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는 왜 차명계좌 발언을 후회한다고 했을까?

나는 가끔 너무나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보면 참으로 그들의 얼굴 두터움에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내눈에 보이는 그런 뻔함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가 보다. 대표적인게 바로 조현오가 과거 했던 '노무현 차명계좌'발언이다. 일단 던저 보자 식이었던 그 발언 말이다.

필자는 조현오가 근거가 되었다던 그 자료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단, 그 자료의 신빙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최근 진실이 밝혀진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조작에 관련된 내용 정도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편지를 대필하게 하여 조작했던 그 자료가 돌고 돌아 홍준표에게까지 가서 대대적으로 터지고 말았던 그 사건은 자료를 만들었던 구체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여부와 그 자료가 정치권에 전달되는 과정 자체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너무나 많이 있다. 이번 조현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역시 이렇게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자료를 건네받고 구체적 확인 작업 없이 그 보았다던 자료에만 근거해 서둘러 대외적으로 발표한게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

조현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사실에 근거”

2011년 4월자 한겨례 기사다. 이 밖에도 2010년경 부터 이미 조현오는 두가지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유족에 사과한다는 발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명계좌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발언을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 유족에 송구스럽다.

조현오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동부대 지휘관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 내렸겠습니까? 뛰어내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라고 주장한바 있다. 그로인해 유족으로부터 명예회손 등으로 고발 당한 상태다.

 

조현오 "차명계좌 발언은 우발적…누 끼쳐 죄송"

"이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분란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명계좌 부분은 내부 강연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얘기"

위에 링크된 기사내용을 보면 조현오의 입장을 대략적으로 파악 할 수 있다. 평소와 달리 어떤 이유에 의해 그런 발언을 했는데 생각한 이상으로 큰 반향이 있자 스스로가 부담되어 사과 발언까지 했으나 진정되지 않아 조급했을 것이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송구스럽다 그러나 자료에 근거한 발언이었다 라는 식의 모순적 태도를 견지해 왔던 것으로 추정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명예회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이며, 작년에는 검찰이 지나치게 수사를 지연시키고 진행시키지 않자 주임검사를 직무유기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을 보았을 때 조 전 청장의 발언은 철저히 준비된 발언은 아닌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당시는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노 전대통령의 모습을 생중계 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진행되던 상황이 있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차명계좌 발언'은 굉장히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마무리 펀치를 맞고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 번 더 핵펀치를 날린 셈이었다. 정신이 있을때는 견딜 수 있는 펀치도 쓰러졌을때 맞으면 그 충격은 몇배를 넘어 견딜 수 없기 마련인데 구체적 정황까지 이야기 하며 경찰청장쯤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의혹을 제기하였으니 큰 파장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일은 지금까지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사실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된 근거중에 하나가 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조현오 청장이 갖고 있는 자료가 어느 하나 명확히 조사되고 확인된 바 없는 기초적인 형태의 자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거 자료로서 전혀 가치가 없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수년째 "송구하다. 그렇지만 자료는 있었다" 라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는것 아닌가. 자신의 명예 뿐 아니라 유족의 고발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그 자료가 신뢰성이 있는 자료였다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을리 없다는게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던 그 시절, 검찰을 포함해 이곳저곳에서 의혹에 불과한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전방위적으로 살포하고 이를 언론에서는 실시간이라고 할 정도로 집중보도하고 있었다.

필자는 조현오 청장의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어서 빨리 공개하고 만일 허위 사실이거나 불분명한 내용에 불과하다는게 밝혀진다면 업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경찰청장이라는 심히 중대한 위치에 있는 자가 허위사실을 마치 진짜인양 떠벌려도 처벌받지 아니하는 나쁜 관행이 만들어 지지 않을 것 아닌가. 지금 정황상으로 보았을 때 조 전 청장은 지금까지 살며 쌓아온 명예 및 모든 것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잃을 판이다. 게다가 차명계좌가 존재 여부에 따라 법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니 참으로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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