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찬 한반도, 종편 드라마의 부진 이유 3가지

종편이 출범하기 전 언론과 대중들 사이에선 많은 말들이 오갔습니다. 왜냐면 출범 전후로 종편의 스타트를 끊어줄 대작드라마나 인기연예인의 출연소식이 줄을 이었고, 또 그걸 여러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었기 때문이조. 그런데 종편중에서도 맏형이라 할 수 있는 TV조선의 100억대작 '한반도'가 본래 24부작에서 6편 줄어든 18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고 합니다.

문득 종편 채널이 전파를 타게 된 어느날 어떤 분과 나눈 대화가 생각납니다. "종편은 결국은 안착할 것이다. 기업이란 결국 나아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고, 많은 돈을 쏟아 부은 만큼 시간이 자나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종편이 왜 나쁜건지 모르겠다던 김정은은 이미지만 추락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얻은게 없이 드라마는 조기종영의 운명을 맞았다.

 

그럼 전 왜 종편은 안된다고 생각했을까요? 그 세가지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노하우 부족

현재 케이블시장의 공룡은 CJ E&M입니다. 케이블 채널중에서 가장 인기 많응 채널중 대부분을 이 회사가 가지고 있조. 슈퍼스타K를 방영하는 엠넷과 Hot 한 인기채널 tnN 등을 포함해 수십개 채널이 있습니다. 그런데 종편의 격을 전 케이블 방송의 하나쯤으로 여기는데 종편지지자들은 지상파방송 정도로 여깁니다. 아주 엄청난 인식의 갭입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대중이 만일 지상파 방송으로 여긴다면 종편의 주력 프로그램은 적어도 애국가 시청율이라는 5%는 넘어야 정상인데 1%도 되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국민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아무튼 케이블채널이 오랜기간 공을 들여 쌓아온 노하우를 종편이 이겨내고 안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게 종편 출범 전부터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슈퍼스타K 시즌2가 한때 17%가 넘는 시청율을 올린적이 있습니다. 케이블의 기적이었조. 시즌3는 14%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만 넘어도 성공이고 2%가 넘으면 대박이라고 하는 케이블에선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아마 종편을 출범시킬때 이런 기적에 희망을 얻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거저 그렇게 됐을까요? 절대 그럴리 없겠조. 그건 바로 방송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며 케이블만이 할 수 있는 과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이의 줄다리기에 능한 편집능력 등 여러 요소가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인 것입니다. 또한 여러 채널의 시너지가 함께 합니다. 실제로 성공한 프로그램은 CJ의 여러 채널에서 실시간 동시 방영을 할때도 종종 있고 재방송에서도 힘을 실어 주기도 합니다. 음악전문채널 Mnet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조.

종편에서 아무리 스타를 데려다가 출연시킨다고해도 드라마가 망하고 시청율이 쪽박을 차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제작노하우의 부족 때문입니다. 좋은 예를 한가지만 더 들어보조. 블리자드라는 유명 게임개발회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스타제작자로 이름 높은 어떤 사람이 독립해서 신생개발사를 만들어서 게임을 개발한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밑바닥부터 함께 한 사람들이 기업을 일구어내면서 만들어 낸 기업문화를 그중의 어느 한사람이 나와 회사를 만든다고해서 겉모양은 비슷하게 할 수 있을지라도 속까지 똑같이 만들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타 제작자가 나가도 블리자드의 인기작품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신생회사는 사라지고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정치적 색이 진하다.

종편의 출범 전후를 둘러싼 잡음은 결국 그 가운데 무리수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걸 지켜본 대중은 종편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경우도 그러할진대 조중동의 방송참여를 반대 하는 진보진영은 이미 종편에 대해 등을 돌리고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말하는 '채널을 지웠다' 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한 사람이 많습니다. 종편을 너무 정치적으로만 몰아 가는것 아니냐고 탓을 하는 분도 있지만 애초에 태생이 그러하니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소유주가 바뀌지 않는 한 말이조.

이번에도 예를 한가지 들어보겠습니다.

국민의 절반이 안보기로 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열성적으로 종편을 시청할까요? 1%도 안되는 시청율이면 알만한 일이조. 직장인들은 애초에 티비를 볼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평일 저녁프로그램 일부만 볼 수 있는데 그 몇시간 없는 시간쪼개서 굳이 종편을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다양한 취향이 있기에 남자라면 증권방송이나 액션영화를 방영하는 영화채널 를 즐겨 볼 것이고, 여자들은 영화채널 혹은 패션채널 등을 볼 것입니다. 아니 어떤 채널이든 마음에 들면 보겠조. 다시 말해서 볼 이유가 굳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종편에 그러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반면 안 보겠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이 있다고 해보조. 그럼 수십개의 채널중 하나정도 안보면 될일을 두고 굳이 안보겠다는 사람과 싸워가면서까지 봐야할까요? 이런겁니다. 그냥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안보겠다는 사람은 굳이 안보려고 하는데 그걸 두고 굳이 다툴만한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채널 수가 조금 더 적고 합병을 한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두곳으로 압축된다면 말이조.

셋째, 무리수에 대한 댓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불명예 스럽게 물러났습니다. 지금 김재철과 김인규가 버티고 있지만 현 정권하에서 한자리 차지한 사람들은 지금 다들 좌불안석입니다. 그나마 무리 없이 능력껏 '장'의 위치에 올라선 사람은 비록 친이계가 몰락하며 타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불명예 스럽게 퇴진후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입니다만 무리수를 두어가며 억지로 자리에 끼워맞추기로 앉게 된 인사들은 총선결과에 따라 크건 작건 문제가 될 소지가 높고 후폭풍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금 김재철이 버티는 이유를 필자는 총선결과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종편출범은 시작부터 무리수가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일찍 시작된 무리수들의 중간점검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또다른 무리수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에 이르면서 4대강의 부실이 언론에선 그리 대대적으로 보도되진 않아도 감출래야 감출수가 없으니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되고 있고 따라서 무리한 공사였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돈낭비의 전형적인 예로 거론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뿐만 아니라 일단 벌여보자 식의 지자체 사업이 망하거나 공사중지되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일부지역은 공무원 월급도 못주고 경상도에 짓겠다던 신공항추진도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에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이 추진한 역점 사업들이 현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에 의해 아니 서울시민들의 지지하에 하나같이 다 못쓸 사업임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이 벌이는 큰 사업들 하나하나에 모두 불신이 깔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보수세력들은 침묵하거나 일부는 친이계를 희생약으로 삼으려 합니다. 이런 여러 이유들과 악화된 민심은 무리수를 저지른 후의 댓가에 대해 관대하기보다 엄격할 것을 주문하는 추세입니다.

3월 19일 방송된 '한반도'는 전국기준 0.798의 시청율에 머물었다고 합니다. 기획사나 일부 방송사PD들이 종편은 당연히 성공할거라고 말하던 것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매니지먼트를 하는 기획사가 욕먹을지도 모르는 종편에 소속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이유는 별다른게 아니었고 그건 당연히 성공할거라 생각했기에 그랬을 뿐이조.아무튼 심각하게 낮은 시청율은 버블이 심했던 조선일보의 신문광고와는 달리 정직하게 결과를 만들어 주었을 것이고 제작비대비 광고가 저조하면 당연히 드라마가 조기종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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