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비리수사, 국민들의 공감 얻지 못하는 이유

5년전일이라 하더라도 권력형 비리의 경우 반드시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권력을 이용한 비리가 발을 붙이지 못할것 아닌가. 다만 노건평씨에 대한 검찰의 행태는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알만한 분들은 알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보면 노건평씨가 어떤 인물인지 대강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측근계좌에서 200억원대의 뭉칫돈이 입출금 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검찰은 수사과정에 있는 피의 사실을 흘리고 있다.

이번일을 보고 있자니 문득 참여정부 시절 있었던 '호화요트 논란'과 '아방궁 논란'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도 안나올 일이지만 그때는 호화요트타고 아방궁 짓는 노무현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언론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불과 몇해전 일이다.

'노건평 비리수사'라는 인터넷 핫 키워드를 접한 후 우선 필자가 갖게 된 의문 한가지가 있다. 제대로 드러난 적도 없어서 사건이 유야무야 없던 일처럼 되면 슬그머니 사라지고 마는 측근이라는게 과연 누구일까? 어느 측근이길래 거액의 돈을 입출금해 왔고 그게 노건평씨와 얼마나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온통 의문투성이일뿐이다. 언론이 스스로 소설을 쓰도록 검찰이 방조하는 느낌마저 든다.

'언론기사의 인터넷댓글 반응중 일부를 옮겨보면...
- 200억이라고도 하고 300억이라고도 하고 뭐가 뭔지...
- 측근? 어느 측근? 실제하긴 한건가?
- 노건평이 직접 관련된건지 의심인 200억, 이상득은?

보수 언론이 과거 아방궁 논란을 터트릴때 써먹던 수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방궁 이라는 표현을 쓰며 의혹제기
→ 확인 과정 거치지 않고 제2의 언론들이 일제히 추측기사 발행
→ 보수세력 언론기사 인용해 비난
제2 제3의 제보가 잇따르며 마치 기정사실인양 만든다.
   - 이부분이 핵심,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다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 사회저명인사들의 비난발언
→ 다시 이런 비난발언을 바탕으로 한 보수언론 칼럼기사 등에서의 규탄 발언

엄청난 전방위적인 집중 포화가 이뤄졌다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 일이었다. 비리도 이런 비리가 없다는 식이었는데 오히려 실제 비리가 드러난 MB 내곡동 사저 문제는 당시 아방궁논란에 비해서 훨신 구체적이고 큰 문제임에도 오히려 수사과정 및 언론보도는 훨씬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권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시중과 조현오에 대해 언론과 검찰은 측근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국민 다수는 인정하고 있는 이런게 상식이다. 이 둘은 만천하에 드러난 공직에 있던 인물들인데도 고의적이라는 의심까지 받아가며 측근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건 또 뭐고, 오히려 노건평씨의 알송달송한 측근계좌는 대대적으로 들먹이는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건 나뿐일 것일까?

물론 서두에 말했다 시피 권력형 비리는 시간이 지났아도 철저히 밝혀내는게 옳은 일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검찰에서 이런식으로 흘러나온 수사내용은 실은 언론을 통해 돌고 도는 그 과정을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정도로 시간이 흐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를 너무나 흔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차라리 진정으로 문제가 있다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이 사건내용을 일파만파 알리는데 주력할게 아니라 확실한 증거를 찾아 실제 구속하고 재판을 받게 하면 될 일이다. 물론 최종단계로 갔을 무렵에 이일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죄질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지만 굉장히 좋지 않은 죄질이라면 심하게 추궁당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과거 노건평씨가 혐의를 받고 죄를 받은 사건들을 보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슨 죄질 운운할 그런게 없었기 때문.

 

'한명숙 뇌물수수 의혹'을 터트리던 때도 이런식이었다. 처음에는 전방위적인 밀어붙이기가 있었지만 무죄로 드러나자 추가의혹까지 제기하며 물고 늘어졌다. 검찰의 의도적이라거나 무능력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말 제대로된 수사를 하고 그 수사결과의 발표에 있어서 신중해야할 것이다. 나는 한명숙에 대한 수사가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그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며 검찰이 설혹 강력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반대의 결과까지 고려하지 않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혐의가 확실히 밝혀진다면 모를까 그 전 단계에서 온통 세상에 의혹은 다 퍼지고 난 이후 무죄로 밝혀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이번 노건평 비리수사건만 해도 언론기사를 보면 매우 상세하다. 돈이 어떻게 오갔는지부터 관련된 인물들까지 촘촘하게 다 잡아내고 있다. 그런데 과거 한명숙때는 더 구체적이었다. 그 모든게 소설이었다는게 밝혀졌지만 보도내용만 봐서는 마치 실제인양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 상세하게 알려졌었다.

 

정리하자면 참여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을 당시에 나온 많은 의혹은 지금보다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인 의혹이 많았지만 대대적으로 터트린것에 비해 사실로 밝혀진건 일부에 불과하고 오히려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일이 더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최시중을 비롯해 실재하는 비리로 밝혀진건 더 많은데 비해 언론보도는 상대적으로 훨씬 강도가 약하다. 누가봐도 이상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판단하는 '노건평 비리수사'는 이미 두어달 전에 수사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이번에 또다시 터트리는 식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입증단계에 접어들어야 발표될 사인이다. 과거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아무리 중하다 해도 현재의 권력비리에 비할바는 아니며 과거에도 다 밝혀내지 못한일을 추가적으로 알리고 싶다면 보다 더 확실한 단계에서 공표해야 맞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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