글을 달고 있는 제 자신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글을 쓰고 있는건 아닌지 섬뜩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세상과 직접적으로 연관지어 지는 세상이 왔음을 깨닫고 보다 신중한 태도와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주변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사람도 악플을 다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생각을 할게 아니라 내가 하는 긍적적 생각이 언행으로 드러 났을 때 그 에너지가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 우중충한 세기말적 느낌의 여러 사건과 논란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일이 완화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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