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SNS비하' 발언은 구태의 전형적인 예

이문열은 한국문학사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 그의 발언들은 조금 한심스러운 부분이 보입니다. '안철수'에 대한 평가, 그리고 'SNS'에 대한 의미축소 발언 등이 그렇조.

소설가 이문열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설가 이문열 "SNS는 허구도 진실로 포장 여론 왜곡 심각"

이문열씨의 주장 중 가장 먼저 SNS에 대한 의견을 살펴보겠습니다.

"SNS가 부각되니까 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는 왜곡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SNS내용은 허구까지도 진실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라는 새로운 물결에 대해 지나치게 평가절하 하는 모습입니다. 구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조. SNS는 하나의 여론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그 자체가 새로운 물결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이는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조중동이 집중하고자 하는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내며 여론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의도가 먹혀왔던 지난 시절과 SNS의 부작용은 그리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SNS는 오히려 정화작용을 스스로 하는 힘이 내포 되어 있습니다. 잘못된 지식이 빠르게 전파되는 것을 우려 하는 시선도 있지만 반면에 다양한 의견이 어우러지는 장점이 훨씬 더 큽니다. 반면에 기성 언론이 의도한 잘못된 기사가 퍼져도 정정되는 속도가 느린 단점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문열의 주장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SNS의 새로운 사회적 여론이 만들어 지는 과정과 아직은 기성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SNS밖의 여론의 흐름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합일되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 뿐입니다.

"통일이라는 우리민족의 원형을 제공한 건 좋든 싫든 신라입니다"

구태의 전형적인 예로 이런 통일신라 중심의 사관이 있습니다. 이문열은 고구려 중심 사관이 북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낸 역사라고 하지만 이 또한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통일신라는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남신라시대(이런 명칭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라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어떤 이들은 신라를 비난하기도 하고 고구려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생각도 틀렸다고 보지 않습니다. 전 그저 그 시대에 신라가 당의 힘을 빌린 것도 잘했다거나 혹은 잘못했다고 보는게 아니라 신라가 승리국이므로 그것 자체로는 인정하되 굳이 통일신라라는 명칭에 내포된 왜곡된 사관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 따져보아도 통일은 아니니까요. 통일이라기 보다 신라가 승리하여 백제와 고구려의 일부 땅을 얻어냈고 두 왕조는 몰락했다는 것이 맞는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하기 전에도 그러했고 이후도로 그렇지만 한민족과 여진-말갈족은 그 기원을 같이 하는 형제입니다. 이런 시선에는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어짜피 근원을 따지고 들어 가면 시작부터 갈리는 민족이 있고 얽히고 설킨 연원이 얼마든지 있기 마련인데 고구려와 백제역시 조상이 같다 하지만 그러한 관계와 북방의 여러민족들과 사이에서 얼마나 정통성이 있는지는 '그누구도 모른다'가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정확히 알 순 없어도 예로부터 형제로 대했던 민족들과 그렇지 않았던 민족을 구분해 보는 것에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정리 해보자면 북의 '발해'와 남의 '신라'가 남북국시대를 이루고 있었던 사실을 보다 균형있게 바라보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저런 의견과 주장들을 떠나서 한국의 역사를 굳이 신라내에 국한되어 생각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말이조.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처럼은 아니더라도 굳이 신라가 정통이라는 생각은 버리는게 맞습니다. 누가 정통이냐를 따지기 보다 그저 그 시대의 한민족이 어떠한 세력구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왜곡된 사관을 가지지 않으면 충분하다 싶은 것이조. 오히려 고구려 중심 사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신라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여겨집니다. 심지어 이문열은 "당나라의 힘을 빌린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당과 엄청나게 싸웠다" 라고 말합니다. 애초에 관점 자체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당과 싸운건 싸운것이고 그게 통일신라의 정통성과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안철수 현상은 이해가 잘 안돼요."

이문열은 소설가로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관점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건 5천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립니다. 그런데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이 전혀 진지하지 않고 조심스럽지도 않아요. 언론에서는 실체 없는 '아바타' 만들기에 열중이고...안철수 교수의 능력과 자질을 따져야 하는데 그런 얘길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라며 부족한 상황인식을 극명히 보여주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 드러난 사실 한가지를 예를 들며 이문열의 말을 반박해 보겠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재정을 크게 악화시켜가며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초래했고 그 후유증은 수년내에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늘어난 막대한 서울시 빚을 누가 대신 갚아 줄까요? 그렇다고 빚 갚겠다고 재정을 확 줄이면 서울시민들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게 뻔하겠조. 결국 충격 없이 천천히 갚아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과거의 잘못된 방식의 시 운영부터 뜯어 고쳐야 합니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말 그대로 마구잡이로 벌려보자 식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하고 실속있는 사람 중심의 시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행보는 역대 서울시장중에서 가장 돋보인다 하겠습니다. 그럼 박원순은 이문열의 기준으로 따지면 검증받은 사람일까요? 필자의 생각에는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전 밟아온 발자취내에 그 해답이 이미 있다고 보는데 이문열미 말하는 기준에서는 그런게 의미가 없어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지도자는 시대가 원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면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유비가 만능일 것 같으면 제갈량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겠조. 오히려 과거 건설-토건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B가 무슨 검증을 받았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서울시장을 역임할 당시 청계천 복원공사를 했던 것과 뉴타운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시작했던 장본인이 그입니다. 지도자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단, 사리사욕을 위해 무리한 행위를 한적이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무리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부도덕한 일을 저질렀는가등에 대한 검증만 통과 하면 됩니다. 정작 필요한 검증은 얼마나 시대의 흐름에 맞는 미래비전을 갖고 있는가와 그 비전을 제시할 만큼의 삶을 살아왔는가 입니다. 안철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꿰 뚫어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고 이후의 삶에서 자신의 언행이 일치하는 일관된 길을 걸어왔습니다.

안철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진영이 그가 그간 밝혀온 미래비전을 문제 삼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만큼은 맞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문열의 자질검증 문제제기와 같은 일은 지극히 원론적이고 지극히 구태어린 편협된 사고방식에 불과 합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문열은 미국의 성공한 대통령 중의 한명으로 인정받는 (아닌 경우도 조금 있지만 대체적으로...) 도널드 레이건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군요. 필자 역시 레이건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해드리진 못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시절 미국 국민이 가야할 비전을 그와 그가 속한 정당에서 제시하였고 그 비전을 실천할 의지를 국민들이 느꼈기에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퇴임후 그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왔다 라는 정도의 해석은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설가, 방송인 등이 정치 바깥에서 한마디 하려면 균형잡힌 시각하에 잘 아는것만 말해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아는 것 이상을 이야기 하려 할때 무리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저것 물어 보는 기자의 질문에 소신이랍시고 이야기 하다 보면 이렇게 자신의 명예를 깍아 먹고 마는 내용이 흘러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SNS에 대한 몰이해가 가히 압권입니다. 지능적인 보수의 경우 SNS를 오히려 더 빨리 이해하면서도 초반에 그 효용성이 덜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서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다가 때가 되었다는 판단이 서면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하는데 이문열은 이도저도 아닌 오히려 두수 정도 늦게 보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조. 참 많이 답답한 일입니다. 아직 조금 못치고 있다 뿐이지 SNS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러니 총선전후로 필자의 트위터에 팔로우한 수백명의 새누리당 후보가 있었던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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