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왕세자, 박유천이 퓨전로맨스의 대세임을 입증하다.

사극은 꼭 진지해야 사극인 것일까? 라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그간 여러 퓨전사극이 등장한 바 있습니다. 2003년에는 성유리의 '천년지애'가 있었고 몇해전에는 '궁'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성균관 스캔들' 이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많습니다. 옥탑방왕세자와 함께 시작하는 더킹투하츠도 마찬가지로 가상의 설정을 이용한 판타지드라마이며 지난주 종영한 '해를품은달' 역시 완전한 가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였조.

생각해보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네요. 필자가 제시하는 '옥탑방 왕세자'의 작품으로서의 계보는 역시 퓨전 로맨틱코미디로 30대 이상이라면 상당수가 기억하는 '금동기협' 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청옥불'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홍콩 무협영화와 한국 영화계의 흥행신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은행나무침대', 그리고 드라마 '천년지애'등이 있습니다.

금동기협은 원표와 장만옥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필자에게 각인시킨 정말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대윤회판을 통해 수백년 뒤에 나타난 원표가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의 장만옥과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스토리로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정상의 신선함도 있었지만 원표와 장만옥이 연기하는 케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은행나무 침대는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시공을 뛰어넘어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며 천년지애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킬리만자로 콧털님의 금동기협 리뷰 [ 링크 ]

그럼 퓨전 로맨틱코미디의 핵심 요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선한 설정과 케릭터의 매력이 거의 전부입니다. 가상의 설정은 지나치게 엄격한 고증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가 무언가 약간 과장된 설정이 등장해도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며, 같은 이유로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것저것 좋다는 설정을 갖다 붙이기 좋으니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이 제한받지 않는 분위기를 잡아 준다는 것이조. 물론 이런저런 설정은 기본베이스에 불과하며 오로지 케릭터가 이 모든것을 살려 낼 수 있기에 주인공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드라마는 적잖은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잘못하면 드라마가 같이 망가지는 것이조. 한때 최고의 시청율과 화제가 집중된 대장금을 예로 들어 비교해보면 주인공 이름이 드라마 제목일 정도로 이영애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진듯 보이나 실은 명품 조연 여럿이 있기에 더욱 주인공이 빛을 보았던 것이며 드라마의 스케일이 아주 크진 않아도 작지도 않았기에 조연들의 활약이 시청율을 끌어 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김재원과 김래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들이 가장 주인공위주로 전개되는 스타일(대체적으로 중박이 많았다)이 대부분이며 가장 최근으로는 차승원 공효진 주연의 '최고의 사랑' 이 있겠습니다.

 

이렇게 옥탑방 왕세자는 모든 초점이 주인공에게 쏠려 있는 드라마이기에 박유천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첫회에서 본 그의 모습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습입니다. 일단 세자빈이 실족하여 의문의 죽음에 이르자 이 과정에 의문을 품은 이각(박유천 분)은 무술에 능한 우용술(정석원, 백지영의 남자) 도치산 (최우식), 천재 송만보(이민호) 등을 세자를 모시는 자로 특채하고 세자비 실족사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려 합니다. 물론 이런 스토리 진행 중간중간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었지만 이는 코믹함으로 승화되어 볼 수 있는 정도였으며 한시간 내내 필자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풋풋함이 뭍어나는 재미는 성균관스캔들 방영당시 미소짓고 보게 되었던 그 이유와 비슷합니다.

필자가 같은 시간에 동시에 시작하는 드라마 '더킹투하츠'와 '적도의남자'를 제치고 옥탑방왕세자를 선택한 이유를 짧게 말씀드리자면, 더킹투하츠는 세 드라마 중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배우인 이승기 하지원이 주연을 맡고 있기에 방송전에는 우선적으로 볼 드라마로 점찍고 있었지만 초반에 드러난 설정이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없어서 신선함을 느끼지 못했고, '적도의남자'는 우정을 시작하게 된 두 남자의 학창시절을 다루면서 가장 좋은 스타트를 보여주었지만 개인적으로 근래에는 무거운 스타일을 멀리하려고 하는지라 최종적으로 옥탑방왕세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리뷰를 오래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이 세 드라마는 박빙을 유지하거나 혹시 약간의 차이가 벌어지더라도 어느 한 드라마가 독주하기는 어려을 것 같다는게 현재의 판단입니다. '적도의 남자'의 경우는 모래시계를 연상케 하며 엄태웅이 엄포스를 제대로만 발휘 한다면 일정 수준의 대박을 예상케 할정도로 시나리오가 셋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만 더킹투하츠와 옥탑방왕세자의 주연배우들이 워낙 탄탄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인데다가 시나리오 역시 모자란 부분이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어서 어느 한 드라마로 인기가 쏠릴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자라 보이는 부분이 발견되려면 첫회부터 삐그덕 대는게 보여야 할 것인데 딱히 그정도로 심각해 보이는 드라마는 셋중에서 보이진 않네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판타지 드라라마는 무난하기만 해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특출난 무언가가 없다면 초반에 반짝 주목받기는 좋으나 뒷심이 약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뒤로 갈수록 몰입할 수 있는 연기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진부한 스토리가 반복되는 기미가 보여서는 안되고 후반부에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이면서 뒷심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도의 남자'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고의 사랑'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차승원과 공효진은 매력이 흘러 넘치는 배우지만 역시 나이대의 한계는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인 경우의 배우로서의 최정점의 시기를 조금은 지났기에 보통이 경우라면 20~30대 전후의 시청자들에겐 어필하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잘해도 너무 잘해서 대박을 터트렸으니 정말 차승원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대박드라마는 대개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와 설정이 등장하고 이를 과하게 넘어가지 않는 밸런스 조정능력이 보이지 않게 작용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말해서 차승원처럼 특별한 독보적인 케릭터를 만들어 내고 화제가 되는 대사를 수도 없이 양산해 내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가장 이런 스타일에 근접할 수 있는 케릭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배우는 박유천이니 한가닥 기대를 가져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고, 조금은 진지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장난끼 있는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게 보일듯 말듯 하다가 어느순간 약간의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웃음짓게 하는 기이한 힘이 있으니 설정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받쳐만 준다면 아마도 괜찮은 드라마가 될 거 같습니다. 

앞서 차승원을 거론한 이유는 그가 '최고의 사랑'에서 대박을 치기전의 모습에서 박유천과 대비해 생각해 볼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승원이 출연한 드라마는 대개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을 했고 주연을 맡은 영화도 마찬가지로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뛰어난 연기력이라며 극찬받지는 못했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모델출신다운 빼어남 몸매를 가졌지만 팬이 우글우글 몰려 다니는 것도 아니었조. 흥미로운 점은 늘 망하지 않고 흥행을 하니 연기를 좀 못해도 지적받는 일이 별로 없고 실제로 그렇게 못한 경우도 별로 없었으며 조금만 잘해도 비교적 잘했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연기력이 폭발한 '최고의 사랑'은 차승원의 연기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할수 있는 작품입니다.(이 드라마 전의 두편의 영화에서 그의 연기력은 드디어 인정받았다) 즉 결론적으로 차승원에게는 작품을 흥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조.

박유천에게 그런게 있습니다. 연기력을 넘어서는 흥행력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박유천도 대세지만 실은 이승기가 더 대세조. 한지민도 인기가 있지만 실은 하지원과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인기배우만 모아놓는다고 드라마가 흥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필자만 보아도 이승기 하지원이라는 배우들의 흥행 전력에 대한 신뢰도가 확실히 박유천 보다는 높았던게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박유천이 속한 JYJ에 대한 논란에는 비판적인 입장에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남성시청자들은 작품이 좋으면 그냥 굳이 이리저리 따져가며 보지 않습니다.그렇다고 제가 박유천을 매우 싫어 한다는 것도 아니니까요. 싫어하면 안보겠지만 그냥 무덤덤하다는 정도? 어떤 드라마인가가 중요하지 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드라마에 맞는 배우인가는 따집니다. 그런데 옥탑방 왕세자에서의 박유천과은 주인공과 싱크로율 120%는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딱 박유천을 위한 박유천에 의한 박유천의 드라마 랄까요.

최종적으로 어떤 드라마인가를 표현할때 가장 좋은 반응은 주인공의 배역에 현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못하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독고진 역에 차승원외의 다른 어떤 배우도 대입해 떠올릴 수 없듯이 '옥탑방왕세자'의 이각역에 박유천외에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박유천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전작 '미스 리플리'에서 잠시 흔들렸던 연기력에 대한 지적과 흥행력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함은 물론 한동안 박유천이 대세라는 증거를 만들어내고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 리뷰에 공감하시면 추천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