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이석기·김재연' 제명을 시사한 속내는?

박지원이라는 인물은 구시대 정치인의 표상과도 같아서 한동안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행보가 너무 지루하게 이어지는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왔다. 그런데 막상 21세기를 맞이 정치의 새물결이 과거의 그것보다 더 나아진 면도 있지만 부족한 면도 많아서 그 부족한 부분을 박지원에게서 찾는 사람도 적잖이 있다.

2012년 총선이 있기 얼마전 박지원은 민주통합당 당대표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같이 '나꼼수'에 출연한 바 있다. 세월의 힘은 무서워서 필자는 과거 박지원의 발언과 정치행보를 거의 잊어 버릴 지경이었는데 나꼼수를 통해 생생한 그의 주장을 들어 볼 수 있었다. 먼저 이야기한 부족한 부분이라는 것도 실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 정치를 하는 원칙과 같은 부분은 달라질게 없는 것이라고 본다면 박지원은 여러모로 현재 민주통합당에 부족하다 지적되는 것들을 채워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최대 장점이라 일컬어 지는 '전투력'은 경험을 흘러가는데로 놔두지 않고 능동적으로 관리한 탓에 남의 술수는 파헤치고, 필자가 늘 주장하는 "전투의 장을 적진에서 벌이라"는 주장을 몸소 실천하기에 따라 붙은 수식어라 할 수 있다. 필자의 글을 종종 본 분들이라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씀드리자면 나의 주장과 남의 주장이 대립되었을때 그 대립의 장은 상대가 속한 곳이어야 한다. 항상 부딪힘은 상처를 남기게 되어 있고그 상처는 그 장소마저 어지럽게 한다. 결국 상처를 입고 어지러워지는 그 과정을 국민들은 지켜보게 되어 있다.

민주당의 가려운 곳을 이렇게 박지원은 긁어준다. 때로 어떤 분들은 "우리편의 작은 흠은 그렇게 들쑤시고 다니면서 왜 다른편의 큰 흠은 모른척 하는거지" 라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하는데 원래 여론이라는게 주도하는 사람들의 의중이 더 크게 작용하는게 현실이다. 조금 비켜 비유를 해보면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비중이 가장 크지만 개인은 한명한명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는 반면에 개인보다 전체 비중은 작지만 뭉쳐 있는 기관의 힘이 개인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같은 목적을 가진 큰 언론이 작은 중소 언론의 방향을 이끌고 있다. 이런 점을 알고 있다면 박지원처럼 아군의 문제는 철저히 하면서도 실제 논란은 적진에 일게 만드는 전략을 펼 수 있게 되고 중소언론들은 그런 여론의 흐름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내지 못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2012년 5월 30일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두 의원을 접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면서 의워직 제명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제안할 경우 국회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보고해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원직을 박탈 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 핵심은 민주절 절차에 위반되었다는 명분을 쥐고 내부갈등과 외부적시선을 모두 무마시키는 발언이었다는 점에 있다.

 


 

여론의 가벼움을 이해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여론은 너무나 가볍다. 가볍다 못해 경박하다. 그런 특징을 잘 알고 파악해야 상대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게 된다.

현재 문제가 되는 두 의원은 '종북논란'의 당사자다. 그런데 이 종북논란이라는게 참 우스운 사회현상이다. 실제 종북행위를 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가 널리 알려지 있진 않다.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처럼 어느 사안에든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예를 들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도 '빨갱이'라 하는 이들이 적잖았고 그들의 그런 주장의 배경에는 진실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와 뜻을 달리 하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비켜가기 위해 애만 쓰다가는 끝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귀결되고 만다. 차라리 그런 소모적 논쟁에 몸소 뛰어들어 진창에서 함께 뒹굴것이 아니라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옛말을 실천하는게 바람직하다.

박지원식 전략은 과거의 방식이지만 현재에도 통용된다. 정치의 세부적인 방법론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사람들 상대 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원리는 같기 때문듯 싶다.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뜻이 다르기만 하면 다 종북세력이 된다. 그래야 편하기 때문. 다시 말하지만 그런 주장에 맞설 필요가 없다. 논란이 거듭된다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커질수록 상처는 깊어진다.

보수진영의 주장은 대개 '정권에 피해가 곧 국민의 피해'라는 개념이 은연중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곧 독재정권의 잔재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나라에 피해가 오게 되는 행위가 종북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다른 선택일 뿐이다. 실제로 세계곳곳에서 이런 주장은 서로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측에 서 있다고 해서 '종북'으로 규정한다. 또한 복지문제와 '천안함사건'등에 대한 입장도 진보내에서도 다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를 모두 다 같이 한뭉터기로 묶어 취급한다. 이런 방식이 통용되는 이유는 아직 분단국가라는 면도 있지만 과거의 독재정권의 망령에 아직도 사로 잡혀 있는 분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보자.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석기-김재연'의 제명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속시원하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적잖다. 그런 표현을 하는 이들이 꼭 보수인것만도 아니다. 진보내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지 적잖다. 결국 실리는 챙기면서도 여론의 방향을 틀어 버리는 "일타쌍피"의 전략임을 알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박지원의 방식이 늘 옳은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과거 그의 정치적 행보는 끊어졌다 이어지는게 아닌 지금까지도 유효했을 것이다. 그는 돌아가신 김대중대통령의 짙은 그늘에서 실세로 활약하던 시절의 깊은 무게감만큼이나 오랜기간 침묵하며 살았다. 그가 다시 돌아와 '욕심부리는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렇게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 필자 역시 박지원이 이렇게 민주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하면서 활약하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쪼록 박원내대표가 넘치거나 과하지 않게 그리고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의 소임을 다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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