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아나의 뉴스데스크 복귀를 탓할 수 없는 이유

배현진 아나운서가 MBC뉴스데스크에 복귀 했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복귀의 변으로 한 "끌려다니지 않겠다"라는 표현이다. 아쉽고 아쉬운 부분이다.

필자가 배현진의 선택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다름 아닌 총선의 결과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야권과 진보진영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지방의 20~30대에게 외면받고 50대 이상에도 많은 점수를 잃으며 서울과 충청 전라도로 이어지는 라인에서만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다. 가장 뼈아픈건 어느정도는 당연시 되던 과반수를 놓쳤다는 점이다. 

- MBC, KBS, YTN 3사 파업의 성패
- 정봉주 사면복권

이 두가지는 부가적이긴 해도 무시할 수 없는 현안으로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어 있었다. 양승은, 최대현 아나운서에 이어 배현진의 복귀를 탓하고 나무라기만 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MBC노조가 파업에 나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국민의 지지가 그들에게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공정보도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한 주장 역시 민의와 다른 보도가 많았다고 믿었던 것이고 장기간의 파업에도 지치지 않고 힘을 낸 원동력 역시 국민이 그들을 지지하고 있을 것이란 믿음에 근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총선에서 그 믿음을 국민의 손으로 배신했다. 그것도 기대한 전국 투표율이 나오지 않는 가장 비참한 패배를 당했다. 보수진영보다 진보진영의 투표권자들이 오히려 더욱 무관심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패배했다. 나는 총선 패배 이후로 블로그포스팅의 횟수가 줄었는데 글쓰는 맛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식가가 식욕을 잃어 버린 것처럼 몇일간은 멍해 있을 정도였다.

오로지 남은 성과라고는 서울의 젊은이들이 깨어 일어났다는 것 정도 뿐이다. 나는 배현진 아나운서의 앵커복귀를 환영하는건 아니다. 그럴리는 없잖은가. 그러나 나무랄 순 없다고 본다.

총선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민심이 어디까지 와 있나를 선거외에는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국 투표율 54%는 챙피하다 못해 좌절감마저 느끼게 해주는 수치였고 앞으로 어떠한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할말이 없는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물론 일시적인 기분탓에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솔직한 지금의 생각이 그러하다.

 

 

배 아나운서는 MBC 사내게시판을 통해

"보도 제작 거부로 자연스레 파업에 동참하게 된 이후 동료들의 뜻을 존중했고, 노조원으로서의 책임도 있었기에 그간 지켜 봐 왔다.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진실과 사실 사이의 촘촘한 경계를 오가며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00여일이나 흘렀다. 처음으로 제 거취에 대한 선택을 한다. 더 이상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 저는 오늘 제 일터로 돌아갑니다"

배현진은 아무말 없이 복귀하는게 나았다. 자신이 선택하고 열심히 일한 직업에 대한 권리는 남이 결코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그저 아무말 없이 복귀 해야 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괴로웠다는 말은 그녀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노조의 자기 희생을 바탕으로한 투쟁을 간접적으로 폄하 하는 말이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현 KBS사장인 김인규가 과거 땡전뉴스 기자였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인규는 2010년 이 사실을 공개한 김진우 KBS기자협회장을 '성실 의무 위반'으로 징계한바 있는데 당시 노조는 "지난 해 MB 특보 출신 김인규씨가 KBS의 낙하산 사장으로 낙점 된 뒤 기자협회가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김인규 기자'가 불렀던 '전두환 -노태우'찬양가를 세상에 알린 것은 KBs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의무' 였다고 발혔다.

헛웃음이 나온다. 징계라니. 김인규의 이름만 잘 기억하지 못했을 뿐 땡 하고 시작해서 늘 항상 '전두환 각하'로 시작했던 그 뉴스를 기억못할리가 잖은가. 어린시절의 나 역시 그 땡전뉴스를 기억하고 있는데 흔히 기억하는 그 사실이 무에 그리 감출게 있다고 징계까지 하는가. 김인규 역시 그때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이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진보진영에 필요한건 뚝심과 인내 믿음이다.

박원순과 안철수는 지지자들을 지치게 하지 않고 영리하게 직선으로 승부해서 승리했고 서울시장직을 잘 해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재 진보진영 다수는 뚝심과 인내 믿음 모두가 부족한 상태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중간중간 도로가 막히고 지체 되어도 목적하는 바(혹은 이익을 위해)를 이루기 위해 흔들리지 않는 보수진영과 달리 진보진영은 지금 왼쪽길로 가느냐 가운데로 가느냐를 두고 다투며 각각 작은 이익을 취하지 못함을 견디지 못하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전략적 행보를 위한 브레인도 없고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도 없다. 진중권같은 이는 낄데 안낄데 가리지 못하고 지적이나 일삼고 통합진보당은 부정선거 이슈와 이정희에 집중된 여론에 함몰되어 안그래도 인내력이 부족한 진보진영 지지자들을 더욱 더 지치게 하고 있다.

배현진과 같은 이탈자를 만들어 내지 않으려면 진보는 전략적인 브레인을 두고 일사분란하게 행동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슈의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신뢰를 쌓아가라는 것이다. 불리한 이슈에 변명하며 시간 보내지 말고 유리한 이슈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며 이미지메이킹을 해야 한다. 인내하며 기다리면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되 기다려도 돌아올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되면 또다른 배현진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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